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허남식(61) 현 시장의 독주 체제가 선거 막판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부산시장 선거 구도에서는 허 시장의 대항마로 나서는 인물들 중에 무게감 있는 인물이 드문 데다 확실히 거론되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 허 시장의 맞수로 점쳐졌던 권철현 주일대사와 안경률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올 초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출마가 가장 유력해 보였던 친박계인 서병수 의원마저 최근에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친이-친박’ 구도에서 중립 성향을 지키고 있는 허 시장과의 대결 구도가 부담스러워서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영삼(57) 전 부산발전연구원장과 최재범(64) 한진중공업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허 시장과 경선을 치를 인물이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에서도 다수의 후보들이 나오거나 거론되고 있지만 한나라당 정서가 지배적인 부산에서 본선인 시장 선거가 치러지면 한나라당 간판을 단 허 시장에 대적할 만한 후보는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판세 분석이다. 허 시장은 재임 동안 부산이 경제적·정치적으로 침체를 거듭했다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유력한 후보다. 그는 현직 프리미엄과 재선을 치르면서 다져놓은 조직 기반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3선을 자신하고 있다. 허 시장은 여야 상대 후보들의 잇단 공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세에 반응할 경우 논란이나 공방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자신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 김영삼·최재범 등 경선 도전장

허 시장은 “북항 재개발, 강서 국제물류도시 조성 등 부산이 그동안 추진해 온 대형 프로젝트들이 많은데 이를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며 ‘3선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산관광단지 등 허 시장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정책 실패 등을 상대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 설득력을 얻게 될 경우 독주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삼 전 부산발전연구원장은 허 시장을 제외하고 한나라당 경선에 도전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인사다. 김 전 원장은 “재미있고 참신한 선거운동을 펼쳐 부산에 새 바람을 몰고 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동의대 교수인 그는 부산발전연구원장을 지내는 동안 부산지역의 굵직굵직한 각종 발전 전략들을 내놓아 참신한 발전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란 평도 나오고 있다. 과거 허 시장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했던 그가 이제는 허 시장과 시장후보 자리를 두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허 시장의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허 시장의 정책 허점을 집요하게 공략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허 시장과의 대결에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최재범 한진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본격적인 출전 행보에 나서고 있다. 최 부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을 때 행정부시장으로 일하면서 손발을 맞췄고, 지난 대선 때도 일정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경선에서의 허 시장 독주에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친이 측이 최 부회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내 경선에 나설 경우 허 시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회장은 2004년 안상영 전 시장 사망으로 치러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경선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김칠두(60) 전 산업자원부 차관의 경우, 설 연휴 직후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자신의 부산 발전 20대 구상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하기로 하는 등 시장 출마를 위한 예비활동에 들어갔다. 또 3월 초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김 전 장관은 자신의 부산 발전 20대 구상에 대한 부산 의원들의 평가와 반응, 출판기념회 이후 시민여론 등을 보면서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민주, 문재인 등 거론… 3월말 확정

이에 비해 야권은 여러 인물이 후보로 나서고 있으며 또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57)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정환(55)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노재철(49) 전 사학연금공단 이사 등이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김정길(64) 전 대한체육회장과 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재선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조경태(42) 부산시당위원장도 예상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최상의 카드인 문 전 실장이 현실정치 참여에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데다 다른 후보들도 아직 명백한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 않아 민주당은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장 권한대행, 해양수산부 장관 등을 지낸 오거돈(62) 한국해양대 총장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오 총장은 “총장직에 전념하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반면 정치권에서의 ‘영입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그의 출마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경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은 “잠정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분들과 접촉해 시장 후보 영입을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여당보다 빨리 3월 말까지 후보를 확정해 선거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중앙당과 부산시당 일각에서는 김민석 최고위원이라는 ‘깜짝 카드’가 부상하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로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나서야 한다는 시급한 당내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서울에서 정치를 했으나, 선산이 경남 사천이고 부친이 부산 동래고를 졸업했으며, 작은 아버지(고 김주원씨)가 부산축구협회장을 지내는 등 부산에 많은 친척이 살고 있어 뿌리가 ‘PK’이다. 하지만 최근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처벌 받았고 2002년 대선 당시 ‘철새 정치인’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이 단점이다. 부산에서 활동한 적이 없다는 것도 여론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진보진영, 민병렬·김석준 일찌감치 확정

진보진영은 일찌감치 시장 후보를 확정하고 지방선거에 나설 채비를 마친 상태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지난 1월 19일 부산시장 후보 선출대회를 갖고 민병렬(48) 위원장을 시장후보로 선출했다. 민 위원장은 대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외쳐온 부산시가 정작 지역 기업이 역외로 이전해가는 데 대해서는 속수무책인 것을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지지층 집결에 나서고 있다.

진보신당 부산시당은 지난해 11월 당원대회를 열어 김석준(52) 위원장을 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과 2006년 민주노동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김 위원장은 “부산을 지속가능한 도시, 노후를 보내기 좋은 도시, 일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시키는 이른바 ‘착한 성장’을 이끌겠다”면서 “민노당과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과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황백현(62) 자유선진당 부산시당위원장도 지난 1월 7일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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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권경훈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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