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

에릭 슈미츠(Schmidt) 구글 회장(CEO)에게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가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구글은 기껏해야 돈 버는 분야가 하나뿐(One-trick pony)인 것 아니냐.” 구글을 시샘하는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과 경쟁 IT업체의 고위 관계자가 구글의 경쟁력을 폄하할 때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구글은 기껏 해봐야 ‘검색엔진’이라는 기술이 운 좋게도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하면서 성공했을 뿐, 다른 분야에서는 기술력도 마케팅 파워도 별 게 없다는 비아냥이다.

슈미츠 회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만약 당신에게 돈버는 분야 중 하나만 가지라고 한다면 당신은 지금 우리가 가진 것을 원하겠죠. 우리는 제대로 된 수익사업(trick)을 고른 거죠.”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지도검색 서비스인 ‘스트리트뷰(street view)’를 준비하면서 개인정보 수집 혐의로 경찰 압수수색을 당한 구글은 매출 236억5100만달러(약 28조1900억원·2009년 기준), 영업이익 83억1200만달러(약 9조9000억원)의 거대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90% 정도가 검색엔진을 통한 광고에서 나온다. 슈미츠 회장의 말처럼 구글의 ‘검색엔진 시장’은 전세계의 모든 기업이 부러워하는 시장이다.

그럼 구글은 단순한 검색엔진 업체인가? 당신이 만약 ‘예스(YES)’라고 대답한다면, 왜 IT업계에서 ‘탐욕스러운 구글’이라는 표현이 나오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불가사리를 연상케 하는 구글 제국의 엄청난 영토 확장을 보지 못한다면 전세계 테크놀러지 시장의 흐름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할 것이다.

구글은 부동산 업자다? YES!

구글의 온라인 지도 서비스 ‘구글 맵스’는 최근 영국에서 ‘부동산 매매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구글 맵스에서 부동산 항목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매물들이 지도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구글은 “스트리트뷰를 이용하면 현지에 가지 않고도 관심있는 부동산과 그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은 영국 최대 부동산 중개업체 컨추리와이드와 제휴를 맺고 있다.

구글은 앞서 작년 8월 미국과 호주에서도 구글 맵스를 통해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직접 ‘중개 수수료’를 받지는 않지만 앞으로 많은 사람이 구글 맵스에 직접 매물을 등록하기 시작한다면 구글은 부동산 중개업자로 변신할 것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은 지금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해온 모든 행동, 즉 옷을 사서 입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고, 호텔에 가서 잠을 자는 등 ‘오프라인에서 돈 쓰는 습관’을 인터넷으로 옮겨 수익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게 아래 사진이다.

구글 본사 외부인 방문센터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에 직원들이 그려넣은 ‘로드맵’. 구글은 여기에 적혀 있는 갖가지 사업 구상을 하나씩 현실화해 가고 있다.
구글 본사 외부인 방문센터에 걸려있는 화이트보드에 직원들이 그려넣은 ‘로드맵’. 구글은 여기에 적혀 있는 갖가지 사업 구상을 하나씩 현실화해 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의 외부인 방문센터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찍은 사진이다. 구글 직원들이 자유롭게 ‘구글의 향후 로드맵’을 추정해 그려넣은 것으로 구글은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문화’를 외부인에게 자랑하기 위해 이런 전시물을 만들었다. 이 사진은 한 방문객이 2005년에 찍은 것이다.

이 화이트보드가 보여주듯 이메일, 인스턴트 메신저, 쇼핑, 영화, 번역, 뉴스, 책, 비디오, 파이낸스, 부동산, 지도 등은 2005년 당시부터 구글이 비즈니스를 시작했거나 시험 서비스를 선보였던 분야다. 또 당시에는 전혀 구글과 무관해보였던 모바일(휴대폰)과 TV, 게임의 경우 구글이 요즘 뛰어든 시장이다. 로드맵에는 이밖에도 ‘카지노’ ‘키즈’ ‘가십’ ‘3D(입체영상)’ ‘구직’ ‘스포츠’ ‘사진’ 등이 눈에 띈다. 우리의 전 생활 영역이 이 로드맵에 적혀 있는 셈이다.

구글이 이같은 영역 확장을 위해 택한 방식은 ‘인수합병’이다.

구글은 2004년 8월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전후해 ‘검색엔진’ 이외의 분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300억달러(약 35조6000억원·2010년 2분기 기준)라는 엄청난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을 가지고 영역 확장에 필요한 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살아난 ‘M&A 식탐’

예컨대 블로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3년 ‘파이라랩스(Pyra Labs·블로거닷컴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 1세대 블로그 업체)’와 2004년 피카사(Picasa·디지털 사진을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를 인수하는 식이다. 지도 서비스에 나서면서는 2004년 10월 키홀(Keyhole)을 인수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이후 ‘구글 어스(goole earth)’의 기반이 됐다. 인터넷에서 동영상 공유가 인기를 끌자 2006년 7월에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YouTube)를 무려 16억5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온라인 광고 시장 강화를 위해서는 2007년 2월과 4월에 잇따라 애드스케이프(Adscape·2300만달러)와 더블클릭(DoubleClick·31억달러)을 인수했다.

한때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구글의 엄청난 식탐을 보면서 ‘과도한 인수합병 대금과 직원수 증가’를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구글의 식탐은 올해 들어 그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올초부터 7월까지 구글이 인수한 기업은 벌써 18개(블룸버그데이터 기준)다. 1~2주에 한 개꼴로 기업을 인수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 가장 최근에 인수한 기업은 미국 항공운행과 비행 관리, 항공권 가격 비교 서비스를 개발한 ITA소프트웨어(인수금액 7억달러)다. 구글은 ITA소프트웨어 인수를 통해 검색 서비스에 항공편 정보를 넣을 수 있게 됐다. 구글이 실제 항공권 판매까지 손을 댈지는 미지수다.

이제 위에서 본 ‘구글 로드맵’ 사진을 다시 생각해 보자. 그곳에 적힌 ‘travel(여행)’ 분야가 이번 인수로 구글의 영토로 들어왔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슈미츠 회장이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적극적인 인수합병에 대한 질문에 상징적인 답변을 했다. “We can afford it(우리에겐 -이렇게 인수를 계속할 만한-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

요즘 국내 IT 시장의 최대 이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다. 미국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 대항마로 나온 갤럭시S는 6월 첫선을 보인 후 단 2개월 만에 70만대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갤럭시S는 바로 구글의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Android)를 사용하고 있다.

“재주는 삼성이 넘고, 돈은 구글이 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LG전자·모토로라·HTC 등 주요 휴대폰업체들이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기 위해 속속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에 참여, 수십 종의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안드로이드폰이 2012년 전세계에서 연간 7500만대가 팔리며 애플의 아이폰(6200만대 예상)을 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이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휴대폰 제조사들의 안드로이드 진영 참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구글을 위협하고 있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지난 4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술개발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구글을 위협하고 있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지난 4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술개발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은 이미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을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 NPD는 2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이 33%를 차지해 리서치인모션(RIM)의 28%, 애플 아이폰의 22%를 앞섰다고 집계했다. 미국에서 하루에 개통되는 안드로이드폰은 5월 10만대에서, 6월 16만대, 7월 20만대로 급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모바일 제국 전략의 핵심이다. 이 ‘안드로이드’ 역시 2005년 구글이 인수한 ‘안드로이드’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기술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슈미츠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가 앞으로 구글에 연간 100억달러(약 11조9000억원) 이상을 벌어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돈을 번다는 것일까.

슈미츠 회장은 “만약 안드로이드를 쓰는 사람이 10억명이 됐을 때 당신이 생각하기에 우리가 거기서 돈을 못 만들 것으로 보이나?”라고 반문했다. 안드로이드폰 한 대당 연간 10달러의 수익을 빼올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억명×10달러=100억달러’라는 자신감이다.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HTC 등이 안드로이드폰을 개발해 시장에 팔면 팔수록 구글은 뒤편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만 해도 그렇다. SK텔레콤 가입자 가운데 스마트폰 보유자는 175만명, 이 가운데 60%에 가까운 100만명이 안드로이드폰 보유자다. 이통 3사 전체 집계로 보면 300만명 가운데 140만~150만명이 안드로이드폰 보유자다. 슈미츠의 셈법대로라면 구글은 벌써 국내에서만 매년 1400만달러를 벌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슈미츠의 말이 허언이 아니란 점은 갤럭시S를 들여다보면 명확해진다. 갤럭시S 첫 화면에는 ‘구글 모바일 검색창’이 기본으로 깔려있으며, 구글 마켓으로 들어가는 아이콘이 있고, 구글의 G메일과 연동되며, 유튜브를 볼 수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구글 사이트로 접속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윤석찬 팀장은 “구글이 휴대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준다고 하지만 그게 계약없이 쓴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한 계약 내용은 외부에 공개돼있지 않지만 구글은 ‘공짜 제공’의 대가로 이같이 구글 검색 등의 기본 탑재를 요청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에 이어 TV 시장도 정조준했다. ‘전화 통화만 하는 기기’(휴대폰) → ‘PC의 온갖 기능을 갖춘 휴대폰’(스마트폰)의 변화처럼 ‘방송만 보는 기기’(TV) → ‘TV가 PC처럼 진화해 인터넷은 물론, 지도, 검색 등도 가능해짐’(스마트TV)의 변혁을 구글은 만들어내고 있다. 구글은 전세계 TV 제조업체에도 무상으로 안드로이드를 제공한다. 스마트TV에서도 스마트폰과 똑같은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구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을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면 곤란하다”고 했다. ‘검색’이라는 일관된 전략 속에서 필요한 부분을 채워넣다보니 외부에서 보면 그렇게 비쳐질 뿐이란 설명이다. 예컨대 전세계의 모든 도서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구글 북스’의 프로젝트는 앞으로 검색 때 이용자가 손쉽게 전세계 도서 정보를 얻도록 돕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동영상업체 유튜브의 인수도 동영상 검색을 위한 기반 갖추기로 봐달라는 식이다. 동영상에 나오는 음성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바꿔 놓고, 이용자가 검색할 때 동영상도 텍스트 검색물처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구글 무한질주에 제동 건 페이스북

구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개와 놀고 있다.
구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개와 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인터넷 시장의 패자’인 구글에도 무서운 경쟁자가 있다. 스마트폰 1위인 애플도, PC 제국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아니다. 바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Social Networking Serviec) 페이스북이다. SNS는 이해와 관심사가 비슷한 개인들 간에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구글이 고작 연간 매출액 8억달러(약 9500억원)짜리 벤처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사실이다. 올해 1월 1일, 구글의 경영진은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대신 비통한 소식을 전해들었다. 이날 미국 인터넷 시장의 방문자 수 순위에서 페이스북이 구글을 넘어 1위로 올라섰다는 뉴스였다. 지난 10년간 구글이 온갖 사업을 접수해온 힘의 원천이 바로 방문자 수였는데 바로 자신의 홈그라운드에서 밀린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부터 주간 방문자 수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구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가입자 수 3억5000만명이었지만 지난 7월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5억명으로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전세계로 확산 중이다. 구글이 순식간에 전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페이스북의 SNS가 세계 인터넷 점령을 시작한 모양새다. 페이스북은 이미 미국 인터넷 배너 광고 시장의 1위로 올라섰다.

옆집 감나무를 탐내다 자신의 앞마당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구글이 페이스북을 겨냥해 택한 전략은 역시 ‘인수합병’이다. 페이스북의 SNS에 맞대응하기 위해 페이스북의 친구들을 구글 편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페이스북의 성장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소셜 게임업체 징가(Zynga)에 1억5000만달러(업계 추정치)를 투자했다. 또 ‘위룰(We Rule)’로 유명한 소셜 게임업체 NG모코(NGmoco)에도 1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고 테크크런치 등 외신이 전했다. 8월 초엔 SNS 응용프로그램 개발업체 ‘슬라이드(Slide)’를 1억8200만달러(또는 2억2800만달러·업계 추정치)에 인수했다.

그런데 인수합병만으로 구글이 페이스북의 도전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인터넷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은 검색과 연관된 사업에서는 대부분 성공을 거둬왔지만, 그밖의 분야에서는 꽤 많은 실패를 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구글은 페이스북이 현재와 같이 막강해지기 전인 2005년, 닷지볼닷컴이라는 모바일 SNS업체를 인수했다. 모바일로 자신의 위치를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그 위치 안의 친구들에게 SNS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2년 후 창업자가 구글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나가버렸을 정도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07년에는 당시 트위터(140자의 단문 SNS서비스)와 팽팽하게 경쟁하던 자이쿠(Jaiku)를 인수했지만 자이쿠 역시 구글로 팔린 후 한순간에 몰락했다. 구글이 페이스북을 내몰고 SNS 시장을 장악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전망한 것이다. 불가사리 구글이 이제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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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철 조선일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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