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강원도 철원 서면에서 육군 백골부대 소속 장병들이 제18대 대선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지난 12월 13일 강원도 철원 서면에서 육군 백골부대 소속 장병들이 제18대 대선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있다. ⓒphoto 연합

18대 대선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12월 13일)을 앞두고 11개 언론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에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등 10곳의 조사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앞섰지만, 7곳의 조사가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11개 조사에서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만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역시 오차범위 내인 0.4%포인트 앞섰다. 대선 막판에 승부를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초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12월 12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보면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율은 47.1% 대(對) 43.4%로 차이가 3.7%포인트(오차범위 ±3.1%포인트)였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대선 후보직 사퇴(11월 23일) 직전인 지난 11월 17~18일 SBS·TNS 조사와 비슷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47.5% 대 43.9%로 3.6%포인트 차였다. 안 전 교수의 사퇴 이후에 문 후보에 대한 지원 결정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한때 문 후보의 지지율이 많게는 7~8%포인트가량 뒤처지기도 했지만, 다시 회복 추세를 보이며 판세가 20여일 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박승열 월드리서치 사장은 “대선 1주일을 남기고 두 후보는 기존에 자신이 얻었던 지지율의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셈”이라며 “남은 기간 동안 10% 안팎에 불과한 부동층을 누가 최대한 끌어 모아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층은 야당에 비해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反感)이 강하기 때문에 문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견해와 “아직까지 부동층으로 남아 있는 유권자는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지지율이 다소 앞서 있는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투표율 예측은 ‘신의 경지’?

‘부동층 흡수’와 함께 주목받는 최종 변수가 바로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문 후보, 65% 미만이면 박 후보가 유리하고, 65~70%일 경우엔 초접전일 것이란 게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투표율 예측은 ‘신의 경지’란 말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다”며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 의향층의 비율을 통해 추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미디어리서치의 12월 12일 조사에서 적극 투표 의향층은 84.7%였다. 2002년 대선 때 1주일 전 조사에서 적극 투표 의향층은 86.7%로 이번보다 2%포인트 높았고, 실제 대선 투표율은 70.8%였다. 2007년에는 적극 투표 의향층이 76.6%, 실제 투표율은 63.0%였다. 이번 대선의 적극 투표 의향층은 2007년보다 많지만, 2002년보다는 적다. 즉 최근 조사 결과로는 이번 대선 투표율이 65~70%를 기록하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이양훈 미디어리서치 부장은 “선거 관심도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투표율이 70%에는 약간 못 미칠 것 같다”고 했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적극 투표 의향층은 박 후보 지지자 중에선 88.7%, 문 후보 지지자 중에선 86.5%로 비슷했다. 최근 들어선 박 후보 지지자에 비해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문 후보 지지자의 적극 투표 의향률 상승 폭이 더 컸다.

침묵의 나선이론

두 번째 막판 변수는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되어온 ‘숨은 표(票)’다. ‘숨은 표’란 특정 정파의 지지층이 자신의 의견이 지배적인 여론과 다를 경우 침묵을 지킨다는 ‘침묵의 나선이론’과 관련이 있다. A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는 게 대세라면, B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자신의 표심(票心)을 드러내기 싫어서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숨은 표다. 이에 따라 여야(與野)는 과거 선거에서 숨은 표로 인해 투표 직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의 차이가 컸던 전례를 떠올리며 ‘경계론’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투표 1주일 전 방송3사 공동조사 결과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50.4% 대 32.6%로 차이가 17.8%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오 후보 47.4%, 한 후보 46.8%로 불과 0.6%포인트 차였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1주일 전 갤럽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45.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17.5%였다. 실제 투표 결과인 이명박 후보 48.7%, 정동영 후보 26.1%와 비교하면 정 후보만 큰 폭(8.6%포인트)으로 올랐다.

두 사례에서는 열세였던 후보 쪽으로 부동층이 더 많이 이동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때문에 여당은 “최근 여론조사는 과거에 비해 정확해졌다”면서도 “여론조사만 믿고 마음을 놓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야당은 “야권 성향의 ‘숨은 표’가 선거날 드러나면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숨은 표의 정체는 대선 당일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야는 마지막 순간까지 초조할 수밖에 없다.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집전화로만 조사하던 과거와 달리 작년부터 무작위 전화걸기(RDD)와 휴대전화 병행 조사를 실시하면서 20·30대 화이트칼라 등 야권 기반층의 여론도 조사에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면서도 “어느 선거나 숨은 표는 일부라도 존재했기 때문에 현재의 여론조사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했다.

수도권 표심의 승리법칙

세 번째 변수는 ‘수도권 표심’이다. 1987년 이후 5번의 대선에서는 ‘수도권에서 패한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는 대선 승리 법칙이 있었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몰려 있고, 중립 성향이 강한 수도권을 놓치면 대선 승부가 힘겨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리서치의 지난 12월 8일 조사에선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 지지율은 45.0% 대 43.8%로 불과 1.2%포인트 차였다. 두 후보는 12일 조사에서도 44.9% 대 45.4%로 불과 0.5%포인트 차란 초박빙의 대접전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 법칙’으로도 누가 유리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서울에서 43.0% 대 47.5%로 문 후보가 다소 앞선 반면, 인천·경기에서는 46.4% 대 43.9%로 박 후보가 약간 앞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안 전 교수의 후보직 사퇴 이후 열세가 확연했던 문 후보가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며 “며칠 남지 않은 대선까지 문 후보가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박 후보와 지지율이 역전되는 ‘골든 크로스’가 나타날지 여부가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거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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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대선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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