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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호] 2019.05.13

공천은 ‘패스트트랙’ 투쟁 기여도 順?

영남 다지는 한국당의 2020 총선 전략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vaidale111@naver.com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5월 7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앞에서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 대장정’ 출정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총선이 11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고 맞섰던 한국당이 대규모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도 크게 보면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지층 결집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연일 계속되는 황교안의 민생투쟁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하며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하자 정치권에선 “총선 시즌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외교 정책 전반에 대해 연일 강경한 비판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7일 부산을 시작으로 19일간 일정으로 ‘민생투쟁’ 행보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문재인 정권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에 매달려서 경제 ‘폭망’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라며 “모든 경제지표가 사상 최악으로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까지 추락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부산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황교안을 청와대로’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8일에는 경남으로 이동해 거제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방문을 시작으로 통영, 창원, 양산을 두루 돌아봤다. 이날 하루 경남 안에서만 180㎞가량을 이동했다. 황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는 휘호가 담긴 액자와 흉상을 바라보며 추모했고, 방명록에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대통령님의 큰 뜻 국민과 함께 지키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구현한 전시실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라는 주변의 권유에는 “제가 찍으면 오해가 생긴다”며 피했다.
   
   당에서는 황 대표의 ‘민생투쟁’을 통해 당의 지역적 기반인 영남 민심을 단단히 다지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최근 황 대표와 현장을 다녀보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에 고전했던 부산·경남 지역 민심이 완전히 한국당으로 돌아섰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대구·경북 지역보다 열기가 더 뜨거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서울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만들고 대여투쟁을 하려고 했으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천막 불허 방침을 밝히면서 황 대표가 평일에는 전국을 돌며 민생투쟁을 하고 주말에는 광화문 일대에서 ‘반(反)문재인 정권’ 집회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당내 일각에선 광화문 천막 당사보다 전국을 돌면서 지지층을 만나는 방식이 총선 대비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부산 지역 한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에 올라 있는 황 대표가 지역구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당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에서도 황 대표가 적극적인 행보를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대표는 5월 말에는 수도권 지역에서 집중적인 투쟁 행보를 이어간다.
   
   
   보수 통합은 어떻게?
   
   영남 지역의 지지세는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지만 총선에 대한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영남 지역과 비교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훨씬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아무리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한국당에 대해선 과거 ‘국정농단 세력’의 일원이라는 식의 프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에 상황이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보수 진영이 분열돼 있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한국당으로서는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 세력과 대한애국당 세력을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수도권 선거의 경우, 박빙인 1~2%포인트 격차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총선 전에 보수 통합 또는 연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대한애국당의 경우 한국당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숙제인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와 직결돼 있기도 하다. 황교안 대표는 최근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구속되어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되어 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정권에서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들 경우 보수 분열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박 전 대통령 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경우 수도권 선거의 확장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외면할 경우 골수 지지층이 떨어져나갈 수 있어 우리로서는 풀기 힘든 딜레마”라고 했다. 그러나 한 비례대표 의원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경제, 안보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문재인 정권 심판론 분위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 자연스럽게 보수 통합을 유도하면 의외로 어렵지 않게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공천
   
   민주당은 총선 공천룰을 확정했지만 한국당은 아직 논의 중인 상태다. 하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각 지역에서 책임당원을 늘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천을 받기 위한 내부 경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끌던 시절인 지난해 말 한국당은 김무성·최경환·홍문종·김용태·윤상현 의원 등 현역 의원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거나 향후 공모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당협위원장직에서 배제된 의원들은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 의원들이 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직에 기용되면서 의미가 반감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지난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과 향후 장외투쟁에서 각 의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지도부 의원은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언론의 카메라가 있든 없든 적극적으로 당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워준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의 노력은 공천에서 당연히 감안될 것”이라며 “이름은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잘 찾아보기 힘든 분들도 있었는데 그분들 또한 나름대로 평가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올해 내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대여 투쟁 기조는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라 각 의원들이 이런 당의 방향에 얼마나 협조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지켜볼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당은 젊은 세대 정치인들의 적극적 기용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올해 초 당협위원장 신규 임명 과정에서는 30~40대 신인 정치인들이 약진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정권심판론으로 총선을 치른다고 해도 당이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물갈이’가 필수”라며 “아무래도 중진급 의원들 중 상당수가 배제되고 그 자리를 30~40대 신인급 정치인들이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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