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와 서해에는 목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섬들이 여럿 있다. 크고작은 어미섬에 붙어 있는 섬들에붙은 보통명사다. 물이 빠지면 어미섬에서 이 목섬까지 길이 나서 건너다닐 수 있다. 목은 나무 목(木)인데, 순우리말 ‘모가지’ ‘목’을 한자로 바꿔 그리 되었다. 한 섬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목덜미 항(項) 자를 써서 항도(項島)라고도 한다.

경기도 옹진군 영흥면에 있는 작은 섬 선재도 입구에도 목섬이 있다. 시화방조제에서 시작해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옹진군 선재도, 영흥도로 이어지는 길은 시간 없는 사람들이 주말에 즐기기 좋은 드라이브코스다. 대부도·선재도·영흥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목섬은 그 길에 빠짐없이 언급되는 촬영 피사체다. 선재대교를 절반쯤 건너면 왼편 아래로 목섬이 보인다.

썰물 때든 밀물 때든 목섬은 외롭다. 세간에는 어미섬에서 이 섬까지 구름다리를 놓겠다고 계획 중이라고 하는데, 누가 왜 그런 발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 작은 무인도에 뭐 할 일 있다고 사람들이 굳이 들어가겠는가. 경관만 망칠 뿐이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섬까지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차량은 금물이다. 딱딱하게 굳은 길을 잘 골라 몰지 않으면 사륜구동차도 고생하는 길이다. 사진에 보이는 두 자동차도 돌아나오는 길에 뻘에 빠져 한참을 고생했다. 아름다움은, 멀리서 눈으로 즐길 일이다. 렌즈=삼양옵틱스 50㎜, 셔터스피드=1/125초, 조리개=f16, 감도=ISO100, 2015년 3월 촬영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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