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했다. ⓒphoto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지난 12월 15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했다. ⓒphoto 조인원 조선일보 기자

지난 12월 16일 김찬진(61)씨는 경북 포항의 호미곶에서 심호흡을 했다. 그는 이곳을 출발해 국토의 서쪽인 전북 부안의 새만금까지 360㎞의 장도에 올랐다. 하루 평균 30㎞를 걸어 12일 동안 걸리는 일정이다. 경북 경산시 주민생활지원국장을 지내고 연말에 정년퇴직하는 그가 추운 겨울 이런 도전에 나선 건 동서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정도 동(東)과 서(西), 경상도와 전라도를 연결하는 코스로 잡았다.

김찬진씨의 노력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경상도와 전라도로 대표되는 ‘지역감정’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가. 사라졌나. 엄존하는가. 지난 12월 15일 야권 통합정당의 당권후보로 나선 민주통합당 김부겸(경기 군포·3선) 의원이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출마의 변은 “지역주의, 기득권, 과거라는 세 개의 벽을 넘으려 한다”였다.

물론 김 의원은 경북고를 졸업한 대구 출신이지만 여당 일색인 대구에서 출마한다는 것은 웬만한 용기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의원과 같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나선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 당시 그는 서울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연고도 없는 대구 출마에 나섰으나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 패했다.

지난 2008년 실시된 18대 총선 때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역시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대구 수성을에 도전했다. 그는 대구 심인고를 나와 대구가 고향이나 다름없지만 역시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선자 분포를 보면 대구의 경우 12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또는 친박연대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무소속이

1명이었지만 그 역시 여당권 인사였다. 15개 선거구인 경북 역시 당선자는 한나라당 또는 무소속, 친박연대 소속으로 모두 여당이나 여당권으로 분류됐다. 내년 19대 총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구·경북지역의 일부 유권자들은 “이번에는 야당 또는 진보권 인사를 뽑아 줘도 될 순간이 오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한다.

이와는 별도로 올해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경남, 울산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추진키로 했으나 무산된 것은 지역감정보다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구도를 증폭시킨 사례로 꼽히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역설했던 4개 광역단체와 여러 단체들은 “신공항 건설의 무산이야말로 정부가 비수도권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공격했다.

이러한 여러 사례가 지역감정 또는 지역정서로 분류할 수 있을지는 관전자에 따라 다르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색채가 점점 퇴색해지면서 어젠다 순으로는 뒤로 밀리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들어서는 세대 차이, 또는 계층 간 갈등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또한 지역정서가 최근 들어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대결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여러 양상들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양상보다는 진보 대 보수의 대결로 나타나 대구·경북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진보 인사들이 당선되느냐가 더욱 관심 있는 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수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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