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4개월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한 관심은 고공행진이 얼마나 이어질지였지만 최근엔 하락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6·12 미·북 정상회담과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할 당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79%였다. 하지만 이후 석 달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9월 첫째 주 조사에서 49%로 50% 선이 무너졌다. 지지율이 매달 10%포인트씩 빠지면서 지지층 10명 중 4명가량이 이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추세는 역대 대통령들의 ‘2년 차 징크스’를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당시 높았던 기대감으로 초반엔 국민 다수가 지지를 보내지만 집권 두 번째 해부터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다. 집권 초에 추진했던 각종 정책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국정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다. 김영삼·김대중·박근혜 등 다수의 전임 대통령들도 2년 차 중반부터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고 임기 말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을 지지하다 등을 돌린 사람들은 누구일까.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수치와 작년 5월 대선 당시 각 후보 득표율을 비교해보면 이들은 주로 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투표했던 중도 또는 중도·보수층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49%)은 대선에서 문 대통령 본인(41.0%)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6.2%) 득표율 합(合)인 47.2%와 비슷했다. 즉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심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규모로 파악된다. 여기에 안철수 후보(21.4%)와 유승민 후보(6.8%)의 대선 득표율을 더하면 75.4%로 3개월 전 문 대통령 지지율인 79%와 비슷했다.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투표한 강한 보수층(24.0%)을 제외한 나머지 다수의 유권자 비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최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갤럽 여론조사의 세부 자료에선 인구 통계적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주도한 계층이 연령별로 50대와 60대 이상, 직업별로 자영업자와 무직·은퇴자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작년 대선 때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낮았던 계층이다. 문 대통령을 찍지 않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기대감을 갖고 지지를 보내다가 최근 상당수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연령별로 20~30대는 여전히 문 대통령 지지율이 60%대로 높은 편이고 40대도 절반 이상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50대와 60대 이상은 각각 38%, 39%로 모두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업별로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대학생 등에선 아직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자영업자(32%), 무직·은퇴자(39%), 가정주부(48%) 등은 지지율이 절반에 못 미쳤다. 특히 자영업자는 석 달 사이에 지지율이 76%에서 32%로 급락했다. 소득수준별로는 하층의 지지율이 39%로 가장 낮았고 중하층도 45%로 중층 또는 상위 소득계층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사회적 약자층 민심 돌아서

자영업자와 무직자,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층’에서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은 ‘경제’에 발목이 잡혀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인한 고용 및 분배 악화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은 일반적으로 경제 악화, 여권 내부 갈등, 권력형 비리 등이었지만 최근엔 경제 문제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8월 말 갤럽 조사에서도 정부가 경제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53%)는 부정 평가가 ‘잘하고 있다’(26%)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고용과 노동 정책에 대해서도 부정 평가(51%)가 긍정 평가(30%)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하락은 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작년 대선 때 유권자의 30%가량에 달했던 ‘문재인 후보도 싫고 홍준표 후보도 싫다’는 ‘반문비홍(反문재인 非홍준표)’ 정서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개월 사이에 문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56%에서 41%로 동반 하락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율도 14%에서 12%로 하락했다. 반면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파가 16%에서 25%로 증가했고 정의당은 8%에서 12%, 바른미래당도 5%에서 9%로 상승했다. 제1야당이 여권(與圈)의 가파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했던 전례는 없었다. 대선과 총선의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냉담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갤럽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에 ‘호감이 간다’는 15%에 비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가 76%로 5배 이상 높았다. 자유한국당 호감도(15%)는 민주당(57%)뿐 아니라 정의당(48%)과 바른미래당(20%)에 비해서도 낮았다. 특히 앞으로 각종 선거에서 승패를 좌우할 20~40대에서 호감도가 7~9%에 불과하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반대층 석 달 동안 3배 급증

문 대통령의 지지율 향배(向背)에 대해서도 “야당의 호감도가 낮고 대안세력으로서 입지가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여권 지지층이 더 이상 이탈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있다. 자유한국당의 침체로 인해 민주당(41%)과 정의당(12%) 등 진보 성향 정당의 지지층이 국민의 절반인 50%가량이라서 문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민생과 경제 이슈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일자리 확충과 분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명확한 신호가 감지되지 않는다면 하락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남북 정상회담 등 대북 이슈로 인해 다소 반등할 수 있지만 하락 곡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대통령의 지지층 감소보다 반대층 증가에 주목하는 견해도 있다. 여권으로선 국정 동력 상실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반대층이 지지층을 추월하는 순간이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반대층은 지난 석 달 동안 12%에서 42%로 3배 이상 급증하면서 국정 지지층(49%)과 7%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긴 힘들기 때문에 국정 반대층 규모가 일단 커지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며 “반대층이 국민 절반을 넘어설 경우 청와대로선 새로운 어젠다를 펼치거나 여권 내부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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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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