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핵 협상 타결을 기뻐하고 있다. ⓒphoto AP·뉴시스
지난해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핵 협상 타결을 기뻐하고 있다. ⓒphoto AP·뉴시스

지난 1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사장 오영호)는 ‘경제제재 완화대비, 대(對)이란 10대 수출유망품목 및 진출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및 독일(P5+1)이 이란과 핵 협상을 타결한 직후 대이란 제재완화에 대비해 10대 수출 유망 품목을 꼽는 보고서였다. 10대 품목은 자동차부품, 석유화학제품, 의료기기, 풍력발전, IT, 철강, 가전, 종이, 산업기계류, 섬유제품이다. 코트라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핵 협상 타결로 이란 경제 도약하나’란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자원, 노동력 등 펀더멘털이 우수해 중동의 독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라는 부제까지 붙여 이란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핵 협상 타결로 이란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 면적의 7.5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진 이란은 인구 7700만명의 중동 최대 내수 시장이다. 원유·천연가스 자원 대국으로 원유 매장량은 세계 3위이고,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2위다.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9%인 1546억배럴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에 이어 많은 원유를 갖고 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250만~270만배럴.

천연가스는 세계 가스 매장량의 15%인 약 30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1위다. 세계 2위 석유기업인 BP의 세계에너지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하루 4억3000만㎥로 러시아(17.6%)를 제치고 1위(18%)에 올랐다. 이 밖에 매장량 기준으로 구리는 9위, 철광석은 12위, 납과 아연은 17위에 달한다. 또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고등교육을 받고 전체 인구의 60%가 30대 이하여서 향후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란 경제는 2010년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발효하면서 극도의 타격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이 반토막 나면서, 경상수지 역시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유 수출길이 막히자 정부의 재정수지도 악화됐다. 또 40%가 넘는 인플레이션과 12.2%에 달하는 실업률이 발목을 잡았다.

이런 상황에 서방의 제재가 풀리는 수순을 밟게 되자 이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표로 일부 나타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이란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4%로 상향조정했고, 달러 대비 리알화 가치는 3% 이상 상승하면서 강세로 전환됐다. 수년간의 경제 제재 끝에 나온 성적으로, 일부 외신이 “이란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극복한 독일처럼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평가한 까닭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이란의 재개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한국은 2010년까지만 해도 이란의 주요 교역 파트너 중 하나였다. 이란투자청(OIETAI)의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2011년 대이란 투자 실적에서 건수 기준으로 40%, 투자승인액 기준으로 34.2%에 달해 가장 많은 투자를 기록했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이란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은 15곳가량. 삼성물산, LG상사, SK네트웍스, 대우인터내셔널 등 대기업 종합상사와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위주로, KT&G를 제외한 14곳이 대기업 연락사무소다. KT&G는 2008년 600만달러를 투자해 담배를 생산하는 현지법인을 세웠고 매년 5000만갑의 담배를 생산 중이다.

이란 측도 지난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완화를 전후로 우리 측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의 코트라에 해당하는 이란통상진흥청(TPO)은 “한국과 무역 분야에서 관계 증폭을 희망한다”고 공식 발표를 한 바 있다. 당시 하미드 사파엘 이란통상진흥청장은 “민간 분야에서 이뤄지는 양국 간 무역사절단 활성화가 상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이란과 한국 사이의 자유무역지역(FTZ) 설정까지 거론했다.

현재 대이란 제재 완화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전기전자 분야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 측은 보고서에서 “이란에서 가전제품 제조업은 수익성이 좋으며 투자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자국 내 가전제품 생산은 7000만명이 넘는 인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이란 파르스(Pars)와 같은 이란 자체 브랜드가 일부 있으나 많은 분야에서 수입 제품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제품은 이란 전체 수입량의 75.6%를 차지했다. 현지 대형마트인 하이퍼스타의 가전 코너에서도 LG전자 등이 무료 방문설치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며 이란 현지 브랜드와 경쟁해 선전하고 있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 측은 “축적된 마케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산 제품의 강점을 반영한 장기적 브랜딩 전략 수입이 요구된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재은 아중동팀 연구원은 주간조선에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시장을 재선점하는 전략을 추구해야 하며 비제재 부문에 대한 적극적 진출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며 “자동차 같은 제재 완화 부문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신재생에너지·중소형공장·정보통신기술 등 비제재 부문에 적극 진출해 불확실성을 낮추는 동시에 수출 다각화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트라 신흥시장팀의 한 관계자는 “인도적인 품목과 의료와 식료품 같은 비제재 부문에 대해 이란의 주요 바이어 및 기관들과 계속적으로 거래를 진행하거나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오는 7월 20일까지 한시적으로 제재완화가 됐지만 이란이 핵 협상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완화 조치가 철회되거나 제재가 추가될 수도 있어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장지향 중동연구센터장은 주간조선과 통화에서 “2011년에 우리 중소기업들이 이란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 공백을 중국 기업들이 많이 메워버렸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라며 “우리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에서 원자력과 의료사업을 벌이는 것처럼 이란 시장에서도 고급 기술 산업 분야를 공략하는 방법이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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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 홍근혜 인턴기자·연세대 국문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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