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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호] 2018.08.27

[단독] 청와대는 왜 北 석탄 경찰 수사막았나

“경찰이 요청한 공조수사 청와대 지시라며 관세청이 협조 안 해”

박혁진  기자 

▲ 지난 8월 7일 오후 경북 포항신항 제7부두에 정박한 진룽(Jin Long)호 앞에서 하역한 러시아산 석탄을 트럭에 싣고 있다. 진룽호는 문제가 됐던 북한산 석탄 반입에 관계된 선박이다. photo 김동환
청와대가 러시아산 석탄의 원산지 허위 의혹을 내사하던 경찰에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간조선이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과 관세청,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동서발전은 지난해 4월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석탄 출처가 의심된다’며 이 사항을 경찰과 관세청 두 곳에 신고했다. 이에 두 기관 모두 러시아산 석탄이 사실은 북한산이라는 원산지 허위 의혹에 대해 각각 내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관세청 측에 총 3차례 공조수사를 요청했으나 관세청이 협조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실에 따르면, 이 사건은 작년 10월 관세청(대구세관)에서 수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경찰은 1월 18일 공식적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대구세관이 ‘북한산 석탄 관련 수사를 대구세관에서 전담하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라고 전해왔다”는 것을 내사종결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대구세관 전담’ 청와대 지시 있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경찰청 정보국장 출신인 이철규 의원은 주간조선에 “세관은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런 사안이 있으면 합동수사단을 꾸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내사종결을 지시한 것은 문제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러시아 현지 주재관도 파견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공조수사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수입한 경우 관세법 위반(원산지 허위)뿐만 아니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등 다양한 법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경찰 수사를 중단시켜 ‘절름발이식’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는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관세청에 사건을 전담시켰을 수는 있다. 하지만 관세청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고, 관세청이 제대로 수사했다고 해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등에 대해서는 애초에 수사가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정부 조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에 연관된 공기업은 동서발전과 남동발전 총 두 곳이다. 동서발전의 경우 작년 4월 자진신고 이후 내사가 이뤄진 반면 남동발전은 작년 10월 미국 정보 당국으로부터 우리 외교부로 북한산 석탄 관련 위성자료가 넘어오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남동발전에 대한 수사는 처음부터 관세청에만 맡겨졌다. 이철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막은 것은 동서발전에 대한 경찰 수사지만 작년 10월 북한산 석탄의 원산지 허위 의혹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경찰을 배제시켰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이 사건 전체에 경찰이 손을 대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사건에 대한 관세청의 초기 대응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많았다.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지난해 4월 동서발전이 자진신고했던 북한산 석탄 수입업체 R사를 ‘부정당업체’로 선정해 일정 기간 정부 입찰에 응할 수 없게끔 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R사와 연관된 또 다른 중개업체가 남동발전에도 러시아산 석탄을 납품하면서 문제는 커지기 시작했다. 남동발전에 러시아산 석탄을 직접 납품했던 것은 R사와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던 H사였다. 조선일보 8월 9일자 보도에 따르면 R사는 H사가 러시아에서 석탄을 들여오던 2017년, H사에 대해 4억4150만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서줬다고 한다. 또한 R사의 2대 주주가 H사의 임원을 지내기도 했다.
   


   관세청이 부실수사 논란 자초한 이유
   
   관세청은 H사 수사에 나서면서 외교부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에 입항하는 배의 위성사진 등을 제공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세정당국 관계자는 “북한에서 출항한 배가 러시아 나홋카와 홀름스크 두 항구에 입항하는 사진과 러시아 항구에 검은색 석탄이 쌓여 있는 위성사진 등이 있었는데, 이것만으로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만약 북한에서 출항한 배가 러시아의 빈 야적장에 석탄을 쏟아놓고, 이를 그대로 다시 실은 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면 사진만으로 특정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야적장에는 러시아 내륙에서 들어온 석탄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즉 포항으로 들어온 배에 실린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항구 야적장에 쌓여 있는 러시아산 유연탄과 섞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해야 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를 위해 관세청은 러시아에서 포항으로 들어오는 배와 포항신항 야적장에 쌓여 있는 석탄 등을 몇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해 성분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성분분석 결과 유연탄이 섞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관계자는 “러시아 항구에서 유연탄이 섞이면 이를 북한산 무연탄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며 “관세법 위반으로 수입업자들을 기소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재판에서 질 가능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결국 H사만 지난 2월 대구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에서도 증거능력이 문제가 되면서 관세청에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결국 관세청은 6개월간에 걸친 보강수사 끝에 지난 8월 10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여기서 남동발전이 사용한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원산항, 청진항 등에서 출발한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 일시 하역한 뒤 제3의 선박에 옮겨 싣고 원산지 증명서를 러시아산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썼다. 관세청은 피의자들과 이들이 소유한 업체에 대해 부정수입 및 밀수입(관세법),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형법) 혐의로 대구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수입원가가 2억원을 웃돌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적용했다. 이날 관세청 김재일 조사감시국장은 “북한에서 러시아로 운반된 석탄이 그대로 한국에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주요 피의자가 자백을 하면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세청의 수사는 부실 논란을 불러왔는데 이는 민간업체에 대한 수사가 부실해서가 아니었다. 이것을 ‘민간업체의 일탈’이라고만 단정 지은 것이 문제가 됐다. 관세청은 남동발전이나 동서발전 등 관련 공기업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서발전의 경우 자진신고를 이유로, 남동발전은 “우리도 중개업체에 속았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세청의 수사 결과 발표와 달리 업계에서는 공기업인 남동발전이 가격이 싸단 이유로 러시아산 석탄을 덥석 계약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남동발전은 자신들이 들여왔던 석탄이 스펙도 맞고, 가격이 낮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관세청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동발전의 이런 논리를 받아들여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에너지 공기업에서 일했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이 부분에 눈속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격 낮으면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중국과 러시아에 반입되는 북한산 무연탄의 가격은 러시아산이나 오스트레일리아산 대비 3분의 2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무연탄을 사용하는 곳은 남동발전이나 동서발전 등 공기업 이외에는 포스코, 현대제철 같은 대기업밖에 없다. 민간기업의 경우 스펙과 가격, 두 가지 조건이 맞으면 다른 요소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고 계약한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은 여기에 투명성이란 조건이 하나 더 더해진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남동발전은 석탄 수입 경쟁 입찰에서 가장 낮은 t당 96달러를 써낸 H사를 선정했다. 입찰에 참가했던 나머지 4개사는 각각 t당 123.96~142.4달러를 제시했다. H사보다 22~32% 높은 금액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나머지 4개사 모두 대규모 수입업체였는데도 가격 경쟁에서 H사에 밀렸다. 주간조선이 H사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H사는 2014년 11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업체로 무연탄을 수입하는 다른 업체들에 비해 영세한 규모다. 2016년 매출 38억원에, 영업이익 6450만원을 기록했다.
   
   한 전직 에너지 공기업 비축팀 관계자는 “공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업체와 가격이 다르면 원산지나 품질 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이 낮다고 해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덜컥 계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일을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며 “러시아산 무연탄을 t당 96달러에 납품한다는 제의가 왔다면 국제 석탄 가격을 훤히 꿰고 있는 공기업에서는 당연히 원산지를 의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동서발전 사례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동서발전은 낮은 가격으로 석탄을 계약하겠다고 한 업체를 관계당국에 자진신고해서 결국 법적 처벌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H사가 국제 시세보다 13%나 저렴한 입찰가를 제시했는데도 H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본인들도 속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결국 산업통상자원부로 향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산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은 정기 또는 부정기적으로 산자부에 담당 자원 수급 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동발전이 시세보다 30% 낮은 가격으로 석탄 공급 계약을 민간 영세업체와 계약할 때에는 관련 내용을 모두 산자부에 보고한다는 것이다. 남동발전의 경우 산자부 석탄산업과에 보고하게끔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현재 산자부에서 남동발전에 대한 대규모 감사에 착수하는 것이 수순이다. 하지만 남동발전은 국회 측 자료제출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산자부 산하 공기업의 한 임원은 “산자부 산하 공기업이 국회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산자부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동서발전이 경찰과 국세청 등에 자진신고한 것 역시 산자부에 미리 보고한 후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이 수사에서 배제된 이유
   
   관세청의 수사가 부실수사란 지적이 나온 만큼 경찰이 수사에서 애초에 배제됐다는 주장은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내 업체가 북한산 석탄을 들여왔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수사가 시작되면 이는 당연히 관세법 이외의 실정법 위반 의혹도 물을 수밖에 없는데, 굳이 이것을 수사권이 관세법 관련 부분에 한정되어 있는 관세청에 맡긴 것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들은 결과적으로 정부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논란이 외부로 불거지는 것을 꺼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은 “정부는 작년 10월 북한 석탄의 국내 반입 동향을 인지했지만 열 달이 지나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고 8월 10일에서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 문제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가 이 사건을 공개리에 수사하고 발표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이 엄청난 사건을 열 달이 넘도록 덮어두는 동안 북한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의심된 선박 9척이 국내 항구를 최소 52차례 드나들었다”며 “정부 발표를 보면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과 잘못을 수입 업체의 일탈 정도로 축소하고 싶어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북한 석탄 반입 사건은 개인사업자의 일탈로 적당히 무마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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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estar333  ( 2018-08-29 )    수정   삭제
임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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