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희망미래재단의 ‘찾아가는 셀프 리더십 캠프’ 현장.
꿈희망미래재단의 ‘찾아가는 셀프 리더십 캠프’ 현장.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자기주도학습’과 ‘자기결정능력 배양’이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정한 올해 학교교육 현장의 방향성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지난 3월 2일 조희연 교육감은 2015년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서울시 전역의 교사들에게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다. 조 교육감은 편지에서 “그동안 교육계는 자기결정능력을 키우는 일을 중시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많은 아이가 ‘결정장애’를 앓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결정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과제로 재설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을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우고 싶습니다”라는 것이 조 교육감 편지의 요지였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은 이견(異見)의 여지 없는 당연한 명제다. 이 명제가 교육계의 화두로 새삼 떠오른 것은 학생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하는 어두운 현주소를 역으로 드러낸다.

이 시대 아이들이 자기결정능력이 없어진 데에는 대한민국의 ‘매니저형’ 엄마들 탓이 크다. 작게는 아이의 학원 스케줄부터 크게는 아이의 인생 스케줄까지 일목요연하게 짜주고, “너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라며 앞에서 이끄는 엄마들 말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수환(가명)의 어머니는 아이의 25세 인생 스케줄까지 짜 둔 상태다. “아이를 미국으로 보내려 하다가 아이 성향을 보고 방향을 틀었다. 창의력이 부족하고 주입식 교육이 잘 맞아 한국에 있으려 한다. 사립초등학교, 교육청 영재원, 대학부설 영재원, 국제중, 과학고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하는 게 목표다. 6세부터 영재전문학원인 와이즈만을 보냈고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중이다. 6~10세까지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8~9세에는 수영을 접영까지 마스터하고, 10~11세에는 인라인과 스피드스케이트를 가르칠 거다.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영어교육을 위해 미국에 1년간 보낼 생각이다.”

이씨는 독서교육과 역사체험학습을 위해 학원까지 물색해 둔 상태다. 이씨가 극단적인 케이스 아니냐고? 아니다. 이씨처럼 아이의 중장기적 인생 스케줄을 결정해 놓은 엄마들은 주변에 널렸다. 이런 엄마들은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간섭하고 체크한다. 학원에 픽업온 엄마를 보고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묻는 장면은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매니저형 엄마들의 역할은 대학진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의 사례들을 보자.

A. 2015년 2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대학교 캠퍼스. 신입생의 엄마들이 수강신청용 PC에서 수강신청을 하고 있다. 엄마가 수강신청용 편람을 들고 PC에 입력하고, 신입생은 수강신청을 하는 엄마 뒤에서 구경하듯 보고 있다. 엄마는 이 학교의 명강의 리스트를 꿰고 있다.

B. 2015년 1월 서울 소재 대학교 의대 교수연구실에 엄마들이 찾아왔다. 국가고시에 낙방한 학생들의 엄마들이었다. 이들은 “우리 아이가 시험에 떨어져서 어떻게 하면 좋아요?”라며 20대 중반이 된 자녀의 진로를 상담했다.

C. 2014년 9월 전북에 있는 대학교 강의실. 원형으로 둘러앉아 전공 토론 수업을 하던 중 학생들이 하나둘 울음을 터뜨렸다. 수업의 주제는 ‘왜 나는 이 되려 하는가’였다. 학생들은 ‘나도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울먹거렸다.

이 외에도 평생 매니저를 자처하는 엄마들 사례를 꼽자면 끝이 없다. 자녀의 대학 성적표를 가지고 교수에게 따지는 엄마, 자녀의 직장 상사에게 전화해 “저희 아이 아파서 오늘 출근 못해요”라는 엄마, 회식 끝난 자녀를 데리러 온 부모 등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매니저형 부모’는 결정장애를 초래해 결국 아이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 세 번째 사례 외에도 최근 지도교수 앞에서 펑펑 우는 대학생이 많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구 A대학의 한 교수는 “학과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90%의 학생이 상담 도중 운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안 순간 정체성 혼란을 겪는 거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다른 교수들 역시 대부분의 학생들이 상담 도중 우는 걸 경험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몸만 자란 ‘어른아이’ 같은 대학생들의 현실은 일부의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대학생들의 자화상이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정선주정신과의원을 운영하는 정선주 원장은 “(이곳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소아정신과 전문의다. 마음이 아픈 아이들 대부분이 결정장애라는 그의 말은, 역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들은 마음이 건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부모의 과잉간섭’이 결정장애 유발의 한 요소라고 본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지 않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식으로 자녀를 이끈다. 물론 부모 말대로 따르면 실패 확률이 낮다. 하지만 실패를 모르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없다.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고 믿는다. 심지어 자신의 꿈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타인이 원하는 것인지도 구별 못한다.”

정 원장은 “실패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경우 실패해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에 딛고 일어날 힘이 생기지만 부모의 결정대로 하다가 실패하면 좌절이 더 크다는 것이다. 즉 부모가 시키는 대로 일류 학원의 코스를 착착 밟아서 명문대에 간 학생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뒤늦게 무력감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결정장애 극복을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넓다. 기사 앞부분에 언급한 공교육 현장 외에도 재단이나 교육운동가들이 ‘자기경영’ 내지 ‘셀프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크고 작은 사례가 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의 핵심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꿈을 찾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주도적으로 학습계획을 세워나가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꿈희망미래재단(이사장 스티브 김, 본명 김윤종)에서 실시하는 ‘동기부여 리더십’과 공병호경영연구소의 ‘자기경영 아카데미’다.

꿈희망미래재단 ‘자기주도적 삶을 찾는 3일의 기적’

… 억만장자 스티브 김이 고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

지난 4월 22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꿈희망미래’재단 지하 1층에 재단 소속 강사 30명이 ‘찾아가는 리더십캠프’ 프로그램 운영 결과 보고를 위해 모였다. 대전과 창원지사에 있는 강사들도 화상회의를 통해 실시간으로 함께했다. 이날 모인 강사들은 50여명. 20대 후반의 강사들은 활기와 웃음이 넘쳤다. 강연장에는 김윤종 이사장과 김화실 본부장도 동석했다.

낯선 이방인의 출현에 강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김화실 본부장이 기자를 소개했다. “결정장애를 취재 중인 주간조선 기자인데, 리더십 교육을 통해 자기주도적 삶으로 바뀐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우리 재단에 오셨다”는 이 본부장의 소개에 격한 환호성이 터졌다. 어리둥절할 정도의 큰 리액션이었다. ‘리더십캠프 현장에서도 아이들에게 이렇게 큰 지지와 호응을 보냈겠구나’ 싶었다.

본격 발표 시간, 대형 모니터를 통해 대전지사의 한 강사가 손을 번쩍 들어 발표를 시작했다. 20대 후반의 재기발랄한 강사는 ‘경청’의 기술을 통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을 했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유재석의 대화법을 영상으로 곁들인 강의는 신선하고 새로웠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일방적이고 정적인 강의가 아니라 쌍방향의 살아있는 교육현장이었다.

이 재단에서 운영하는 리더십캠프는 학교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학구열 높은 지역이 아닌 동기부여 교육의 기회가 적은 지방의 학교를 찾아간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도 교육의 대상이다. 전남 목포시 혜인여자고등학교, 대전시 충남기계공고, 강원도 횡성군 우천중학교, 충북 청주시 충북고등학교, 충남 논산시 건양대학교 등 3만여명의 학생이 이 리더십 교육을 수료했다.

‘셀프 토크’ 시간, 빈 의자를 마주하고 내 안의 ‘진짜 나’를 만난다.
‘셀프 토크’ 시간, 빈 의자를 마주하고 내 안의 ‘진짜 나’를 만난다.

프로그램은 ‘3일의 기적’으로 불린다. 청소년들은 3일 동안 학교 수업은 일절 하지 않고 젊은 강사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주위에서 시키는 대로의 나’를 벗고 ‘진짜 나’를 만난다. ‘수동적 나’에서 ‘능동적 나’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수료 소감문을 보면 “리더십 교육이라고 해서 그저그런 따분한 강의겠구나 싶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 스스로 생각해 보게 되었고,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공부하겠다”는 후기가 대부분이다. 다음은 전북 군산시 B여고 1학년 박미래(가명)양의 수료 소감문이다.

“그동안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열정도 없었는데 이젠 확실한 꿈과 비전을 향한 열정을 얻게 됐습니다.… 매일 자기비하만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고 살아갈 이유도 모른 채 죽지 못해 살아가던 삶에 처음으로 진정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해온 학교들은 만족도가 높다. 2011년부터 꾸준히 리더십 교육을 실시한 전남 목포시 혜인여고가 대표적. 혜인여고는 고교평준화와 함께 성적 우수 학생들이 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피학교가 돼 갔다. 학력격차와 빈부격차가 커서 학생 간 갈등도 잦았다. 그랬던 이 학교가 놀랍게 변해갔다. 시도별 일반계고교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2012년 38위였다가 2013년 19위로 뛰어오르더니 2014년에는 평가 대상 여고 중 1위, 전체 8위를 차지했다. 그 변화의 씨앗을 이 학교 김은미 교장은 꿈희망미래재단의 리더십 교육에서 찾는다. 김 교장은 “자존감이 낮고 아무 의욕이 없던 학생들이 꿈희망미래의 ‘3일 리더십캠프’를 통해서 놀랍게 변했다. 자신감이 넘쳐서 자발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목표가 생기면서 성적도 많이 올랐다. ‘기적의 3일’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꿈희망미래재단은 ‘아시아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스티브 김(본명 김윤종)이 2010년에 설립했다. 7전8기 끝에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김윤종 이사장의 꿈이 실현된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간 김 이사장은 두 번의 창업을 통해 IT 분야에서 동양인으로 유례없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99년 자신이 운영하던 자일랜을 2조원에 매각한 후 고국으로 돌아와 세 번째로 창업한 곳이 바로 꿈희망미래재단이다.

말이 창업이지 이곳은 김윤종 이사장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쓰기 위해 만든 곳이다. 꿈희망미래재단은 땅값 비싸기로 소문난 청담동 도심 한가운데 있는데 6층짜리 빌딩을 통째로 재단에서 사용한다. 강사 인력은 50여명으로 모두 정규직이다. 김 이사장은 매년 수십억원의 자비를 이 재단에 쏟는다.

회의가 끝난 후 3층에 있는 회의실에서 김윤종 이사장, 김화실 본부장과 마주 앉았다. 김 이사장의 말투는 나지막하고 느렸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한국에 와서 충격을 받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고 자립심을 키워가는 미국의 교육과는 너무도 달랐다. 잘못된 교육 때문에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성적으로 줄 세우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무표정하게 살더라. 꿈을 잃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꿈을 발견해 자기주도적 삶을 살도록 돕고 싶었다.”

그는 2000년부터 장학사업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장학금 쾌척으로는 아이들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두 팔 걷어붙이고 한국 청소년들의 꿈지기를 자처하고 나섰다. 3일의 기적 후 달라지는 청소년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그는 감동과 보람이 중첩된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한국 부모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빠는 학원에 갈 돈을 벌어다주는 사람, 엄마는 학원에 데려다주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 유도자’가 돼야 한다는 것.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할 기회 없이 자랐다. 유대인의 자녀교육을 배울 필요가 있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준다.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지시하는 대신,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묻고 이를 존중한다. 어려서부터 결정능력 배양 훈련을 하는 것이다.”

공병호 경영연구소 ‘자기경영아카데미’

… 자기주도적 인생 경영 설파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갖추면 사교육비는 상당 부분 절약할 수 있다.”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자기주도학습이 왜 중요한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했다. “좋은 습관을 갖추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좋은 습관을 갖추면 자기주도적으로 인생을 살게 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집중력이 높아서 결과물이 좋다. 반대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없으면 자기 생각이 없다. 부모든 상사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해내는 OEM 시스템 인간형이 되는 거다.”

그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은 비단 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아니 오히려 성인이 될수록 ‘자기주도 인생경영’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주변에 보면 30~40대가 되어서도 자기주도적 인생경영 능력이 없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열정이나 목표 없이 하루하루 미지근한 삶을 산다. 어려서부터 사회나 부모가 요구한 삶을 살다가 성인이 되어서 ‘어? 이건 내가 아닌데’라며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공병호 박사는 12년 전부터 이런 철학으로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운영해오고 있다. 아카데미 교육 대상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부까지 폭넓다. 초등학생 특강의 경우 중·고등학생 어머니들의 요청에 의해 개설했다고 한다. 대상별로 거의 매주 운영되는 자기경영아카데미는 점점 인기가 치솟는 추세다. 과거에는 중·고등학생 참여율이 가장 높았으나 최근에는 정체성 혼란으로 고뇌하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자기경영아카데미 교육과정은 단 하루, 6~8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이 아카데미 역시 꿈희망미래재단의 리더십캠프와 마찬가지로 ‘자기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꿈과 목표를 찾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기면 삶의 태도가 확 바뀐다고 한다. 시간에 끌려다니는 ‘삶의 노예’에서 시간을 지배하는 ‘삶의 주인’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자기경영아카데미를 수료한 수강생의 생생한 후기를 보자. “엄마의 강요가 아니라 내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중학생) “공부를 왜 하는지 알게 되었다.”(초등학생) “아내의 강요에 의해서 왔는데 오길 잘했다. 자기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삶의 노하우를 알게 됐다.”(일반인)

공병호 박사 역시 한국에 수동적 인간형이 많은 이유를 부모들의 잘못된 교육철학에서 찾는다. “한국의 엄마들은 모성본능이 특히 강하다. 자잘한 것까지 챙겨주고 결정해주고 과잉보호를 한다. 큰 장점이지만 교육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이런 태도는 아이를 약하게 만들고 결정장애를 초래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생각장애, 결정장애는 평생 한 사람의 인생을 괴롭힌다. 이런 사람들은 직장에서는 업무 몰입도가 낮고, 결혼 후에는 가장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자기주도적 삶을 사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 박사가 부모에게 주는 조언은 명확하다. 첫째, 부모 스스로 확고한 자녀교육 철학을 세우라. 확고한 철학이 없는 부모는 자녀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 철학이 없으니 일관성 없이 흔들리면서 사안별로 간섭하게 된다. 둘째,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부모가 보기에 아이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선택을 지지해줘라. 실패를 해봐야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배운다. 셋째, 답답하고 불안하더라도 믿고 기다려라.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대신 결정을 해주는 부모는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는 것과 같다. 시간은 절약하겠지만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린다.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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