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큰백 마운틴’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

“동성애는 유전도, 선천적인 것도 아닙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육은 다음 세대의 성의식을 왜곡시킵니다. 동성애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길원평(58) 부산대 교수(물리학)는 동성애의 선천성에 관한 서구의 왜곡된 정보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동성애는 유전된다’는 오해와 편견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길 교수는 최근 도명술 한동대 교수, 이세일 다니엘종합병원 의료원장 등 5명의 교수, 의사들과 함께 ‘동성애,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책을 펴냈다. 길 교수는 책에서 ‘동성애는 유전이다’는 기존 주장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유전자·호르몬·두뇌 부문으로 나누어 그동안 발표된 논문, 연구결과를 갖고 반박하고 있다.

길 교수는 주간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동성애가 타고난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일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비율’”이라고 말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한 개의 수정란이 나누어져 두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동일한 유전자를 갖는다. 또 한 어머니의 자궁에서 동일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동성애가 유전자와 태아기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다면 일란성 쌍둥이는 당연히 높은 동성애 일치비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를 상대로 한 동성애 연구의 대표적 인물은 미국의 유전의학자 칼 만이다. 칼 만은 1952년 “일란성 쌍둥이 중 한쪽이 동성애자일 경우 다른 한 명도 동성애자인 비율은 100%이고, 이란성 쌍둥이의 동성애 일치비율은 15%”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길 교수는 “이 결과는 교도소와 정신병원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길 교수는 칼 만 연구에 대한 반박으로 2000년 이후 발표된 켄들러(미국), 베일리(호주), 랑스트롬(스웨덴) 연구를 예로 들었다. 1512명을 조사한 켄들러 연구(1995~1996년·응답률 60%)에 따르면 동성애자 비율은 2~3%였으며, 그중 쌍둥이 모두 동성애인 비율은 18.8%로 나타났다. 3782명을 조사한 베일리 연구(1992년·응답률 53.8%)에서는 남성 11.1%, 여성 14.6%에서 동성애 일치비율을 보였고, 7652명을 조사한 랑스트롬 연구(2005~2006년·응답률 59.6%)는 남성 9.9%, 여성 12.1%로 나타났다.

길 교수는 “3차례의 대규모 조사에서 일란성 쌍둥이가 모두 동성애인 비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전에 의해 동성애가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성애 유발 유전자의 존재 여부도 논란의 대상이다. 1993년 미 국립암연구소의 딘 해머 박사는 ‘동성애 유전자인 Xq28이 존재한다’고 발표하면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러나 그 후 해머의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연구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1999년 윌리엄 라이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진화유전학 교수팀은 Xq28에 존재하는 네 개의 표지 유전자를 조사했다. 52쌍의 동성애자인 형제 사이의 유전자 공유 결과와 동성애자가 아닌 33쌍의 일반 형제 사이의 유전자 공유 결과를 비교해 보고 Xq28이 남성 동성애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후 2005년 ‘무스탄스키 연구’, 2010년 ‘라마고파란 연구’도 Xq28과 동성애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

길 교수는 “동성애 유전자에 대해 부정적 결론을 얻은 연구 결과는 거의 소개되지 않으면서 일반인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심어주었다”고 말했다.

길 교수 팀은 1991년 영국의 신경과학자 사이먼 리베이가 발표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는 시상하부의 INAH3의 크기가 다르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2001년 바인의 연구를 반박 자료로 제시했다. 바인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에 비해 INAH3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 있는 뉴런의 개수는 남성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비슷하고 여성에 비해서는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동성애자의 INHA3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후천적 이유로 인한 신경망 감소 때문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 바인 연구팀은 INHA3의 크기만으로 동성애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태아기의 성호르몬 이상으로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은 없을까. 윌리엄 라이스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진화유전학 교수는 2000년 네이처지에 동성애자의 손가락 길이를 조사한 결과 태아기의 호르몬이 동성애 형성에 아주 약한 영향을 주었다고 발표했다. 길 교수팀은 태아기의 호르몬이 아닌 다른 이유로도 손가락 길이의 비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정적 원인이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윌리엄의 논문 이후 두 번의 연구결과에서 일관성 있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태아기 호르몬이 동성애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또 있다. 1940년과 1970년 사이 유산 위기의 임산부에 합성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디에틸스틸베스트롤을 대량 투여한 적이 있었다. 이들의 2세들을 조사한 결과 딸에게서는 일반인보다 약간 높은 동성애 성향이 나타났지만 아들의 경우 20명을 조사해 보니 아무도 동성애 성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외부성기의 모양이 남성처럼 보일 정도로 태아기에 과다하게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질환을 가진 여성이 동성애 성향을 나타낼 확률이 일반 여성에 비해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길 교수팀은 태아기에 노출된 남성호르몬과 동성애 사이에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직접적인 조사결과는 없다고 결론 짓고 있다.

동성애가 타고난 것이 아니라면 동성애를 유발하는 후천적 요인은 뭘까. 길 교수팀은 부모의 잘못된 성역할 모델, 유년기의 불안정한 성 정체성, 잘못된 성경험, 음란물, 동성애를 인정하는 사회풍토 등을 꼽고 있다.

올바른 성문화를 위한 시민단체인 성과학협회장 민성길 연세대 명예교수(신경정신과전문의·효자병원장)는 “그동안 동성애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오이디푸스콤플렉스’ 등 성적 트라우마가 원인이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하듯 동성애도 치료가 가능한 것이었다. ‘동성애는 유전이다’는 논리가 확산되면서 동성애는 내 탓이 아닌 유전자나 부모 탓이 됐다. 동성애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라는 논리가 동성애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 책임은 잘못된 연구결과만 발표하는 언론에도 있다”고 말하고 실제 동성애로 병원을 찾은 30대 남자를 치료한 경험을 들려줬다.

“아주 잘생기고 패션감각도 뛰어났어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괴로워하다 병원을 찾았어요. 30회 정도 정신분석 치료를 하면서 원인을 찾아보니 어린 시절 남자 어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심리를 보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동성애자인가, 동성애자로 살아야 하나 보다, 스스로를 그 생각 속에 가두고 믿게 되는 거죠. 여성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도 거부하게 됩니다. 그 환자도 여성을 만나봤지만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불편하고 무섭다고 했습니다. 계속 치료를 하면서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여성이랑 데이트도 하고 스킨십도 했다면서 좋아서 찾아왔어요. 그 후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민 교수는 “동성애가 어린 시절 성적 트라우마가 원인이라는 정신의학계의 연구논문이 많습니다. 충격적인 성적 경험이 스스로를 동성애의 테두리에 가두는 것입니다. 그 틀을 깨고 마음을 열면 동성애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동성애자들이 차별받거나 그들의 인권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다만 동성애 문제는 출산을 못한다는 것과 에이즈(AIDS)입니다. 피에서 피로 전염되는 에이즈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항문성교를 통해 가장 많이 확산됩니다. 동성애가 역사적으로 터부시돼 온 것은 순리가 아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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