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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3호] 2019.04.15

헛물켠 상하이 교민사회

臨政 100년 기대했는데…

▲ 상하이 황푸구 마당루 임시정부 청사에 걸린 1992년 한·중 수교 후 역대 대통령들의 방명록. photo 이동훈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이렇게 보내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최근 상하이 한인타운 홍췐루(虹泉路)에서 만난 교민 사회의 한 원로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상하이 한인 교민 사회는 임정 수립 100주년을 내심 기대해왔다. 건국절 논란을 무릅쓰면서까지 임시정부의 법통을 누차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컸다. 더욱이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역사학자들의 고증 끝에 기존에 기념해오던 4월 13일에서 4월 11일로 바뀐 첫해다. 당연히 임정 100주년 기념일을 즈음해 한국에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정도는 상하이를 찾아올 것으로 내심 낙관해왔다.
   
   하지만 당연히 올 것으로 기대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인 4월 11일(미국 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지난 3월 말 방중한 이낙연 총리는 하이난다오 보아오포럼 참석 후 상하이가 아닌 충칭(重慶)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충칭은 임시정부가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머문 곳으로, 충칭 롄화츠 38호 청사는 1945년 1월부터 8월까지 사용한 마지막 청사다.
   
   상하이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데 정부 최고위 관료가 참석하는 무대가 충칭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충칭은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많지 않아 아직 영사관도 없고 쓰촨성의 청두(成都) 총영사관에서 관할한다. 비록 지난 4월 11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상하이에서 열린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지만 상하이 교민들은 대통령이나 총리 한 명 오는 것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임정 100주년 행사는 지난해 99주년 행사와 비교해봤을 때도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규모다. 지난해 99주년 행사 때는 노영민 주중대사(현 대통령 비서실장), 이해찬 의원(현 민주당 대표), 이종걸 의원(이회영 선생의 손자), 김을동 전 의원(김좌진 장군의 손녀) 등이 참석해 임시정부 인근 랭햄호텔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랭햄호텔은 임정의 주 활동무대였던 프랑스 조계 한복판으로, 상하이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신천지(新天地) 바로 옆이다. 반면 올해 100주년 행사는 상하이 총영사관과 가까운 훙차오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이곳은 임정의 주 활동무대인 프랑스 조계와 멀리 떨어진 외곽이다.
   
   사실 상하이 한인 교민 사회는 올 초까지 들뜬 마음으로 임정 100주년에 대비해왔다. 상하이 총영사관 측도 지난 1월 상하이 난징루 영안백화점 옥상에서 임정 요인들의 신년 축하식을 재현하기도 했다. 영안백화점에는 안창호 선생이 숙소로 쓴 ‘대동여사(大同旅舍)’가 있었다. 황푸구 마당루에 있는 임정 청사 역시 100주년을 앞두고 입장권을 팔고 내빈들을 맞던 리셉션룸을 지난 3월 중순부터 리모델링하는 등 신경을 써왔다.
   
   상하이 교민 사회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임정 수립 100주년 기념식 축소 배경은 여러 가지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원인은 북한과의 임정 수립 100주년 공동 기념행사가 무산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북한과의 공동 기념행사를 타진해왔다. 하지만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공동 기념행사는 북측의 미온적 반응으로 결국 무산됐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헌법 전문에 넣어 강조하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그간 임시정부를 ‘망명 정객들의 사랑방’ 정도로 격하해왔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펴낸 ‘조선통사’는 “정치사상적으로 통합되지 않아 이 망명단체 안에서는 분파적 대립이 계속됐다”며 “해외 교민들과 국내 인민들로부터 거둬들인 독립자금을 탕진하면서 강대국들에 독립을 청원하러 다녔다”고 적시했다. 이마저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경색되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과의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하이 마당루 임정 청사 1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앞에 걸려 있는 사진은 임정의 초대 대통령(대통령제)을 지낸 이승만의 사진이다. 상하이 임시정부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는 김구는 당시 경무국장(경찰청장에 해당)이었다. 이승만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없는 상하이 시절보다는 임시정부 수반이 주석제로 바뀐 뒤 김구의 독무대였던 충칭 시절 임시정부에 더욱 비중을 뒀다는 지적이다. 충칭 임시정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방문했다.
   
   
   100주년 행사 쪼그라든 이유는
   
   실세 총영사 교체에 따른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상하이 총영사는 대선캠프 출신인 박선원 현 국정원장 특보다. 지난해 1월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된 박 전 총영사는 취임 초 한복 두루마기를 걸치고 임시정부 청사와 윤봉길 의사 의거 현장인 훙커우공원(현 루쉰공원)을 찾는 등 임정 수립 100주년을 의욕적으로 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임정 수립 99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한 것도 박 전 총영사의 작품이다.
   
   하지만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된 지 불과 6개월도 안 돼 국정원장 특보로 귀국해버리면서 약 3개월간 공백이 생겼다. 후임 총영사는 지난해 11월 직업 외교관 출신으로 노영민 전 주중대사(현 대통령 비서실장) 아래서 정무공사를 지낸 최영삼씨가 왔다. 결국 캠프 출신 낙하산 총영사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드(THAAD) 사태 이후 상하이 한인 교민 사회는 얼어붙었고 아직 완전 회복은 요원하다. 사드 여파는 지난 19대 대선 때 투표율로 나타났다. 상하이는 19대 대선 재외국민 투표 때 재외공관 가운데 투표 열기가 가장 높았다. 재외공관별 투표자 수에서 도쿄 주일본 대사관, 뉴욕 총영사관, LA 총영사관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결국 상하이 임정 수립 100주년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교민 사회를 격려하고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상하이에 있었던 임정 청사 중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원으로 유일하게 복원된 마당루 청사는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신천지 길 건너에 있어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이다. 상하이시 입장에서는 언제든 재개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상하이 임시정부 유적의 관리주체는 중국 측이다. 관람객들은 20위안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실내사진도 못 찍는 등 고압적 분위기에서 관람을 해야 한다. 점심 휴관시간은 무려 2시간이나 된다. 심지어 임정 100주년을 맞는 올해도 입장권에는 여전히 임정 수립일이 4월 13일로 잘못 표기돼 있다. 바로 맞은편 무료로 개방하는 중국공산당 창당지인 일대회지(一大會址)기념관과 비교하면 전시나 관리 상태가 천양지차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이 모두 상하이 임정 청사를 찾아 방명록을 남기고 중국 측 관계자를 만나 ‘임정의 보존’을 신신당부해왔다. 하지만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방명록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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