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3일 경상북도 왜관읍 캠프캐럴에서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열린 미육군 사전 배치물자 철로 수송작전에 참가한 미군들이 전차 등 군수물자들을 열차에 이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photo 남강호
지난해 3월 3일 경상북도 왜관읍 캠프캐럴에서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열린 미육군 사전 배치물자 철로 수송작전에 참가한 미군들이 전차 등 군수물자들을 열차에 이동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photo 남강호

미국이 중동과 한반도에서의 2개 주요 전쟁 동시 개입 전략을 사실상 포기하고, 육군 병력을 57만명에서 49만명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10년간 국방비 4500억달러 이상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5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방식의 대규모, 고비용 전쟁을 더 이상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2개 지역 전쟁 승리라는 윈윈(Win-Win) 전략에서 1개 지역 승리, 1개 지역 거부(deny)라는 ‘원 플러스(One-Plus)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세워둔 ‘작전계획 5027’에 따른 병력 69만명 파견 등 미 증원(增援) 계획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5년 12월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전시작전권을 넘겨받게 되는 한국군에는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예비역 장성들을 포함한 군 관계자들은 “3년 반 후의 한국군 주도의 전작권 전환에 더욱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육군은 현재의 전략과 전력을 분석하고 반드시 새로운 전략과 전력구조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 미 지상군이 투입돼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가 맡아야 할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고 있는 미국과 이란과의 긴장이 점차 고조돼 분쟁이 생긴다면, 한반도에 전개될 미 증원 전력은 그 규모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 등 미국 측 고위 관계자가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증원 전력은 해·공군이 주가 되고, 지상군의 증원은 제한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가고 있다. 2010년 2월 3일 당시 게이츠 국방장관은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군이 중동에 투입돼 있으므로 한반도 유사시에 미군이 한반도에 신속하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 지연에 따른 공백을 해·공군에 의존해 메워야 한다”고 말했다.

“美 증원 전력 10만명으로 줄어들 수도”

육군은 천안함 폭침 사건 1주기를 맞아 북한의 국지 기습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4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통합화력훈련을 실시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육군은 천안함 폭침 사건 1주기를 맞아 북한의 국지 기습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3월 24일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통합화력훈련을 실시했다. photo 이덕훈 조선일보 기자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최악의 경우 1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경우 한반도에서의 지상작전은 한국 육군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래의 전쟁에서도 지상군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와 유사한 지형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면서 해·공군력에 의한 정밀 타격만으로도 적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잘못된 예측으로 확인됐다. 미군은 지상군 전력을 증강 투입해 ‘안정화 작전’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첨단 무기체계가 전쟁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육군협회의 예비역 육군중장은 기자에게 “장차 전쟁에서 지상군의 중요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요, 착각”이라고 했다. 그는 “지상에서 전쟁을 하는 한, 지상군은 그 중요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면서 “한반도의 경우 70%가 산악지형이고, 나머지 지역은 도시화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지상군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공중 공격과 포격만으로 전쟁을 종결할 수 없고, 전투 현장에 지상군을 투입해야만 전쟁을 종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은 김정은 세습체제가 안정되면 이를 과시하고 주변국을 시험하는 등 전략적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대로 체제가 불안정하면 국내의 체제 안정과 국면전환용으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한다.

북한은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해·공군 전력 대신 약 20만명의 특수부대, 대량살상무기(WMD), 미사일, 잠수함 등의 비대칭 전력을 집중적으로 증강해 왔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은 비대칭 전력으로 원전(原電), 유류 저장시설 등 사회기반시설과 군 핵심 기지를 타격해 극도의 혼란을 유발한 후에 지상군을 투입하려 할 것이다.

육군 전력, 북한군의 70% 수준

국내 상황을 돌아봐도 육군의 전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다. 천안함 피격과 휴전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격을 가한 연평도 포격 도발, 두 차례의 핵실험, 생화학무기의 대량 비축, 특수전 부대의 20만명 증강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과 위협은 여전히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방부 군비통제관을 지낸 김국헌(金國憲) 예비역 육군 소장은 “2015년 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국방 개혁을 기획했던 수년 전과 비교할 때 현재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면서 “육군 규모를 38만7000여명으로 축소하겠다는 현재의 국방 개혁은 자칫하면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군 대비 우리의 지상군 전력은 현재 우리가 크게 열세에 있다”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국방 개혁이 완성되면 지상군 병력 규모는 북한의 107만명 대비 38만7000명으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력지수 비율의 경우, 해·공군은 북한 대비 120~130%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육군은 북한의 70% 수준으로 육·해·공군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정이다.

우리 육군의 무기체계가 대부분 ‘2세대 수준’으로 노후화한 것도 문제다. 현재 보병사단이 보유한 M계열전차, 4.2인치 박격포, 구형 견인포, 90㎜ 무반동총 등 무기체계의 절반이 수명주기가 25~30년 정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의 병력 규모는 해·공군 대비 6~8배인 반면, 전력 증강 예산 규모는 아이러니하게도 동등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육군의 전력 증강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201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각 군별 병력 수준은 육군 52만여명, 해군 6만8000여명, 공군 6만5000여명이다.

국방 개혁 과정에서 추진 중인 전차, 장갑차, 포병 전력 등 무기 첨단화 계획은 목표 연도인 2030년에 들어서면 오히려 그 수량은 2011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K1A1 전차, 120㎜ 자주박격포 등은 예산 부족으로 소요량이 줄어들었다”면서 “부대와 병력 축소를 고려한 K-2전차, 차기 다연장, 공격헬기 등 첨단 무기의 전력화는 점점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접적부대 전력도 강화해야

지난해 3월 8일 미 증원군 230여명과 군수물자 30여톤을 일본 가데나 기지에서 대구 기지로 전개하는 훈련을 대한항공 B777, B747 등 민항기를 사용해 실시하고 있다. ⓒphoto 남강호
지난해 3월 8일 미 증원군 230여명과 군수물자 30여톤을 일본 가데나 기지에서 대구 기지로 전개하는 훈련을 대한항공 B777, B747 등 민항기를 사용해 실시하고 있다. ⓒphoto 남강호

현재 우리 군은 한·미 연합 전력인 글로벌호크와 조기경보기(AWACS) 등 미군의 정찰·감시자산과 지휘통제체계(C4I), 아파치 공격헬기를 유사시 즉각 활용할 수 있지만, 2015년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작전할 수 있는 대북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창끝부대’로 불리는 접적부대(대대급)도 정찰 감시·지휘 통제·야간 사격·기동 분야에 대한 전력을 함께 보강해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별·제대별 무기 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예산 확보가 되지 않아 ‘패키지화’된 전력 보강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패키지화란 예컨대 K-1전차의 경우 구난 전차와 함께 전력화가 이뤄져야 하고, K-55자주포는 탄약 운반차와 함께 전력화하는 것을 말한다.

2008~2010년 각 군별 전력투자비 추세를 살펴보면, 육군은 55%에서 35%로 줄었고, 해군(2327%)과 공군(1725%)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합참의 한 장교는 “육군의 병력 규모는 타군 대비 6~8배인 반면, 전력 예산 규모는 동등한 수준”이라면서 “육군 주둔지의 50% 이상이 산악이나 오지(奧地)에 위치해 있어 노후한 시설과 장비로 적과 대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래전에서 지상군의 역할이 감소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는 바람에 한반도 전장을 중동처럼 해·공군 위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인식이 확산돼 있다”면서 “육군은 그동안 무기체계 전력화 때 예산 감축의 표적이 돼 기능별, 제대별로 균형된 전력 획득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北, 무인정찰기 350여대… 한국군은 ‘제로’

지난해 6월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전차부대 전술훈련에 참가한 전차와 장갑차들이 기동을 하고 있다. ⓒphoto 이명원  조선일보 기자
지난해 6월 무건리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전차부대 전술훈련에 참가한 전차와 장갑차들이 기동을 하고 있다. ⓒphoto 이명원 조선일보 기자

한반도 지형과 전쟁 양상, 북한의 위협, 미 전력 변화에 따라 지상군 증원 규모 변화 가능성, 전작권 전환에 따른 지상군 역할을 고려할 때 육군의 정예화는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육군이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국방대 한용섭(韓庸燮) 부총장은 “한국군의 지상군 유형 전력은 전작권 전환 후에 현대식 네트워크 중심전과 신속한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물론 미국의 정보감시정찰 자산의 도움을 받겠지만, 지상작전은 한국군 중심으로 수행돼야 하기 때문에 한국군의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대폭 증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각 제대별 감시능력 향상이 우선 시급하다. 현재 운용 중인 군단급 무인정찰기(UAV)의 성능 향상과 함께 사단에서 대대급까지의 감시능력 향상도 긴요한 사안이다. 북한군은 현재 350여대의 UAV를 보유하고 있지만, 육군의 사단급 이하 부대에는 무인기가 없다.

부대 편성과 무기체계를 보강해 현재보다 2~3배 향상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로 부대를 개편해야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2011~2020 국방개혁상에서 감축 예정인 38만7000명 규모로는 대북 억지력을 발휘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40만~50만명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력이 감축되는 만큼 전문성과 전투 숙련도를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실질적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여군(女軍)을 운용하는 한편, 전문성을 보유한 부사관을 대폭 확보해 그 전문적 능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병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전투 숙련도 저하를 막기 위해 유급 지원병을 활용하고, 비전투분야 상비 병력은 전투임무 위주로 전환시켜 집중 운용할 것”이라며 “예비 병력이 현재 300만명에서 2020년에는 185만명으로 축소됨에 따라 구형 노후 장비를 현대화하고 향방훈련 전투 장구류를 100% 확보하는 등 전력을 조기에 보강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희상(金熙相)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역대 주한 미군 사령관들은 한국군의 지상군 전력 보강을 꾸준히 주문해 왔다”면서 “북한의 국지 도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 지상군을 급속히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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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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