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동쪽의 에게해 남쪽에 떠 있는 섬 산토리니(Santorini)는 화산섬이다. 그리스 땅인데 이름은 데살로니카에 살았던 성녀 이레네(Santo Irene·산토 이레네)에서 따와서 로마인이 지었다. 섬 북서쪽 끝에 있는 마을 이아(Oia)의 낙조를 누군가가 ‘지상 최고의 노을’이라고 명명하면서, 안 그래도 관광객들로 쑥대밭이 되는 이 섬에 섬 무게가 늘어날 정도로 많은 외지인이 몰려온다.

산토리니 주민들은 자기네가 플라톤이 언급한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 머리 부분에 살고 있다고 철썩같이 믿는다. 기원전 1500년 에게해에 있던 화산섬 티라가 폭발했다. 티라는 분화구만 남기고 사라졌다. 융성했던 키클라데스 문명도 사라졌다. 키클라데스 문명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그 티라섬이 바로 아틀란티스라는 말이다.

섬 생김새를 보면 그런 말이 나오게도 생겼다. 분화구 낮은 능선으로 바닷물이 들어오면서 능선들이 나뉘어 섬이 되었다. 분화구는 바닷물 가득한 호수 아닌 호수로 변했다. 호수 가운데에는 아직도 활동을 하고 있는 화산이 있고 온천이 있다. 사람들은 그 호수 쪽 가파른 능선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 집들이 구경거리가 되어 돈을 벌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래전 국내 이온음료 광고를 이곳에서 찍은 이래 산토리니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섬이 되었다. 지금은 중국인에게 더 친숙하다. 면적이 89㎢도 되지 않는 이 섬에 중국 음식점만 열 군데다. 그뿐 아니다. 웬만한 식당에는 중국어로 적힌 메뉴가 맨 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주민에게는 한국이 더 친숙한 듯싶다.

“당신, 중국인?” “아니, 한국 사람.” 그러자 속사포처럼 산토리니 사내 하나가 이렇게 쏴대는 것이었다. “내 휴대폰도 너네 나라 거, TV도 너네 나라 거, 자동차도 너네 나라 거. 죽으라고 돈 벌어서 너네한테 다 갖다 바친다. 그리스 경제 거덜났다. 세상 뭐 이래.” 렌즈= 삼양옵틱스 50mm,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40초, 감도= ISO200, 2015년 4월 촬영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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