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차게 부동산 대폭락을 경고해온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다. 그는 2009년 9월 내놓은 ‘위험한 경제학’이란 책에서 “한국 경제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폭락 직전의 일시적 반등일 뿐”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기득권 언론이 퍼뜨리는 왜곡된 정보에 의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경제 위기의 핵심 원인인 부동산 버블이 터지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현 정부가 건설업체들과 부동산 부자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버블을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선씨는 “실수요자, 특히 20~40대의 젊은 세대라면 지금 집을 사지 말고 몇 년 더 기다리라”고 권했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해서 섣불리 들어가진 말라는 것이다. 그는 “미분양 물량 해소에 4~5년이 걸릴 것”이라며 “고점에 비해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매수했다가 거기서 다시 집값이 더 빠질 수도 있다”고 했다. “부동산 버블이 빠지면 빚을 내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최근 건설업체들이 내놓는 생색내기 수준의 분양가 할인에도 속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씨는 저서에서 “한 탕을 노리고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하라”며 “다만 나중에 자기가 산 집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해서 정부에 혈세로 집값을 부양해 달라고 생떼 쓰지 말기를 바란다”고 했다. 부동산으로 대박을 터뜨리거나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선씨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부동산 경기는 거래량은 줄지만 집값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 그는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여전히 너무 높기 때문에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의 미분양 물량이 16만호에서 많게는 25만호에 이르는 와중에도 지난 10년간 집값이 폭등한 주 원인은 주택 부족 또는 실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정부 조장에 의한 투기 수요의 급증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감면,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투기 수요는 잔뜩 부풀려진 상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만 더 키웠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정책들이 “부동산 버블의 압력을 가중화하는 명백한 시장 교란 행위”라며 “이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더욱 장기적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게다가 부동산 분양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이 선동 기사를 유포하며 부동산 버블을 팽창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씨는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분양가를 낮추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오히려 공기업을 동원해 수백조원대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토건 사업을 벌여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급해주며 집값 하락을 막고 있다”며 “대통령을 포함한 현 정부 주요 각료들이 대부분 부동산 부자이거나 건설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정권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 2~3년 안에 건설업체 도산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혜기 인턴기자 미·브라운대 졸업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