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를 졸업한 변호사 A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약사 B씨와 지난해 1월 결혼했다. 친구인 외교관 C씨는 함께 서울대를 졸업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D씨와 결혼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지상파 방송국 PD E씨는 역시 서울대를 졸업한 변호사 F씨와 결혼했다. 비슷한 시기에 고려대를 졸업해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는 친구 G씨는 서울대를 졸업해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H씨와 결혼했다. H씨의 대학 동창이자 대기업 유통회사에 다니는 I씨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여의도 금융맨 J씨와 결혼했다. J씨의 회사 동기인 K씨는 지역방송국 아나운서 L씨와 결혼했다.

‘끼리끼리 결혼하는 것’이라는 말은 사회생활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말이다. 주변 누군가가 결혼한다 해서 결혼식장을 찾았더니 비슷한 직업의 비슷한 환경을 가진 사람과 결혼하더라는 얘기는 흔하다.

예전에는 젊은 의사, 변호사에게 ‘좋은 혼사’가 들어오는 일이 더러 있었다. 20년 전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한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지방 출신으로 사시 붙고 나면 음·미대 졸업하고 전업주부를 꿈꾸는 부잣집 딸들 만나보겠냐는 권유가 꽤 많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일이 예전처럼 흔하지 않다. 4년 전 한 대형 로펌에 입사한 변호사는 “입사 동기 중에 이른바 ‘혼테크’를 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결혼을 했지만 전문직이나 공무원, 대기업 사원 등과 결혼했다는 것이다. 결혼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혼테크’를 한 사례는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게 요즘 전문직들의 설명이다.

늘어나는 동질혼

사회학에는 ‘동질혼(Homogamy)’이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일컬어 동질혼이라고 말한다. 사회학자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동질혼 경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조사한 바를 살펴보자. 학력 수준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사회에서의 동질혼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고졸 학력 남성이 고졸 학력 여성과, 대졸 학력 남성이 대졸 학력 여성과 결혼하는 교육적 동질혼은 전체 혼인의 58.1%였다. 대신 학력 수준이 낮은 여성이 높은 남성과 결혼하는 상승혼(Hypergamy·승혼)이 전체 혼인 건수의 41.0%를 차지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학력 수준이 높은 하강혼(Hypogamy·강혼)은 0.9%에 불과했다.

동질혼은 꾸준히 늘어났다. 2000년에 들어서면 전체 혼인의 71.7%가 동질혼으로 이뤄졌다. 동질혼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이유는 ‘승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학력 향상에 힘입어 남성이 비슷한 학력의 여성과 결혼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2015년에 들어서면 동질혼의 비중은 78.5%로 결혼하는 5쌍 중 4쌍은 동질혼으로 봐도 될 정도가 됐다.

실제 결혼시장의 모습을 따져봐도 같은 결과가 보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2016년부터 2년간 성혼(成婚)시킨 부부 3024쌍을 조사해봤을 때 전체 부부의 56.5%가 동일한 학력 수준에서 결혼했다. 남성 학력이 더 높은 경우, 즉 승혼은 23.9%였고 여성 학력이 더 높은 경우, 즉 강혼은 19.6%나 됐다. 승혼과 강혼이 비슷한 수치다.

동질혼이 늘어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한 문장으로도 말할 수 있다. 여성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질혼의 증가는 그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한국 사회의 문제를 대표한다. 우선 저출산 문제와 관련돼 있다.

합계출산율 1.0명의 벽을 무너뜨린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 많이 꼽히는 것 중 하나는 청년세대의 미혼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초저출산현상 지속의 원인과 정책과제’를 보면 혼인율 감소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잘 드러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의 설명이다.

“기존에는 유배우출산율, 그러니까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져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막상 조사를 해보니 더 큰 문제는 결혼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드는 것에 있었습니다. 한국은 혼외 출산율이 굉장히 낮은 편인데 결혼하지 않으면 아이를 잘 낳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결혼 자체를 안 하니 출산율도 떨어지는 것이지요. 조사를 해보면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는 것보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출산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질혼 아니면 비혼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 많은 원인이 거론됐지만 최근 주목할 만한 보고서가 하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나온 ‘배우자 간 사회·경제적 격차 변화와 저출산 대응방안’이다. 저출산 해결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발간된 보고서인데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명진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동질혼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자신과 같은 수준의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결혼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서 ‘청년층의 비혼에 대한 인식과 저출산 대응방안’을 살펴보자. 20~30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결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가장 많은 대답이 ‘아직 결혼하기 이른 나이라고 생각해서’와 ‘내 기대치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였다. 보고서는 이를 ‘자발적 결혼 연기 사유’라고 이름 붙였는데 주위 환경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원하지 않아 미혼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소득·고학력 미혼자 중에 자발적으로 결혼을 연기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학력자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경우 자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54.8%였다. 고졸 이하의 학력자가 35.6%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에 비해 뚜렷하게 높은 수치다. 소득별로도 차이가 난다.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사람은 61.0%가 자발적으로 결혼을 연기했다고 대답했다. 월평균 100만원 미만 소득을 얻는 사람 27.5%가 자발적이라고 한 것과 비교된다.

미혼 고소득·고학력자의 상당수가 아예 결혼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대학원 이상 미혼 고학력자가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비혼(非婚)을 선택한 경우는 14.3%에 불과했다. 반면 고졸 이하 미혼자의 33.3%는 비혼이다. 월평균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는 단 13.6%만이 비혼이다. 월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자는 38.5%가 그렇다.

‘결혼불평등 사회’의 시작

그러니까 두 가지 현상이 눈에 띈다. 첫째, ‘끼리끼리’ 결혼하는 동질혼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과 둘째, 결혼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나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만 결혼하는 ‘결혼불평등 사회’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책 ‘결혼시장’의 저자이자 법학자인 준 카르본과 나오미 칸은 저서에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질혼 강화 현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몇 가지 인상적인 부분을 발췌해보자.

“1960년대에는 미국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전형적인 가족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고 그 이미지는 고등학교 중퇴자 가족이건 대졸자 가족이건 보스턴에 사는 가족이건 아이오와의 농촌에 사는 가족이건 다르지 않았다. … 1990년대에는 가족 패턴에 계급 차이가 나타났다. 대졸자 집단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결혼을 훨씬 늦게 하고 끼리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월등하게 안정적인 가족을 꾸리기 시작했다.” (33쪽)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만 늘어난 결과 대학 졸업장이나 고도의 전문 기술이 없는 남성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144쪽)

“원래는 언제나 소득 분포의 중간층에 안정적이고 결혼을 지향하는 고졸자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간층이 사라지고 있다.” (149쪽)

“진화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버스는 남녀가 상대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지 연구했다. … 21세기가 되자 미국인, 특히 남성은 상대의 경제적 능력을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동시에 상대가 집안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성의 수는 급격하게 줄었다. 그리고 남녀 모두 사랑과 신체적 매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129쪽)

“사회학자 크리스틴 슈워츠는 남녀가 모두 소득이 높은 배우자를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할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욱더 많은 남성이 결혼 생활에서 ‘자기 몫을 책임질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있다.” (130쪽)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한국에서도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이 일단 크게 나뉜다. 결혼에 드는 비용이 2억원이 넘는다는 결혼정보회사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결혼은 단지 낭만적인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상황이 뒷받침됐을 때 가능한 결과물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불안정한 환경이 이런 경향을 더 강화시켰다고 설명한다.

김경근 교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동질혼 경향을 강화시킨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전례 없는 구조조정과 대량 실업이 낭만적 동기에 따른 결혼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냉철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해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보다 경제적인 조건을 살펴보게 됐다는 얘기다. 그중 가장 알아보기 쉽고 객관적인 요소가 학력 수준이었기 때문에 교육적 동질혼이 더 확산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M씨의 사연은 사랑과 결혼 사이에 높은 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M씨는 2004년 인천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것을 시작으로 인천과 부천 등지에서 경력을 쌓은 업계 베테랑이다. 회사에서는 중요한 인재 대접을 받지만 예전 남자친구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지인의 소개를 받아 유명 회계법인에 다니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남자친구가 워낙 좋은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도 좀 됐었는데 성격도 취미도 잘 맞아 오래 사귀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4년을 사귀고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남자친구 집안과 저희 집안은 너무 달랐어요. 남자친구 아버지는 교사,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딱히 특징이 없을 정도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어요. 그러나 저희 부모님은 이혼을 했었고 제 남동생은 여전히 취업준비 중이었지요. 남자친구 부모님은 제 얘기를 듣자마자 결혼에 반대했다고 해요.”

M씨가 남자친구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가장 큰 상처는 의외로 친구를 통해서였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저를 위로해주면서 했던 얘기가 ‘난 네가 그 사람과 결혼해 신분상승 좀 하나 했었는데 역시 사람은 끼리끼리 살아야 하는 것 같아’였어요. 제 깜냥에 좋은 학교 나와서 잘나가는 남자친구 만나기란 어렵다는 얘기였지요.”

그리고 M씨와 헤어진 남자친구는 1년 뒤 다른 여성과 결혼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찾아본 상대방은 같은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이었다. M씨는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회사 상사가 소개시켜준 사람으로 근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남성이다.

계급을 재생산하는 결혼제도

‘끼리끼리’ 결혼하는 사회에서는 결혼을 통해 계급이 재생산된다. 고소득·고학력 남성과 고소득·고학력 여성이 만나 꾸리는 가정이 순탄할 것이라는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고소득·고학력 남성과 고소득·고학력 여성이 결합하는 것은 단지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늘어난다는 수준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전국가정현황조사(National Survey of Family Growth)를 보면 ‘주변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들 사이에서 계급 차이가 드러났다. 저학력 집단의 사람들 중 53%가 “아는 사람 대부분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고학력 집단에서는 단 17%만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중요하다. 예전처럼 남성과 여성 간에 사회적 지위와 소득, 학력이 차이가 나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남성은 생계부양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남성은 가부장적 책임 때문에, 여성은 ‘독박 육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고소득·고학력 여성은 가정 내 성평등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 여전히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다른 계층에 비해 여성이 고학력·고소득일 경우에는 훨씬 더 평등하고 자율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다.

자녀 세대로 가면 동질혼은 계급 재생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의 계급이 자녀의 계급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이제는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타고난 부모의 배경에서 직업과 소득의 차이가 발생한다.

특이할 만한 것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직업과 소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정규직인 경우 자녀가 정규직일 확률은 78%이고 아버지가 비정규직일 때 자녀가 정규직일 확률은 74%다. 아버지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가 정규직일 경우에는 다르다. 정규직인 어머니 밑에서 정규직 자녀가 나올 확률은 78%지만 어머니가 비정규직이면 68%로 크게 떨어진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더 상위 계급의 여성을 만나려고 할 것이다. 서울의 사립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N씨는 “경제적으로 좀 어려움을 겪더라도 ‘혼테크’는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부과 전문의인 그가 2011년 결혼할 당시만 하더라도 ‘개원하게 도와주겠다’면서 자신의 딸과 만나보라며 접근하던 재력가도 있었다. 그러나 N씨는 “마음 불편하고 밑지는 결혼생활을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저와 동등한 입장에서 동등한 시선으로 같이 어려움을 나눠가며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는 것이다. 결국 N씨가 결혼한 상대는 같은 대학을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였다.

동질혼이 낳는 문제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가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들 중 미래 배우자의 학력이 나보다 낮아도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6.3%에 불과하다. 배우자의 학력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사람이 34.5%이긴 하지만 나머지 59.2%는 최소한 자신과 비슷하거나 높아야 한다고 답했다.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배우자가 나보다 소득이 낮아도 된다고 답한 30대 미혼 남성은 6.3%에 그친다. 사회적 지위가 낮아도 된다고 말한 사람도 4.4%에 불과하다. 고소득·고학력 남성들이 예전처럼 이성적 매력만 보고 여성을 결혼 상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동질혼 경향이 강해졌을 때 남게 되는 집단은 명확하다. 저학력·저소득 계층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저학력·저소득 남성 집단에 주목한다. 미국의 법학자 준 카르본과 나오미 칸은 “소득과 학력이 낮은 남녀 사이에서 결혼은 점점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이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이혼으로 끝맺을 확률이 높다”며 “심지어 대등한 결혼이라는 것은 고등교육을 받은 고소득 여성에게서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고소득·고학력 동질혼 가정의 이혼율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저학력·저소득 가정의 이혼율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은 저서 ‘출구 없는 사회’에서 동질혼의 강화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럽 사회처럼 동질혼 경향이 강하고 계급이 뚜렷한 곳에서는 얼핏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니엘 코엔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집단 밖에서 희생양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쉽게 말하자면 ‘어차피 끼리끼리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상위 계급의 동질혼을 욕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능력과 사회적 지위에 맞게 선택해 살아가는 일일 뿐이다. 사람들은 공고해지는 계급에 분노하기보다 차라리 사회 밖의 희생양을 찾는다. 저소득·저학력 집단이 상위 계급이 아니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분노를 돌리는 경향이 설명이 되는 셈이다.

결혼은 낭만적인 단어가 아니다. 예전에도 결혼은 사회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경제적·사회적 계급을 만들어내고 공고히 하면서 사회를 유지시킨다. 결혼이 계급을 창출하고 재생산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자유의지에 의한 비혼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결혼 못 하는 사람’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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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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