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감시선 해감51호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뒤쪽)이 지난 9월 14일 나란히 센카쿠열도 12해리 안쪽 해역에서 항해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
중국 해양감시선 해감51호와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뒤쪽)이 지난 9월 14일 나란히 센카쿠열도 12해리 안쪽 해역에서 항해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충돌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9월 10일 국유화 결정을 내리자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영해 기점으로 삼는다고 전격 발표했다. 중국의 각종 언론매체는 ‘중·일해전 불가피’ ‘영해기점 선포는 센카쿠 탈환의 법적 근거’ 등 화약내 진동하는 글을 일제히 뿜어내고 있다. 실제로 9월 12일 중국 4대 군구 연합으로 도서탈환 대규모 훈련을 실시했고 4척의 해양감시선을 센카쿠 해역으로 급파했으며, 13일에는 대일 경제보복을 경고하는 등 전 방위 보복 태세를 가열시키고 있다.

센카쿠 잃으면 류큐군도 잃는다

이번 사태 진전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든다. 일본은 왜 오랫동안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센카쿠를 굳이 ‘국유화 조치’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점(点) 하나가 아니라 전체 면(面)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센카쿠(육지면적 6.8㎢, 해양면적 약 3만㎢)를 포함한 전체 류큐군도 내의 160여개의 섬(육지면적 2288㎢, 해양면적 약 150만㎢, 일본 전체 해역의 30%)을 수호하기 위해서다. 일본이 오늘 센카쿠를 상실하게 된다면 내일은 류큐군도 전체를 잃게 된다. 센카쿠의 영유권을 확실히 해 두어야만 류큐군도 160여개 섬의 지배를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필 일본은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을까?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중국의 해양대국화를 선언한 2006년 말까지, 센카쿠 영유권에 관한 일·중 간 주장을 각각 단 한 줄로 축약하자면 이렇다.

‘일본: 센카쿠는 일본의 류큐(오키나와현)에 속하기에 당연한 일본 땅이다.’

‘중국: 센카쿠는 류큐가 아닌, 대만의 부속도서이기에 중국의 고유한 영토다.’

2007년부터 전략 바꾼 중국

먼저 센카쿠를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일본 측 논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일본은 1879년 류큐왕국을 오키나와현으로 만든 후 인근의 센카쿠를 1885년부터 10년간 실지 조사했다. 센카쿠는 청나라 지배 흔적이 없는 무인도였으므로 1895년 오키나와현으로 편입시켰다.

둘째, 청일전쟁 승전 이후 1895년 체결된 시모노세키조약 제2조에 따르면 센카쿠는 청나라가 일본에 할양한 바 있는 대만과 펑후(澎湖)제도에 속하지 않는다. 따라서 센카쿠를 중국에 돌려주어야 할 하등의 근거가 없다.

셋째, 1952년 샌프란시스코조약 제2조에 따르더라도 센카쿠는 일본이 패전 후 포기한 영토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이 조약 제3조를 보더라도 미국의 군정관할지역인 류큐군도 등 ‘서남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1971년 미·일 오키나와 반환협정에 근거해 센카쿠의 영유권은 일본으로 합법적으로 반환됐다.

넷째, 중국과 대만은 전쟁 후에 단 한 번도 센카쿠 영유권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0년 석유가 발견된 후에야 센카쿠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선 중국의 주장은 이렇다.

첫째, 각종 고문서와 고지도에 근거하면 센카쿠는 명나라 시절부터 중국의 고유 영토였으며 500여년 동안 중국의 사신과 상인들이 류큐왕국 및 왜국으로 항해할 때 보조물로 이용돼 왔다.

둘째, 센카쿠는 16세기 중반 중국 해안으로 침투하는 일본 해적을 방위하기 위한 중국의 해안방위 범주 내에 있다.

셋째, 센카쿠는 중국 한약재의 주요 공급 원산지였다.

넷째, 센카쿠는 류큐가 아닌, 대만의 부속도서의 하나로서 청일전쟁 패전으로 대만과 함께 덤으로 일본에 강제 할양됐으니 이제 되돌려달라.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논리를 펴는 중국이 2007년 초부터 확 바뀌었다는 점이다. 2007년 이후 중국의 논리는 이렇게 바뀐다. “그렇다. 일본 말이 맞다. 센카쿠는 대만의 부속도서가 아니라 류큐에 속한다. 그러나 류큐왕국은 원래 중국의 속국으로서 류큐군도 전부를 일본이 불법 점령한 것이다. 미국의 센카쿠를 포함한 오키나와 반환은 중국 영토에 대한 미·일 간의 불법적인 밀실 거래다.”

목소리 크면 이긴다?

중국이 이러한 주장을 펴는 국제법적 주요 논거 3가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46년 2월 2일 맥아더 일본점령군 최고사령관의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행정구역은 혼슈, 규슈, 시코쿠, 홋카이도 등 일본 4대 섬 및 북위 30도 이북의 1000여개의 일본 열도의 부속도서로 국한한다고 했다. 북위 30도 이남의 류큐는 일본에 속하지 않는다.

둘째, 1946년 11월 미국은 유엔에 류큐를 미국의 신탁통치 지역으로 설정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47년 4월 2일 미국의 제안을 승인해 일본 신탁통치 도서에 관한 결정을 공포했다. 즉 류큐는 유엔헌장에 의하여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물로서 적국으로부터 분리된 지역이다. 따라서 일본의 류큐에 대한 점유권은 국제법에 의하여 박탈된 것이 명백하다.

셋째, 유엔헌장 제78조는 유엔 회원국의 영토는 신탁통치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류큐가 신탁통치를 받는다는 사실은, 즉 류큐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증거다. 유엔헌장 제79조, 제83조, 제85조도 신탁통치하의 영토의 관할에 관한 변경 및 그 조항의 개정에는 반드시 안전보장이사회 또는 유엔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이러한 유엔헌장상의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미·일 간의 오키나와 반환조약은 국제법 위반으로 무효다.

그런데 이러한 오키나와 반환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중국의 지적에 대한 일본의 반격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거의 묵묵부답 수준이다.

이처럼 중국은 기존에는 해묵은 문헌에서 찾아낸 근거에 기반해 일본에 밀리는 주장을 펼쳐왔지만 최근 달라진 국제 위상에 걸맞게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류큐군도 전체를 중국에 환수하거나 독립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류큐공정’으로 칭해지는 이러한 중국의 강력한 주장은 해양에 강하다는 일본마저도 외교적 패배를 인정할 만큼 그 성과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끊임없는 국제법적 고찰과 영유권 분쟁에 대한 대비가 이전과 다른 중국의 승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화교사회 “류큐 회복!”

중국 대륙과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중화권은 물론 전 세계 화교사회도 최근 이러한 중국의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센카쿠 영유권뿐만 아니라 ‘류큐 회복’ 또는 ‘류큐 독립’의 언급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논문이나 저술 발표 등 주로 중국 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던 류큐에 대한 이 같은 언급이 최근에는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지난 7월 12~25일, 3회 게재) 등 중국의 중앙 관방매체에까지 공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일본은 중국 정부 차원에서 류큐 주권 귀속 또는 류큐 독립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제 시간문제라고 파악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G2(주요 2개국)로 대변되는 중국의 초강대국으로의 부상은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급성장을 계속하는 반면 일본 자국은 물론 일본의 ‘언덕’인 미국조차도 쇠락의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구나 2008년 친중파인 마잉주가 집권한 이래 대만 역시 중국이라는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 신세가 돼가고 있다. 지금 대만은 어떻게, 언제 중국에 흡수통일 당할 것인가의 문제만 남았다. 대만 독립의 목소리는 사라졌으며, 미국은 대만을 거의 포기했고,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은 요원한 미래가 아니라는 현실은 일본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일본열도-류큐군도-대만을 연결하는 제1도련(島鏈·Islands Chain)으로부터 발을 빼려는 조짐이 보이는 와중에 센카쿠를 포함한 류큐군도는 앙상한 등뼈처럼 중국의 눈앞에 드러나게 됐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자신감을 잃은 일본은 미국이 완전히 이 지역에서 철수하기 전에 미국의 꼬리를 잡고서라도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효백 경희대 중국법무학과 교수 ‘중국의 습격- 류큐로 보는 한중일 해양 삼국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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