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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30호]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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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10년 공부한 40대 연구원 연봉 고작 3000만원 “밥벌이 안 되는데 누가 하나”

맥 끊기는 번역 인력 양성

박소영  기자 

▲ 성균관 한림원 수강생들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흉복자를 식지하시며, 식부판자러시다.(상복을 입은 자에게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하시고, 국가의 지도나 문서를 지고 가는 자에게도 경의를 표하셨다.)” 지난 10월 1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명륜동3가의 성균관 한림원. 강사가 논어의 한 구절을 읊자 수강생들이 큰 소리로 따라 읽었다. 논어(論語) 20편 중 공자의 평소 생활 태도를 기록해 놓은 제10편, 향당(鄕黨)편이었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조용근(59)씨는 “이곳에서 대학(大學), 중용(中庸) 등 훌륭한 고전을 익힐 수 있어 즐겁다”며 “강사 실력도 뛰어나고 면학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조씨는 5년 전 한문 공부를 시작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을 비롯해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입맛에 맞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수준 높은 강의를 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조경진(30)씨는 “대학원생이나 학부생의 경우 한문을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수요가 없기 때문에 가르치는 곳도 많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25명이 수강하는 이 수업에 학부생은 3명뿐이었고 대부분은 40대 이상 남성이었다. 조씨는 “쌓여 있는 국가 기록을 번역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젊은 세대는 한문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번역인력 한 해 10~20명 수준
   
   한문 후학을 양성하는 기관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 서당에서 천자문을 익히고 논어와 대학을 읽었지만 현재는 한문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성균관 한림원, 태동고전연구소, 사단법인 유도회 부설 한문연수원 등 몇 곳만이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기관이 없으니 번역 인력 양성은 요원하다. 이들이 배출해 내는 번역 인력을 모두 합해도 한 해 10~20명 수준이다. 고전번역교육원의 고전번역 전문과정Ⅱ(실제 번역 사업에 종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를 수료하는 수강생이 연평균 3~5명에 불과한 데다, 한림원과 태동고전연구소는 번역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림원의 경우 매년 20~3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이들 중 실제로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태동고전연구소 역시 매년 1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지만 대다수는 교수나 강사가 된다.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의 김윤규 교수는 “한문 교육기관 중 가장 큰 곳에서 배출하는 번역 인력이 한 해 10명이 안 된다”며 “이렇게 해서 언제 그 많은 국가 기록을 전부 번역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보다 귀중한 것들이 건물 몇 채 분량만큼 쌓여 있다. 우리 스스로 그런 보배를 묻어둬서는 안 된다. 연구 인력을 대폭 증원하고 국가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 한국 정신문화의 수준은 계속 떨어지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고 인재로 대접해줘야”
   
   김윤규 교수가 지적한 대로 번역 인력 양성은 시급한 과제다. 승정원일기를 완역하는 데 80년이 넘게 걸린다는 조사 결과를 보면 번역 인력의 수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인력 부족이 첫 번째 문제고, 처우가 두 번째 문제”라며 “젊은 사람들이 밥벌이를 할 수 없어 번역에 뜻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경우만 해도 5~10년의 수련을 거친 40대 연구원이 30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교육기관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인재들이 번역을 포기하고 교수직을 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정우봉 교수는 “학생들이 전문 교육을 받은 뒤 안정적으로 번역에 종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나마도 한국고전번역원에 들어가면 기본 생활은 보장받지만, 번역원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1년에 1~2명밖에 뽑지 않아 번역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전번역가에 대한 인식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번역은 한국의 정신문화를 복원하는 과정인데 이런 작업을 영어·프랑스어 번역과 비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프리랜서 번역가와 영어·프랑스어 번역가가 받는 고료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차원 장기투자 절실
   
   김윤규 교수는 “영어·프랑스어 등은 생활어로, 우리가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말이지만 한문은 오랜 기간의 학습 없이는 깨우칠 수 없는 특별한 언어”라며 번역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퇴계 선생은 당대 최고의 지성입니다. 당연히 퇴계 선생의 글을 번역하는 사람도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여야 하죠. 그런데 지금은 번역하는 사람의 지적 품위가 최고 지성의 그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선생이 말씀하시고자 했던 원뜻이 자칫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예요.” 김 교수는 “의대·법대로 쏠리고 있는 최고 인재들이 번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번역인력을 ‘전문가’ ‘지식인’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 현실 때문에 인재가 모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은 1974년부터 지금까지 한문 번역 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는 대표적 기관이다. 지금까지 14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전북 전주와 경남 밀양에 분원을 두고 있다. 실제 번역사업에 종사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고전번역 전문과정Ⅱ의 경우 2년 과정이며 전일제 수업으로 진행된다. 고전번역교육원의 정동화 실장은 “고전번역 전문과정Ⅱ 수강생에게는 매달 120만원의 장학금이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매년 조정이 되고 있다”며 “번역 인력을 양성하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976년 이래 매년 10명을 선발해 3년간 한문교육을 실시해온 태동고전연구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 위치한 고전문헌 연구·교육기관이다. 2009년부터는 한림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석사)으로 전환됐으며 지금까지 22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성균관 부설 교육기관인 한림원은 1989년 개원한 이래 매년 20~3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유교 경전 학습을 통한 유교 사상의 대중화가 목적이다. 한림원의 임옥균 학생부장은 “고전번역교육원과 태동고전연구소의 경우 국가로부터 일정 부분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림원은 그렇지 못하다”며 “한문 후학 양성을 위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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