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스코리아 조사 결과 유권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보수정당 위기론’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위기론의 원인이 보수정당 내부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었다. 보수정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응답도 압도적이었다.
이번 입소스코리아 조사에 응한 성인 남녀 1200명 중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론’에 동의한 응답자는 83.2%에 달했다. 이 같은 의견은 진보와 보수 이념성향을 가리지 않고 비슷하게 나타났다. 보수정당이 위기라는 진단에 대해 ‘동의한다’는 평가가 진보층(85%), 중도층(80.8%), 보수층(84.7%) 모두 80%대를 웃돌았다.
보수정당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국민의식 변화 등과 같은 외부 요인(38.5%)보다 계파갈등 등 당내 요인에서 기인한다(61.5%)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인식은 보수층(65.2%)이 진보층(56.9%)보다 더 두드러졌다. 자유한국당 지지층(62.7%)과 바른미래당 지지층(65.2%)에서도 당내 요인을 지목하는 응답자들이 훨씬 많았다. 보수당 지지층 내에서도 보수정당의 내부 균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로 보인다. 입소스코리아 측은 이에 대해 “보수의 위기 유발 지점에 대해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이 더 크다는 일반인들의 진단이 나온 것에 대해 보수정당이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보수정당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보수정당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86.2%였고 ‘낙관적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13.8%에 불과했다. 또 지지층 내에서도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하는 흐름을 보여줬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도 보수정당 미래를 비관하는 의견(61.3%)이 낙관하는 의견(38.7%)보다 22.6%포인트나 높았다.
자한당·바미당 지지층서는 통합 찬성 많아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정당의 통합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전체적으로 보수정당 통합에 대한 반대론(36.5%)이 찬성론(30.4%)보다 높았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는 통합찬성론이 더 우세하게 나타났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통합 찬성 의견(77.6%)이 반대 의견(11.7%)보다 65.9%포인트 높았고 바른미래당 지지층에서도 통합 찬성 의견(56.5%)이 반대 의견(34.3%)보다 높았다. 이는 ‘보수정당 간 통합’이 보수정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보수정당 지지층 내에 확산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입소스코리아 측은 “보수정당 내부의 균열, 갈등이 다시 한 번 증폭될 경우 보수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나타내는 7개의 문항을 선정해 이에 대한 의견도 함께 분석했다. 7개 문항 전 항목에 대한 공감 비율이 70%를 웃돌아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보수정당은) 시대변화를 못 읽고 있다’는 문항에 대한 공감 의견이 88.1%로 전체 7개 문항 가운데 가장 많은 공감을 샀다. 이어 ‘권위주의적인 정당이다’(84.6%), ‘젊은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있다’(82.5%), ‘변화와 개혁보다 현상유지와 안정을 선호한다’(82%), ‘서민보다 대기업과 부자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78.1%), ‘강경 보수 지지층에 당이 끌려다니고 있다’(77.5%), ‘영남을 벗어나면 영향력이 없는 정당이다’(73.8%) 순이었다.
물론 보수정당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관한 문항 위주로 평가를 했기 때문에 입체적인 평가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정적 문항에 대한 동의율이 전 문항에 걸쳐 고루 높게 분포돼 있는 것은 보수정당의 현주소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대북 인식의 변화는?
“인권 개선 요구해야” 67.9%
“무력 도발 시 대응해야” 75%
올해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등 남북관계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 결과 북한에 대한 일반 유권자들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 요구에 동의하는 비율이 67.9%로 중립(24.5%)과 반대(7.6%)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연평도 폭격과 같은 북한의 무력 도발사태가 벌어질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비율이 75%로 중립(19.6%)과 반대(5.4%)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핵개발 등 북한의 전쟁 위협에도 불구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동의 의견이 43.5%로 반대 의견(30.7%)보다 높게 나타났다.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으로 부족한 면이 있지만 미래 동반자로 생각해 이해하고 감싸줘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동의 45.9%, 중립 34.6%, 반대 19.5%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북한의 인권 개선 요구’, ‘(무력) 도발 시 단호 대응’ 등의 문항에 대한 동의 수준(60% 이상)이 ‘인도적 지원’이나 ‘동반자로서의 포용정책 추진’에 대한 동의 수준(40% 이상)보다 높게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과 별개로 북한에 대한 국민의 기본 인식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