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한 살 생일을 보낸 비숑프리제 ‘유나’는 김영인씨의 반려견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노인인 미니어처푸들 ‘째리’는 윤재승씨와 13년을 살았다. 얼마 전 장도희씨는 9년을 함께 살았던 고양이 ‘키위’를 병으로 잃었다.

김영인씨는 맨 처음 유나를 입양하면서부터 ‘무서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연히 동네 ‘펫숍(반려견가게)’ 앞을 지나가다가 너무 눈에 밟히는 강아지가 있어 이끌리듯이 그날,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어요. 주변에 반려견 키우는 사람이 많아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쉬운 게 하나도 없더군요.”

분양비만 50만원이 들었다. 태어난 지 갓 두 달 된 강아지라 각종 예방접종도 받아야 했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면서 쓴 돈만 30만원 정도 된다. 백신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대개 3만~5만원 정도 들었고 심장사상충 주사를 맞는 데도 매달 5만원씩 들었기 때문이다. 발정기가 오기 전 중성화수술도 마쳤다. 45만원 정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돈이 많이 든다’고는 했지만 진짜 얼마나 드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어요. 가벼운 감기로, 찰과상을 입어, 병원을 한 번 갈 때마다 2만~3만원은 기본으로 들더군요.”

13살 된 ‘째리’는 병원을 놀이터처럼 여긴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들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윤재승씨는 얼마 전 째리의 치주염 수술 비용으로 260만원을 지출했다. 수술 이후에도 꾸준히 치아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정기적으로 받는 치아 스케일링 비용은 30만원이다.

“지난 달에는 관절염 때문에 병원을 찾았는데 엑스레이를 찍고 주사를 맞는 진료비가 6만원, 약값이 2만5000원 들었습니다. 워낙 건강했기 때문에 남들이 동물병원비가 비싸다고 할 때는 미처 잘 몰랐어요. 요즘은 한 달에 거의 30만원 이상을 병원비로 쏟는 것 같습니다.”

장도희씨에게 반려묘(猫) ‘키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키위는 죽기 1년 전부터 신장투석을 받았다.

“신장 관련된 치료 비용으로만 2000만원 넘게 쓴 것 같아요. 키위가 죽기 전에 영수증을 한 번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때 1900만원이 넘었거든요. 그 이후로 한두 달 더 살다가 갔으니 아마 2000만원은 훌쩍 넘겼을 거예요.”

어쩌다가 한 번 입원하면 200만원이 들어갔다. 아침마다 약을 한 번에 10알 넘게 먹어야 했는데 약값만 해도 총 500만원이 들었다.

“예전에 키위가 피부염에 걸린 적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주사 맞고 약 처방받는 비용으로 8만2000원이 나왔어요. 주변에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니 보통 4만~5만원 나온대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따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게 무색할 정도네요.”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함께 조사한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일 년에 동물병원을 한 번도 들르지 않은 반려견은 22.2%에 불과하다. 연평균 피부염이나 관절염 같은 질병을 치료하러 3.2회 들렀다. 총 평균 33.2만원이 들었다. 타박상 같은 상해를 치료하러 연평균 2.5회 더 들렀다. 반려견 한 마리에 평균 42.5만원이 들었다.

병원비는 반려동물과 살기 위해 드는 비용을 대표하는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이 함께 조사한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전체의 23.7%나 된다. 반려견은 507만마리, 반려묘는 128만마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이 곁에 있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반려동물을 둘러싼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려동물의 경제’는 주먹구구식이다.

반려동물 질병 치료비 ‘비싸다’ 87.4%

한국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이 넘었다고들 이야기하지만 이 숫자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2018년 조사 결과대로 반려동물 가구가 전체의 23.7%라면 478만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7년 반려동물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반려동물 가구 비중이 전체의 29.4%이기 때문에 574만가구에 반려동물이 산다고 볼 수 있다. 꽤 차이가 나는 수치다.

반려동물 인구가 얼마만큼인지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추정치로만 따지면 여느 반려동물 선진국 못지않은 수의 반려동물 인구가 있지만 통계는 부정확하고 시장은 주먹구구식이다. 반려동물 경제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하는 동물 의료 분야는 특히 더 그렇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비싸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보면 동물병원 질병 진료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7.4%, 예방접종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1.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기르던 반려견 3마리로부터 태어난 강아지 10마리까지 함께 모두 13마리를 기르고 있는 전지운(가명)씨는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직접 백신을 사와 반려견들에게 주사한다고 말했다.

“병원 가서 맞으면 한 번에 4만~5만원은 나오거든요. 제가 사서 맞히면 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전씨는 진료비가 비싸서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접 구입하면 겨우 만원인 백신을 4~5배 뻥튀기 해서 파는 병원들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사실 한국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국제적으로 봤을 때 크게 비싼 것이 아니다. 한국수의임상포럼에서 내놓은 보고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을 보면 한국에서는 동물병원의 복부초음파 비용이 가장 비싼 경우 5만5000원이었다. 미국의 수가조사집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40.71달러, 약 27만3400원 정도 든다. 독일의 수가집을 봐도 허용되는 가격 범위가 최소 42.34유로(약 5만4100원)에서 127.02유로(약 16만2300원)까지 비교적 높은 가격대를 유지한다. 다른 진료항목도 비슷하다. 입원료나 약값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한국의 입원료는 3만원부터 5만원대에 이르는데 미국에서는 6만~8만원, 독일에서는 2만~6만원이다.

동물병원비가 비싼 이유

김현욱 한국수의임상포럼 회장은 국민건강보험과의 비교를 통해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한국에서는 병원 진료를 받아도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약 15%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도 매달 내는 건강보험비에서 충당되는 것이기는 해요. 반려동물 진료비가 무작정 비싸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거기다가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과되는 부가세 10%가 문제입니다. 성형수술 같은 사행성 의료에만 붙는 부가세를 반려동물 진료비에 붙이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비용이 증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진료비에도 건강보험 같은 제도를 도입할 수 없을까. 사람이 병원에 방문했다고 생각해 보자. 의사가 진단을 내리고 나면 치료는 의사 임의의 판단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질병마다 그에 맞는 표준화된 치료 절차가 있다. 그에 따라 의사가 진료하고 처방을 내리는데, 이 과정은 보건당국에 의해 모니터링된다. 그러나 동물병원에는 이런 표준화 절차가 아예 없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관리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 동물병원 진료와 관련된 문제는 세 가지입니다. 비싸다, 편차가 과다하다, 과잉진료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피부염에 대한 진료가 이뤄질 때 사람의 진료라면 어떤 질병에 어떤 약을 쓰고 주사 처방을 해야 하는지 표준화된 진료 체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에게는 그런 게 없으니 병원마다 다른 처방에 다른 행위가 이뤄지고 그 행위에 대한 가격도 ‘알아서’ 받는 식입니다.”

현재 동물병원 진료비는 “인근 병원의 수가를 참고해서 병원 운영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수의사들의 설명이다. 정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병원비가 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 느낄 법도 하다. 한국수의임상포럼에서 직접 조사한 바를 봐도 알 수 있다. 수의사 4명 미만이 근무하는 소형 동물병원 13곳을 조사해 봤더니 반려동물 입원비는 제일 적은 병원이 1만5000원, 많은 병원은 5만5000원으로 3.67배 차이가 났다. 피부질환 검사 항목 중에는 적게는 3300원, 많게는 1만7000원으로 5배 넘게 차이 나는 곳도 있었다.

지금은 반려동물이 특정한 질병에 걸려 병원을 찾아가더라도 진단명이 병원마다 달라질 수 있다. 오진(誤診)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같은 질병도 다르게 부른다는 것이다. 병원마다, 시스템마다 진료코드가 다르고 진단명이 차이가 나니 정확한 통계는 물론 표준화된 절차를 만들기도 어렵다.

자연히 과잉진료가 일어나기도 한다. 약만 먹어도 나을 수 있는 피부염에 주사제를 쓰고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감기에 입원 수속을 밟게 하는 일이 상당히 일어난다. 수의학계 설명대로라도 한국의 동물병원 병원비 자체가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잉진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진료비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도도 기준도 없는 동물병원비

외국에서는 동물병원비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독일은 동물병원 수가제를 도입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수가제는 일종의 정액제다. 벨기에,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도 동물병원 수가제를 도입했다가 유럽연합(EU)의 권고로 폐지한 바 있다. 수가제가 일종의 담합이라는 의견이 있어서다. 그러나 독일의 수가제는 완전한 정액제가 아니라 수가의 3배까지 요구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아주 간단한 처치에는 1만원이 든다고 하자. 좀 더 심각한 상황인 경우에는 의사의 재량하에 3만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수가제는 반려동물 가구 입장에서는 가장 편리한 제도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선 수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질병에 대한 표준 진료절차가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거기다 수의사 단체들은 수가제가 도입되고 나면 지금의 동네병원처럼 진료의 질은 차치하고 더 많은 환자를 받는 것에만 몰두하게 될 거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수가제를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보다 완화해 도입할 수 있는 제도는 진료비용 공시제다.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것처럼 병원마다 비용을 공개할 수도 있고 정기적으로 통계치가 발표되는 것처럼 전체 병원의 평균 진료비용이 공시될 수도 있다. 미국의 동물병원 협회(AAHA)는 2년마다 동물병원들의 수가를 조사해 통계집으로 발표하고 있다. 마치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처럼 어떤 질병으로 병원을 찾으면 평균적으로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병원과 소비자 양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다.

권장소비자가격이 제시될 수도 있다. 시장의 자유경쟁을 강조한다는 중국의 의료시장에서는 동물병원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을 명시해야 한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중국 베이징에서는 소비자들에게도 권장소비자가격 참고자료를 제공한다. 다만 권장소비자가격을 병원이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가장 약한 수준의 진료비 정책은 진료비 사전 고지제다. 진료를 받기 전에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미리 고지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영국이나 싱가포르,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2017년 영국의 왕립 수의과대학에서는 진료비와 관련해 행동강령을 내놓았다. 여기에서는 기본적으로 진료비란 “병원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공개되고 정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보호자는 병원비의 모든 것에 대해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영국 병원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명시적인 승낙이 있어야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이 어려울까. 수가제는 외국에서도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수가제를 도입했다가 동물병원의 반발로 철회되는 사례도 있었다. 수의사단체의 한 임원은 “동물병원은 기본적으로 단가가 높고 재량에 따라 진료비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곳인데 일괄적으로 비용을 정하면 진료의 질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하거나 진료비 사전고지제가 도입되려면 미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반려동물 등록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반려동물 진료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의 표준화 문제는 여전히 외국에서도 해결 중인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동물 등록률을 높이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등록된 반려동물은 전체의 33.5%에 그친다.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등록하지 않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태도는 반려동물에 대한 부정확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되돌아온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고 유기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한 인도적인 제도가 아니다. 반려동물의 식별을 쉽게 하기 위한 실질적 필요가 있어 도입된 것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할 때 서로 비슷하게 생긴 개체를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이 동물등록제다.

동물등록제가 잘 실시된다면 동물 보험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를 상당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반려동물 보험이다. 선진국에서도 반려동물 진료의 표준화나 가격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은 몇 없다. 대신 반려동물 보험시장이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다. 영국의 반려동물 가입률은 25%다. 반면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겨우 10억원에 불과하다.

숫자만 늘어나는 반려동물 경제

반려동물 진료 표준화가 하루아침에 정립되기는 어렵다. 표준화가 되지 않으니 동물병원 진료비를 제도적으로 합리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해결책은 보험시장에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사전고지제나 수가제 같은 제도는 없지만 보험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반려동물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김성호 보험개발원 상무는 일본의 애니콤(Anicom) 동물보험을 모범적인 사례로 꼽았다.

“애니콤 보험은 대부분 동물을 분양하는 펫숍에서 이뤄집니다. 중요한 것은 동물병원 6200곳과 직접 제휴를 맺어 진료코드를 동일하게 사용하고 과잉진료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병원과 직접 제휴하다 보니 사후에 정산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동물병원에서 직접 보험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물보험이 아주 미미한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니 보험사에서 너도나도 동물보험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게 보험사의 설명이다. 최근 반려동물 보험을 내놓은 한 보험사는 “보험가입 문의 건수가 하루에 몇십 건에 그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험 관련 업무는 보험사에서도 ‘변방’ 취급을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동물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과 리스크가 큰 상품이다. 동물의 의료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데 개체 식별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질병코드도 없는 상황이라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보험사에서는 보험료를 높이고 보장범위를 축소시키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을 들어도 비용만 커질 뿐 별다른 보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러니 동물보험의 수만 늘어난다고 해서 동물보험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대로라면 동물보험은 다른 반려동물 경제와 마찬가지로 수만 많아질 뿐 제멋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필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스템은 오래전 제정된 동물보호법 같은 기초적인 법률에 의거한 것이 전부다. 하다못해 동물병원의 이름과 관련된 시스템도 없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동물병원의 수가 4000개를 넘어섰지만 관련된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사람의 경우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데 병원을 개업할 경우 ‘피부과’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병상 수가 일정 수를 넘어가면 2차, 종합병원 등으로 규모가 커지고 그때마다 병원 이름에 쓸 수 있는 단어와 쓸 수 없는 단어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동물병원에서는 ‘24시병원’ ‘종합병원’ ‘메디컬센터’ 같은 단어가 혼재해 있어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어렵게 한다. 소비자들이 과연 무엇으로 의료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최소한 600만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껏 반려동물 경제는 반려동물 보호자 개인의 몫일 뿐 사회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지하경제처럼, 반려동물 시장은 주먹구구로 운영돼왔다. 그중 가장 인식되기 쉽고 합리적으로 재정비 가능한 곳이 의료 분야다. 반려동물 경제의 체계화는 의료서비스 표준화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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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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