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의 정점에 있는 기관입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고, 부처 간 의견조율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입니다. 동시에 국민의 목소리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여론을 파악해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비서실의 역할을 보면 이런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주 주간조선이 보도했던 ‘청와대로 보낸 IT아이디어, 왜 A사 상품으로’라는 기사를 통해 언급된 사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최기영씨는 “청와대가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대기업에 넘겼다”며 주간조선에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창조경제 아이템’이라며 자신이 지난해 9월 청와대로 보낸 아이디어가 한 국제가전박람회에서 대기업 아이디어 제품으로 출시됐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였습니다.

최씨에게 저는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우선은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청와대에서 그 자료를 대기업에 넘겼다는 증거가 없지 않냐고 했습니다. 최씨는 “그 점을 알고 있지만 청와대 측에서 최초에 제대로 된 답신만 줬어도 이런 의혹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해 했습니다.

실제로 최씨는 창조경제 관련 제품 아이디어 자료를 청와대에 보낸 후 답변이 없자 청와대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회신을 부탁한다고 했답니다. 20번 가깝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이 온 적은 없었습니다. 최씨는 국민권익위원회 신문고에도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권익위에서는 그런 자료가 청와대에 배달된 적이 없기 때문에 진상조사가 불가하다는 답변이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취재 도중 한 행정관이 전화가 왔습니다. 자료는 받았지만 보고 곧바로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는 것입니다. 자료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권익위원회의 답변은 거짓이었던 셈입니다.

어떤 사람은 지난주 기사가 ‘기사 가치가 있는 거냐’고 더러 반문을 하지만, 저는 이번 사건이 공무원들의 무산안일주의 및 행정편의주의가 대한민국 최고기관인 청와대에도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불과한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비서실이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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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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