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46) 대구시장 예비후보에게는 지난 3월 3일이 무척 바쁜 하루였다. 그는 진보신당의 후보다. 오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에서 ‘대구지역 무상급식 협약 추진을 위한 제 정당 및 교육감 예비후보 간담회’ 및 ‘협약식’을 주관했다. 오후에는 대구의 중심가인 중구 반월당의 한 카페에서 ‘대구, 리모델링 정책 있수다!’라는 주제로 대구시 건축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리모델링 정책 아이디어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주노동당의 이병수(49) 예비후보 역시 이미 한 달 전부터 빈부격차 해소, 재벌독점과 특혜 철폐 등을 내세우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 대구시장 예비 후보로 이름을 올린 단 두 명의 인사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 진보 성향의 두 예비후보 말고는 아직 정중동(靜中動)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 어느 누구도 출마를 공언하지 않았다. 이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름이 없다.

(왼쪽부터) 김범일, 서상기, 김재원, 윤덕홍
(왼쪽부터) 김범일, 서상기, 김재원, 윤덕홍

차기 대구시장 선거 구도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 할 수밖에 없다. 출마자의 윤곽을 점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대구는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는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곳. 그래서 본선보다도 예선이 더 치열하다. 지금은 압도적인 한나라당 지지세가 다소 달라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관측이 더 강하다.

김범일 시장 여론조사 선두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예비후보를 제외하고 현재 출마가 확실시되는 사람은 재선을 눈앞에 둔 한나라당 소속의 김범일(60) 시장뿐이다. 김 시장은 그동안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선4기 시장으로 출마할 때도 불과 4개월 전에서야 출마 의향을 비치지 않았느냐”며 출마 여부에 대한 언급이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의 출마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 시장은 취임 초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로 눈에 띌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은 취임 초반의 뚜렷한 성과로 꼽힌다. 최근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다소 얼굴이 펴졌다고 한다. 그 여세를 경선까지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경선 승리의 관건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김 시장이 특별히 잘한 것도 없지만 그를 반대할 뚜렷한 실책을 찾기도 힘들지 않느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일종의 현직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일간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매일신문의 올해 신년호 보도에 따르면 차기 대구시장감으로는 김범일 시장이 31.4%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어 이한구 의원 9.2%, 서상기 의원 5.8%, 유승민 의원 5.3%,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4.9%,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 1.4%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영남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김범일 시장이 33%로 역시 가장 높았고 유승민 의원 9%,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8%, 서상기 의원 6.8%의 순이었다.

유승민·김재원·이명규도 거론

김범일 시장의 대항마 격으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친박 성향의 서상기(64·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 의원이 오래전부터 거론되고 있다. 서 의원이 출마하면 중도 성향의 김범일 시장이 친이 진영이 미는 대표주자로, 서상기 의원이 친박 진영의 대표주자로 나서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서 의원은 지난 대구시장 선거 경선에서 김범일 시장에 분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출마할 경우 ‘리턴 매치’가 된다. 그러나 그는 “출마 여부는 나중에 가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구시장 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구시당 위원장 자리를 적극적으로 챙겼다는 소문이 도는 등 대구시장 도전에 미련이 적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친박 진영에서 서상기 의원 대신 다른 사람을 경선에 참여시키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서 의원 대신 유승민(52·대구동을) 의원의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유 의원의 경우 측근의 입을 빌려 출마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출마설 역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친박계의 김재원(46) 전 의원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이후 불교방송 아침 프로그램 ‘김재원의 아침저널’을 맡아 1년 4개월간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현재 CJ그룹의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주변 여론을 탐색하며 대구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 북구청장을 지낸 이명규(54·대구북갑) 의원의 경우 지난해 초만 해도 가장 유력한 출마 예상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출마가 다소 유동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마가 꾸준히 거론됐던 이한구(65·대구수성갑) 의원 역시 지난해 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야권 단일화 여부도 주목

야권에서는 우선 민주당에서 윤덕홍(63) 전 교육부총리와 이재용(56) 전 환경부 장관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대 총장을 역임한 윤 전 부총리는 출마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외부에서 끊임없이 출마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치과의사 출신의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은 대구 남구청장을 지냈으며 2006년 대구시장 선거전에서 현 김범일 시장에게 패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고향인 대구에서 치과의원을 개업해 진료에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 출마 여부를 묻자 “치과에만 전념하려고 한다”면서도 “사람 일은 알 수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측근들은 그가 “출마를 단념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승천(48)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대구미래대학 교수)의 출마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윤덕홍 전 장관과 서로 “출마를 해달라”고 권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참여당에서는 김충환(49) 전 청와대 비서관(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참여당 창당에 주력해 온 유시민(5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꾸준히 대구시장 출마 예상자로 거론됐지만 경기지사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구시장 후보로는 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진보 성향의 후보로는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조명래·이병수씨 등이 있다.

야권에서 일고 있는 후보 단일화 움직임도 또 다른 주목거리다. 대구참여연대, 대구사회연구소 등 사회단체들이 주축이 돼 민주당을 비롯해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 5개 정당이 연대를 이뤄 대구시장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몇 차례 모임을 가졌고 3월 4일에는 공동정책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실제 단일화로 귀결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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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박원수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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