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오정현 목사와 천이루 부원장.
왼쪽부터 오정현 목사와 천이루 부원장.

“중국 교회는 부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목회자가 너무 적습니다. 학교 측이 원한다면 영어로 강의할 수 있는 우리 목회자들을 지원하겠습니다.”

등록 교인 9만명인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가 중국 기독교와의 교류를 위한 한·중국제교류재단(가칭) 설립에 나섰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 4월 12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징 금릉협화신학원(金陵協和神學院)을 방문해 이 학교 천이루(陳逸魯·49) 부원장과 만나 앞으로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오 목사는 이 자리에서 “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 올해 403명이 입학시험에 응시했지만 교수가 부족해 절반밖에 뽑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천 부원장의 말을 듣고 한국 목회자 지원 의사를 밝혔다.

1911년 문을 연 금릉협화신학원은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중국 최고 권위의 신학대학. 난징신학원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지난 30년간 2000여명의 목회자를 배출했으며 현재 22명의 교수진과 300여명의 예비 목회자들이 재학 중이다. 신학원 원장인 까오펑(高峰·50) 목사는 중국 전역의 기독교를 관할하는 중국기독교협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2008년 창립 30주년을 기점으로 중국 교회와 교류의 물꼬를 텄다. 서울에서 열린 교회 창립 30주년 기념예배에 중국 주요 기독교 지도자들을 초청했고, 2009년에는 중국 기독교 양회(중국 기독교 삼자 애국운동 위원회와 중국기독교협회)와 대규모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5월 예정된 한·중국제교류재단의 설립으로 중국과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오 목사는 지난 4월 12일 금릉협화신학원을 찾아 학교 예배당에 모인 100여명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랑의교회가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목회자 양성훈련인 제자훈련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25년 동안 목회자 교회론과 제자교육 세미나를 진행해 왔다.

오 목사는 “교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회가 무엇인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며 “수많은 목회자들이 내게 교회 개척에 대해 물을 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교회에 대해 참고서적 없이 10쪽 정도는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성경의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를 깊게 이해하고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강 후 교실로 자리를 옮겨 가진 질의시간에 신학원 4학년 쑨톈리(孫天理·25)씨는 “한국의 제자훈련 방식에 감명을 받았다”며 “나는 특별히 기도하는 법을 배우고 싶은데 중국엔 기도 학교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오 목사는 “목사는 수천, 수만 명의 정신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인 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오 목사는 북한과의 기독교 교류에 대한 질문에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연변과학기술대학 방문차 다섯 번 정도 북한에 갔었고 북한의 지하교회도 방문했었다”며 “그곳에서 목숨을 건 신앙심을 보았고 우리가 북한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지만 영성의 순수성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인들은 남북한 모두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중국에 건강한 목회자들이 많이 양성돼 북한에도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사랑의교회는 향후 한·중국제교류재단이 발족되면 기금을 조성해 중국 기독교의 부흥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천이루 부원장은 “그간 한·중 기독교 간 교류가 적어 생기는 오해가 많았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신이라는 공통 주제 아래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 많은 왕래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마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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