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계족산 맨발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 ⓒphoto ㈜선양
대전 계족산 맨발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 ⓒphoto ㈜선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 김영랑 ‘5월’

시인 김영랑(1903~1950년)의 ‘5월’이다. 5월의 아름다운 자연을 예찬한 그의 시를 보고 있자니 붉어진 들길이든 황금 빛난 길이든 떠나야 할 것 같다. 5월은 누구에게나 이유가 있는 달이다.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념일도 많고, 손짓하는 곳도 많은 까닭이다.

5월에 등재된 기념일과 절기는 모두 24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의 날(5월 12일), 성년의 날(5월 16일), 부부의 날(5월 21일)도 있다. 이 때문일까. 호기심에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5월 축제’에 212건의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기간·지역·테마별로 세분화해 검색할 수도 있다. 주간조선이 굵직한 5월의 축제들을 골라 정리해봤다.

|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

하동 녹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녹차 산지이자 신라시대 왕들이 즐겨 마시던 차다. 삼국사기에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바치자 왕이 이를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는 기록이 그 증거다. 지리산 쌍계사 입구의 대렴공추원비에도 ‘이곳이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라는 흔적이 있다. 녹차의 고향 하동에서 펼쳐지는 야생차 문화 축제는 섬진강 물길 따라 백 리 벚꽃으로 유명한 하동군 화개면과 악양면의 녹차마을에서 펼쳐진다. 문광부가 3년 연속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선정했으며, 녹차의 고장 하동만의 독특한 색깔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최참판댁에서 진행되는 ‘최참판댁 오색 찻자리’와, 평사리 청보리밭과 섬진강 은빛 모래를 맨발로 걷는 행사인 ‘슬로시티-소풍’은 하동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볼거리다. 정겨움이 묻어 있는 화개장터, 평사리 들녘, 섬진강 강변, 쌍계사에서 칠불사까지를 잇는 길목 곳곳에서 녹색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전남 보성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차문화축제인 ‘다향제’를 연다. 축제기간 | 5월 4~8일 장소 | 경남 하동군 화개면·악양면

|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 |

국내 유일의 중국 관련 문화예술축제인 인천·중국의 날 문화축제가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매년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중국 문화의 진수를 선보여온 이 축제는 중국 전통혼례 퍼레이드, 한·중문화예술공연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축제에선 중국 야시장과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도 있고, 중국인 노래자랑대회도 개최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1884년 4월 지금의 인천 선린동 일대 1만6528㎡ 부지에 청나라 조계지가 설치되면서 화교들이 몰려와 만들어진 곳이다. 당시 청나라 영사(領事)와 학교가 설치됐고, 중국 산둥반도와 정기적으로 배가 오가면서 교류도 활발했다. 이 일대 170여가구엔 화교 2·3세들 500여명이 살고 있으며 자금성, 중화루, 진흥각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유명 중화반점이 있다. 축제기간 | 4월 30일~5월 1일 장소 | 인천 자유공원 일대

| 계족산 맨발축제 |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는 제6회 마사이마라톤대회가 대전 계족산 황토공원에서 개최된다. 5월 13일부터 2박3일간 국제설치미술제와 다양한 문화공연 이벤트가 어우러질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날 열리는 가족 맨발 걷기(7㎞)와 맨발 달리기(13㎞) 대회. 올해로 6년째를 맞은 마사이마라톤은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가족 단위다. 지난해 세계 33개국 600여명의 외국인이 참가해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기도 했다.

코스를 가르는 길엔 130여개의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음악에 맞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5㎞에 달하는 코스 사이사이에 32개의 미술작품을 설치,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참가비용은 걷기와 달리기가 각각 7000원, 1만5000원. 10대와 20대에게는 무료로 개방한다. 대회 시작 전후로 난타, 국악B-Boy, 마술쇼 등 축하공연도 함께할 예정이다. 축제기간 | 5월 13~15일 장소 | 대전 계족산 황토공원

| 여수 거북선축제 |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민·관·군이 하나되어 나라를 지켜냈던 그날의 함성 기리기. 여수 거북선축제는 1967년 ‘진남제’를 모태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호국 문화 축제다. 이순신 장군이 영남을 구하기 위해 첫 출정했던 1592년 5월 4월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5월 4일을 전후하여 개최되고 있다.

여수 거북선축제는 여수시가 기존의 ‘생선요리 향토음식 큰잔치’ ‘거북선 가요제’ ‘돌산 갓김치 축제’를 통폐합해 2007년부터 운영해오고 있으며 오늘날 여수시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축제는 불꽃쇼를 비롯한 개막 축하 행사와 참여 행사(통제영 길놀이·봉수대 봉화 재현·삼도 수군 통제영 무과 시연 등), 체험행사(활쏘기·짚공예 등), 전시행사, 문화행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문무시험을 통해 우승을 가리는 소년이순신장군대회, 거북선가요제, 서대회무침 경연, 맨손 장어잡기 등이 인기다. 올해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를 위한 전통문화 행사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축제기간 | 5월 3~6일 장소 | 이순신광장(구 해양공원) 및 여수 시내

| 구리 한강유채꽃축제 |

제주도에 가지 않아도 유채꽃을 만날 수 있다. 한강 최대 꽃단지로 알려진 40만㎡ 면적의 구리한강시민공원의 5월은 유채꽃이 물결치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해마다 5월이 되면 100만여명의 관람객이 유채꽃을 찾아 이곳을 방문한다. 구리시는 축제기간을 지난해보다 이틀 연장해 4일 동안 유채꽃 축제를 개최, 꽃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연과 체험마당을 선보일 예정이다. 축제기간에는 주차료와 입장료가 모두 면제된다.

걷기를 통해 흙냄새, 풀냄새, 새소리의 온기를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다. 구리시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고 있는 걷기 열풍에 맞춰 일대 왕숙천, 장자못, 한강, 아차산, 동구릉을 연결하는 둘레길 4코스(39.4㎞)를 운영 중이다. 산과 강을 에두르는 주말엔 환경해설가 30명과 문화관광해설사 18명이 길동무로 나선다. 축제기간 | 5월 5~8일 장소 | 구리한강시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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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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