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작년까지는 탄핵 정국으로 어수선했던 이전 정부와 대비되는 ‘기저(基底) 효과’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 효과’가 맞물리면서 지지율이 고공 행진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급등과 하락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부진과 함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한 고용 침체와 분배 악화로 지지율이 하락하다가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등 ‘대북·평화’ 이슈가 부각될 때엔 지지율이 급격히 반등했다. ‘경제’로 하락하는 지지율을 ‘북한’이 끌어올리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 문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5주째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취임 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9월 초 49%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50% 선(線)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정(國政) 지지율 50%는 국민 절반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잘못하고 있다’ 또는 ‘모르겠다’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즉 ‘지지율 50%’는 대통령 지지층의 수가 다수를 차지하느냐 아니면 소수로 밀리느냐란 중요한 갈림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기간 중에 지지율 50%가 무너진 이후엔 다시 회복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전례와 다르게 문 대통령은 지지율 급등락이 반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논의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한 것의 영향이 컸다. 최근엔 지난 9월 말에 열렸던 3차 남북 정상회담 효과가 미미해지면서 하락 곡선으로 갈아탄 문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50% 아래로 떨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권 일각, 벌써 ‘레임덕 신호탄’ 거론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 18개월이 지난 시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집권 2년 차 3분기에 과거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김대중(46%), 김영삼(44%), 박근혜(44%), 이명박(36%), 노무현(36%) 등이었다. 하지만 집권 초반에 지지율이 70~80%로 과거 정부에 비해 높은 흐름을 이어갔던 문 대통령의 경우에는 50%도 체감상 낮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야권(野圈) 일각에선 대통령 지지율 50%의 붕괴를 ‘레임덕(lame duck)’, 즉 권력누수 현상의 신호탄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레임덕의 조건으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뿐 아니라 인사와 정책에 대한 여권(與圈) 내부 반발,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의 부각, 친인척 및 측근 비리 등이 꼽힌다. 단순히 대통령 지지율 50%가 붕괴됐다고 해서 레임덕이 시작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레임덕의 가장 중요한 변수인 대통령 지지율의 하락 추세는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대통령 지지율이 작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 본인(41%)과 정의당 심상정 후보(6%)의 득표율 합(合)인 47% 아래로 떨어질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선에서 진보 진영을 지지했던 유권자 비율인 47%를 ‘심리적 지지선’으로 보기 때문이다. ‘심리적 지지선’이 뚫리면 진보 진영 지지층도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지율 하락으로 대통령 지지층보다 반대층이 늘어날 경우에도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국정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평가는 ‘잘하고 있다’ 52%, ‘잘못하고 있다’ 40%, ‘모름·무응답’ 8% 등이었다. 국정 지지율 설문에서 ‘모름·무응답’이 대략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의 하락 곡선과 부정 평가의 상승 곡선이 엇갈리는 지점은 45%다. 즉 대통령 지지율이 45%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반대층이 지지층을 추월한다는 의미다. 야권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반대층이 다수”란 비판을 쏟아내면서 각종 정부 정책의 방향 수정에 대한 압박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 시점이다.

긍정·부정 평가 엇갈리는 지점은 45%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지지율과 관련한 진짜 위기는 ‘당·청(黨·靑) 지지율 역전’이라고 한다. 최근 갤럽 조사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2%로 문 대통령 지지율과의 차이가 10%포인트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기엔 여당도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기 때문에 여당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추월하는 당·청 지지율 역전 현상이 쉽게 나타나진 않는다. 하지만 갤럽 조사에서 지난 1월 초에 비해 문 대통령 지지율은 72%에서 52%로 20%포인트 하락한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48%에서 42%로 6%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냐, 못하냐’란 절대평가로 측정하지만, 정당 지지율은 각 정당들 중에서 ‘어디를 지지하는가’란 상대평가로 측정한다. 특정 정당이 절대적인 수준에서 잘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경쟁 상대와 비교 평가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의 경우 당 쇄신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끊이지 않는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의한 반사이익이 크기 때문에 야당과의 비교 평가에서 비교적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민주당 지지율은 40~45%로 꾸준한 가운데 국정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만 하락하면서 당·청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 대통령의 ‘영(令)’이 여권에서도 제대로 서지 않는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된다는 의미다.

당·청 지지율 역전이 레임덕에 미친 영향

역대 정부에서도 당·청 지지율 역전이 레임덕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던 2015년 1월에 연말정산 환급 축소와 담뱃값 인상 등과 관련한 서민 증세 논란으로 지지율이 29%로 급락했다.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2%였던 여당(새누리당) 지지율을 밑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선 친이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실정(失政)을 성토하며 “당이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지율 역전이 벌어지면서 당·청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꾸려는 여당 내 비주류의 선상 반란으로 인해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린 사례로 꼽힌다.

최근에도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따라 여권 내부의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 여권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레임덕에 벌써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손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여당의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에 반대하는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과 ‘혜경궁 김씨’ 트위터 경찰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여권의 기류 등을 거론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박 시장은 청와대에 정면으로 치받고 올라오고, 이 지사는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며 대통령에게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여당 소속 차기 대선 주자들과 여당 친문(親文) 진영과의 갈등 분위기를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연관시켜 여권 내 파워게임이 시작됐다고 해석한 것이다.

향후 대통령 지지율의 추세와 관련해선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는 한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영남, 자영업자에서 매우 낮게 나오고 있다”며 “이것은 ‘이영자(20대·영남·자영업자)’ 현상”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일자리 위기에 직면한 20대와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지역별로는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뿐 아니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선출된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다. 이에 대해선 “지역 유권자들이 여당 소속으로 시·도 지사를 뽑아줬지만 경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경제가 문제란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남북 또는 미·북 정상회담이란 단기 이벤트가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북한 이슈의 효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에도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은 것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기엔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이 멀리 해외까지 나가서 국가 정상을 만나며 일하는 모습이 미디어를 통해 집중 조명을 받는 효과 덕분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유럽 순방에서 각국에 ‘대북 제재 완화’를 호소하고 교황의 방북 수락 의사를 확인하는 등 지금까지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던 북한 이슈를 집중 부각시켰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유럽 순방 기간에 계속 하락했다. 그 이유로는 “국내 경제가 이토록 힘든데 왜 북한만 챙기느냐는 불만이 영향을 준 것 같다” “여당이 내세우는 ‘평화가 경제’란 슬로건도 먹히지 않고 있다”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경제’가 이중 악재로 작용

최근 갤럽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민생 해결 부족’(44%)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대북 관계·친북 성향’(21%)이었다. ‘대북 관계·친북 성향’이란 응답은 6개월 전 9%, 한 달 전 14%에 비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데도 정부가 ‘대북 제재 완화’에 중점을 둔다면 북한 이슈가 되레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조사 결과다. 앞으로는 ‘북한’이 ‘경제’와 함께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는 이중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면 지지층도 상당수가 반대로 돌아설 수 있다”며 “경제가 안 좋아도 남북 문제만 잘되면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내성이 생기면 약발은 떨어지기 마련”이라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정상회담 단기 이벤트 효과는 앞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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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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