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반한(反韓)감정의 진원지입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한번쯤 들르는 곳인데, 우선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행정수요에 비해 공간이 협소해 늘 만원입니다.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서비스도 여전합니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상대로 반말도 툭툭 튀어나옵니다.

내국인은 서울 종로구에 살면 종로구청에 가서 업무를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은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어딘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행정구역과 출입국 관할구역이 일치하지 않아서입니다. 경기도 성남, 하남의 외국인은 도청소재지인 수원이 아니라 서울 목동으로 가야 합니다. 또 경기도 부천, 김포의 외국인도 수원이 아닌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야 합니다. 중구난방입니다. 자신의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홈페이지에 접속해 검색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홈페이지의 외국어 서비스는 영문만 제공됩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162만명)의 절반이 넘는 82만 중국인을 위한 중국어 서비스는 아직 안 됩니다. 시중은행 홈페이지는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심지어 베트남어도 제공됩니다. 공급자 위주의 탁상행정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병(病)’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정책 개선이 거론됩니다. 지난주 기자가 만난 석동현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한국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외국 인력에게는 과감히 영주권을 내주자”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관료행정과 탁상행정은 국내에 있는 고급 외국 인력마저 등을 돌리게 만듭니다.

19만 불법체류 외국인 상당수도 관료행정 탓에 발생합니다. 국내에 일정 기간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을 하고 거소를 신고해야 합니다. 또 이사를 하거나 근무처가 바뀌면 변경신고를 하고, 체류기간 만료 전 기간연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할구역도 헷갈리고, 외국어 서비스도 안 되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전락합니다. 고급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있는 인력이라도 잘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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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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