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일 열린 평양 군중대회. ⓒphoto 조선중앙통신
지난 1월 3일 열린 평양 군중대회. ⓒphoto 조선중앙통신

주간조선이 단독입수한 ‘평양시민 210만명 신상자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경찰인 인민보안부의 ‘주민료해사업(住民了解事業)’을 파악해야 한다. 주민요해사업이란 17세 이상 모든 북한 주민의 ①계급적 토대 ②출생·학력·정당·종교·상벌관계 등 사회정치생활 경위 ③가족 친척관계 등을 파악, 분류하여 관리하는 사업으로 통상 북한에선 공민(주민) 등록사업이라고 불린다. 북한 주민을 감시, 통제하기 쉽도록 관리하는 사업이다. 이를 관장하는 부서는 일반 주민의 경우 북한 경찰(인민보안부)과 비밀경찰(국가안전보위부)이며 군인의 경우 보위사령부에서 담당한다.

북한 내부문건을 보면,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신변안전과 만수무강을 철저히 보장하며 높으신 권위와 위신을 백방으로 옹호보위하는 것은 주민료해사업에서 반드시 견지해야 할 원칙이다’라고 밝혀 주민요해사업이 북한 김일성·김정일을 보위하기 위한 핵심사업임을 알 수 있다.

북한 경찰의 주민요해사업은 인민보안부 주민등록국에서 지도·감독·관할하며, 직할시·도(道)의 경우 해당 보안국 주민등록처, 시(市)·군(郡) 보안서의 경우 주민등록과에서 담당한다. 주민요해사업은 크게 주민등록 업무와 공민등록 업무로 구분되는데, 주민등록 업무는 ①주민성분 분류조사 ②공민증 대장(住民臺帳) 관리·유지 ③주민 거주지 변동사항 기록관리 등이며, 공민등록 업무는 ①공민증 발급 ②주민거주지 변동사항 파악 후 주민등록 담당에 이관 ③출생·사망신고 처리 등이다.

북한은 1992년경 전 주민에 대한 신상자료의 전산화 작업을 완료하고 이 문서를 자강도 장자산에 비밀리에 위치한 인민보안부 문서고 등 수곳에 각각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1956년 8월 이른바 ‘반종파투쟁’ 사건 이후 ‘중앙당 집중지도사업’(1958년 12월~1960년 12월) 기간에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성분조사를 진행하였으며, 이후 이를 계속 보완해 오고 있다. 1970년 주민재등록사업 시 북한 주민을 핵심계층·동요계층·적대계층의 3계층 및 51개 부류로 분류하여 관리해왔으나, 1990년대부터는 기본군중·복잡군중·적대계급 잔여분자층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이른바 수도안전사업(首都安全事業)의 일환으로 ‘평양시 거주대상’을 설정하고 북한 주민의 평양 거주를 통제하고 있다. 평양에 거주하기 위한 자격 요건을 보면 ①위대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배려에 의해 평양시에 들어오게 된 공민 ②당중앙 조직지도부와 간부과의 소환장, 파견장을 가진 공민 ③평양시 보안국이 발급한 평양시 거주승인 통지서를 가진 공민 ④입학통지서를 가진 공민(임시 거주대상) 등으로 매우 엄격하다. 타 지역 주민이 평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인민보안부 주민등록국과 평양직할시 보안국 주민등록처 및 중앙당 30호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보듯이 평양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선택된 자만이 살 수 있다.

북한 경찰인 인민보안부 본부 외에도 시·군 단위 보안서에서는 주민들의 세대구성, 친척관계, 출신성분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별도의 주민등록대장을 존안·관리하고 있어, 파기나 변조는 아예 불가능하다.

이번에 주간조선이 입수한 ‘평양시민 210만명 신상자료’를 보면, 신상자료 누락, 항목 등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평양시민 인구 수다. 2009년 북한이 유엔에 보고한 공식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인구 2405만명 중 평양 거주자는 316만여명이다. 그런데 주간조선 자료를 보면 이 보고가 정확한지 의심된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자료는 210만8032명을 대상으로 하고, 김정일 일가와 고위관료층 등 1만여명과 평양주재 북한군 및 17세 미만의 인구가 빠져있다고 한다. 유엔 보고를 기준으로 하면 약 100만명이 북한군과 17세 미만 인구라고 봐야 하는데 이 규모는 너무 크다. 주간조선 입수 자료의 작성시점을 2005년으로 본다고 해도 4년 만에 수십만 명이 증가하긴 어렵다. 때문에 북한이 유엔에 보고한 인구통계에는 일부 허수(虛數)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략 평양에는 250만~270만명 정도가 거주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평양 인구를 보면 주간조선이 분석한 것처럼 ‘여초(女超)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평양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북한이 2009년 유엔에 보고한 통계에도 남성 1172만명, 여성 1233만명으로 여성인구 비율이 높다.

셋째, 북한 당국이 통상 관리하는 주민대장에는 가족관계(이름, 관계, 생년월일, 성별, 난 곳, 현주소, 직장·직위, 당별), 친족관계, 사회성분관계란, 특기사항, 지문란 등이 있다. 이번에 입수된 신상자료의 항목을 보면 이름, 성별, 생년월일, 고향, 거주지, 직장배치시기, 직장직위, 결혼시기, 배우자 결혼여부, 혈액형 등으로 되어 있어, 이른바 기본적인 가족관계 부분만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항목도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향’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난 곳’이라 표기하는데, 제공자가 의도적으로 우리 식으로 항목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납북자 중 평양에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21명의 신상자료를 보면, 6명을 제외하고는 조선노동당 연락소 등에 근무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들은 대남공작부서에 근무하는 자들이다. 여기에 열거된 조선노동당 26연락소, 112연락소, 130연락소, 697연락소는 북한 대남공작부서(정찰총국, 225국, 통일전선부) 휘하의 조직이다.

또한 금성정치대학 학생으로 표기된 노성호씨(동진27호 선원, 1987년 납북, 1961년생)는 51세인데, 대학생이라는 것이 납득이 안될 것이다. 금성정치대학은 북한의 간첩양성기관 중 가장 권위있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일명 금성정치대학)을 의미하는데, 이는 일반 대학이 아니다. 노성호씨 경우는 대남공작부서에 근무하다 재소환되어 특수과정의 간첩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진 월북자로 알려진 윤노빈 전 부산대 교수는 ‘조국통일연구원 책임지도원’으로 되어 있는데, 조국통일연구원이란 북한의 대남공작부서 중 하나인 통일전선부의 소속 조직이다. 일명 ‘남조선연구소’로 알려져 있으며 적화통일을 위해 ‘대남관련 전반을 연구·분석’하는 부서이다.

납북자 중 평양에 거주하는 21명은 북한 당국의 필요에 의해 대남공작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강압적 전향 공작에 순응, 정착하여 북한 내에서는 나름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평양에 거주한다는 것은 북한 내에서는 선택된 주민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평양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번에 주간조선에 입수된 ‘평양시민 신상자료’는 광복 이후 민간 차원에서 입수한 북한 정보자료 중 최대의 가치를 지닌 핵심자료라 평가된다. ‘혁명의 수도’라는 평양시민들의 신상자료를 통해 북한 급변 사태나 남북통합 시 여러 영역에서 이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안보대책실 선임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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