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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호] 2019.05.13

‘김태년 후보’ 37표의 의미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속내

▲ 지난 5월 8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인영 의원이 김태년 의원과 노웅래 의원을 따돌리고 제4기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의원(오른쪽)이 김태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지난 5월 8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이 아닌 1차 투표에서 유력 후보였던 김태년 의원이 받은 표수다. 다수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김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줄곧 우위를 점했다는 것은 과장이 섞인 표현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1차 투표에서 받은 37표는 예상치 못한 결과란 당내 평가가 많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16년 총선에서 당시 문재인 당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있으면서 선거구 획정을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첫 여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정청 간 정책의제를 조율했다. 지금도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과 가장 연락을 자주하는 여당 의원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1차 투표에서 30%(29.6%)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를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세 대결의 선상에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이런 분석은 이 원내대표가 얻은 표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김 의원의 저조한 득표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신임 원내대표가 얻은 표를 분석해보면 자신의 계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의 정치행동·정책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 등 개혁그룹의 지지에다 친문 사조직인 ‘부엉이모임’까지 표를 더하며 압승을 견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김 의원은 친문 초선 및 재선 일부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친문 의원들 중 다수는 왜 김 의원이 아닌 이 신임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졌을까.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다수의 여당 의원들은 자신이 친문이냐 아니냐보다 내년 총선에서 어느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냐의 관점에서 투표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은 정권 초반 최저임금제 도입, 부동산 대책 등의 문제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이런 정책들은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야당이 물고 늘어질 사안들이고 중도층 표심의 향방을 좌우할 사안들”이라며 “나부터도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원은 “김 의원이 이해찬 대표의 지지를 받았는데, 김 의원이 될 경우 당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같은 색채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도 당 전체적으로 보면 유리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노웅래 의원의 표가 결선에서 이 원내대표에게 거의 그대로 이동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
   
   현역 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또 다른 이유는 청와대발(發) 참모진 개편 소식이다. 사실 원내대표 선거 1주일 전만 해도 김 의원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뀐 것은 선거를 며칠 앞두고 청와대 출신 비서관이나 행정관까지 대거 내년 총선 출마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가뜩이나 지역구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들과 공천 경쟁을 해야 하는 현역 의원들의 피로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지난 4월 17일 확정된 민주당 총선 경선 안에 따르면 내년 경선은 2018년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권리당원 선거인단 50%와 안심번호(일반여론조사) 선거인단 50%의 결과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여기에 ‘정치신인’은 공천심사에서 10%의 가산점이 붙고, 현역 단체장이 중도에 그만두고 출마하는 경우엔 20% 감산된다. 물론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 예상자 중 가산점을 받을 만한 정치 신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이 한두 차례 이상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총선에 출마하려는 참모들을 위해 대규모 개편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내년 총선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내대표마저 대통령의 복심이 된다면 현역의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청와대 참모 차출도 의원들에겐 부담
   
   결국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지역 민심에 밝은 현역 의원들이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총선 승리를 위해서도, 자신들의 의원직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가 드러난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여기에 이인영 원내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변화’란 키워드를 내세운 것도 개별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도 있다. 이 원내대표는 운동권 출신으로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 오랜 기간 염색을 하지 않은 채 희끗한 머리를 하고 다녔는데, 이번 선거 과정에서 검은 머리로 염색을 했다. 또한 동료 의원들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견 발표 때 검은색으로 염색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머리부터 바꿨다. 당신의 변화를 입증하라는 의원님들 주문에 대한 제 대답”이라는 말로 호응을 이끌어냈다. 비문계 한 의원은 “지금 언론이나 당내에서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하는 분위기인데, 변화를 강조한 이 원내대표의 행보는 어떤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전략을 잘 짠 것 같다”며 “나름 청와대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 역시 내년 총선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바람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당선 확정 뒤 기자간담회에서 “첫째는 내년 총선에서 꼭 이겨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과 촛불 시민혁명의 완성을 이루자는 것이고, 둘째는 주류·비주류의 벽을 깨고 정권교체 때 문재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던 ‘용광로 감성’을 다시 회복해 당의 새로운 통합 질서를 만들어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 덧씌워 있는 ‘강성 운동권’에 대해서는 “정말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집이 세다는 평가도 불식하겠다. 다시 까칠하거나 말을 안 듣고 고집을 부리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바로 고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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