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사를 받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photo 이종현 조선일보 객원기자
제주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심사를 받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photo 이종현 조선일보 객원기자

인도 무역 컨설팅 업체 BTN 김응기 대표는 한국의 소아치과 전문병원의 인도 진출을 돕는 사업을 해왔다. 지난 8월, 1년 반이 넘게 공을 들인 일이 성과를 냈다. 국내 소아치과 전문병원인 CDC어린이치과병원(대표원장 이재천)이 인도에 1호 프랜차이즈 병원을 설립하기로 인도 측 파트너와 합의했다. 하지만 뜻밖의 장애물에 마주쳤다. 인도의 사업 파트너를 9월 말 한국으로 초청하는 데 곤욕을 치렀다.

인도 의사인 합작 파트너 두 명은 한국 방문 비자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첸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총영사 김경수) 측으로부터 네 번 이상 서류보완을 요구받았다. 김응기 대표는 “관련 증빙 서류를 추가하라고 해서 해가면 다시 다른 서류보완을 요구했다. 이게 반복됐다. 답답하고 어이없었다”며 “그들은 병원을 세 개나 갖고 있는 치과대학 학과장급이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한국에 불법체류를 하겠느냐”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복잡한 입국절차에 진저리가 난 인도 의사들이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한국과 손잡아야 하나. 중국도 있고 일본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도는 13억 인구에 어린 연령층이 두꺼워 국내 소아치과 병원이 진출하면 큰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곡절 끝에 인도인 의사들의 한국 입국이 허용됐지만 비자발급 절차 때문에 공을 들인 사업이 무산될 뻔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게 김응기 대표의 말이다. 그는 “불법체류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을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해외의 고급 인력과 비즈니스 파트너 초청이 어려워서는 국가적으로도 소탐대실”이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뭔 줄 아세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과거 입국을 막은 공무원을 해고시켰다고 합니다. 미국, 일본, 중국 너나 할 것 없이 인도 모시기에 열심인데 우리나라만 인도에 대해 무지합니다”라고 했다. 지난 9월 30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모디 인도 총리는 구자라트 주총리로 일하던 2005년 힌두교도의 이슬람교도 유혈 학살을 선동·방관했다는 이유로 미국 입국 비자를 거절당한 바 있다.

첸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측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CDC병원의 합작 파트너에 대한 한국 방문 비자발급을 까다롭게 한 첸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진 77명의 가짜 인도인 목사들에게 비자를 발급한 곳이기도 하다. 가짜 인도인 목사들은 지난 7월 초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종교지도자회의에 참석한다며 기독교 목사 신분으로 초청비자를 받아 입국했다. 이들의 행방이 파악되지 않아 법무부 이민특수수사대가 추적 중이다. 첸나이 영사관은 이들에게 90일짜리 단기방문 비자(C-3)를 발급했다. 첸나이에 사는 한 한국인은 주간조선에 “첸나이에서는 7월부터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유명한 사건”이라며, 인도인이 운영하는 비자발급 대행업체가 1인당 420만원 상당의 알선 비용을 받고 인도인들을 기독교 목사 신분으로 위장해 입국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이민특수조사과 김두열 과장은 주간조선에 “한국 내 인도 국적의 불법 체류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며 “대부분 관광비자나 비즈니스비자를 받고 입국한 뒤 잠적한다”고 했다. 김 과장은 “외국인 입국 관련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출입국 관리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불법체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에 오겠다는 관광객이나 사업가들을 무작정 막을 수도 없는 현실에서 “이번처럼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는 쉽지 않으나, ‘석(石)’이 아닌 ‘옥(玉)’까지 걸러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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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인턴기자·캔자스주립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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