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오전 주간조선과 인터뷰 중인 안철수 의원.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지난 5월 27일 오전 주간조선과 인터뷰 중인 안철수 의원.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

“당 대표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일이 혁신이다. 문재인 대표도 전당대회에서 당을 변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나는 혁신위원장직을 문 대표가 직접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혁신은 대표가 전권을 갖고 책임감 있게 추진해도 쉽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내게 위원장을 권한 건 적절치 않다고 문 대표를 만났을 때 분명히 밝혔다.”

지난 5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에서 만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서울 노원병)은 최근 불거진 당 혁신위원장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문 대표가 직접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위원장직 제안을 거절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을 찾을 게 아니라 문 대표가 혁신위원장을 맡아 책임져라’는 뜻을 문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의미였다. 안 의원이 당 혁신위원장 논란에 대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갖고 회동 내용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당 혁신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둘러싸고 일종의 ‘진실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 간의 논란은 지난 5월 19일 오후 문재인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의 한 호텔 커피점에서 야권 내 비노(非盧·비노무현계) 진영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을 만나 당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한 데서 비롯됐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을 비공개리에 만난 건 지난 4월 29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완패 이후 내홍에 휩싸인 당을 추스르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사람은 1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회동 이후 회동 경과에 대해 언론과 만나 서로 다른 말을 했다. 문 대표 측이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고 공개했고, 하루 뒤 안 의원은 “위원장직을 맡기 어렵다고 말했다”는 엇갈린 말을 했다. 문 대표는 직접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서울대 조국 교수를 추천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으나 안 의원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안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교수 추천설’에 대해서도 “문 대표에게 (혁신위원장직) 거절 의사를 전했을 뿐만 아니라 조국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추천하지도 않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한 안 의원의 설명이다.

“나는 문 대표가 직접 당의 혁신을 주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만약 문 대표가 누군가를 영입해 당을 혁신하려면 문 대표의 생각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는 얘기도 나눴다. 문 대표도 혁신위를 지켜볼 게 아니라, (혁신위 활동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당내 반발도 생길 수 있음을 고려해 사전에 정지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원장의 실패가 문 대표의 실패라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혁신은 대표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조국 교수를 추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맡는 게 좋을지를 문 대표가 묻길래 (조국 교수 등) 언론에서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된 사람들의 이름을 말했을 뿐이다.” 조국 교수를 추천한 게 아니라 조국 교수 등이 언론에서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양자 회동을 한 뒤 대화 내용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이 빚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후보단일화와 새정치공동선언 발표 등에 합의하고도 서로 딴말을 하며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기도 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안 후보가 지원유세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결국 그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고 문재인·안철수 양측은 서로에 대한 불신을 남겼다.

왜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면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걸까.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커서 다른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즉 양측이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 의원은 그러나 “나는 당사자끼리 나눈 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주변에 있는 분들에 의해 (대화 내용이) 증폭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걸로 (진정성을) 오해하고 그럴 건 아니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한 이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한다. 이를테면 악역을 담당해야 하는 혁신위를 안 의원에게 맡겼다가 안 의원이 실패하고 손을 떼고 나면 당내 주류인 문 대표 진영이 혁신을 완성하는 모양새를 만들려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정치는 항상 상대가 있고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놓고 싸운다”면서 “그러나 어느 한쪽이 쓰러지더라도 만약 국민이 쓰러진 사람의 손을 들어주면 그가 승자가 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쓰러지더라도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묘한 여운이 남는 말이었다.

안 의원은 김상곤 위원장 체제로 출발한 혁신위원회의 방향 설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며 선을 그었다. “혁신위의 개혁 방향이 공천권으로 이상하게 좁혀져 있다. (혁신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혁신은 우리 당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수권정당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제대로 민심을 읽고, 제대로 전략을 짜고, 제대로 정책화하고, 제대로 된 인재를 모아야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정당이 된다. 혁신위는 공천권 논의에서 탈피해 진짜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안 의원은 청년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인재를 영입하는 방안을 정당개혁의 사례로 거론하기도 했다. “청년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 지금 구조는 지역위원회 산하에서 단순히 인력 동원의 도구쯤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당은 계속 노령화되고 좋은 인재가 유입되기 어렵다. 청년위는 중앙당에서 총괄해야 한다. 청년들을 교육하고 이들이 기초의원부터 정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중앙청년위가 인재영입의 통로가 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안 의원은 “만약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면 의정활동 평가, 교체지수 조사 등을 통해 전체 국회의원 중 하위 30%는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 제도는 기존 정치인에게 굉장히 유리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당내 친노 대 비노의 대결 프레임은 문 대표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은 자기 오른팔을 자르는 각오로 해야 동력을 얻는다. 문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국민이 판단하기에 당이 진정으로 혁신했다고 느끼게 하려면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당 생활을 1년 정도 해보니, 우리 당 정치인들은 모두 자기가 비주류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방어적이거나 때론 공격적인 역학구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구도를 빨리 깨야 한다. 친노 중에도 개혁적인 분이 있고 비노 중에도 개혁에 부합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대표는 이 가운데 개혁적인 사람들을 모아 계파를 탈피해야 한다.”

한때 문 대표를 향해 제기된 “비선(秘線)에 의존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당의 공식 기구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했는지, 아니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최고위원들을 제대로 설득하고 실행에 옮겼는지가 중요하다. 그게 부족하다 보니까 (비선) 얘기가 나온 것 같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들 눈에 그렇게 비쳐지고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 또한 정치 아니냐.”

안 의원은 ‘막말 논란’으로 당직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은 정청래 의원에 대해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변화하기를 바란다. 누가 보더라도 정 의원의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난 5월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 사퇴설이 나돌던 주승용 의원을 향해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해 막말 논란을 불러왔다.

안 의원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문 대표에게 당내 통합을 위한 노력을 주문하기도 했다. “대표가 해야 할 일은 통합과 혁신, 두 가지다. 혁신을 김상곤 위원장에게 맡겼으면 이제 열심히 통합 노력을 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시기다.”

안 의원은 지난 4·29 재보궐 선거 패배에 대해 문 대표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당이 때론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결과로 말하는 거다.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최선을 다했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재보선 패배 이후 (문 대표의) 유감 표명은 충분치 않았다.” 안 의원 스스로는 지난해 7월 30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당시 안 의원은 “선거 패배의 책임은 대표에게 있다”고 말하고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을 사퇴했었다.

안 의원은 지난 5월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내빈으로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비판을 가한 행동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아들로서의) 분노는 이해가는 측면이 있지만 (비판) 장소나 형식이 적절하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무성 대표는 물론이고 우리 당의 김한길 전 대표와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에게 쏟아진 물세례와 야유에 대해 책임있는 분의 유감표명이 있어야 했다고 본다.”

안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맡으며 협력한 김한길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을 “공동창업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민주당(김한길 대표)과 새정치연합(안철수 대표)의 합당을 주도했다.

안 의원은 여야 간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해 “합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해 당 지도부와 입장 차를 드러냈다. “일단 합의안을 통과시키고 나서 공적연금 강화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는 노인 2명 중 한 명이 빈곤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공적연금 강화는 불가피하다. 연금 문제는 여야가 방법론을 두고 싸울 일이 아니다.”

안 의원은 소득대체율 조정에 앞서 국민연금의 허점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아주 좋은 제도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은 사람만 가입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대부분 가입이 안 돼 있다. 월 4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은 96%가 가입한 반면, 월 100만원 이하를 버는 사람은 15%만 가입돼 있다. 만약 이런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지 않고 그냥 소득대체율 등을 올리면 국가가 형편이 좋은 분들에게 더 혜택을 주게 된다. 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기초연금 강화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

안 의원은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하지 않도록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최근 몇 달 동안 공을 들여 만든 공정성장론을 대안 중 하나로 언급했다. “2년 뒤 생산 가능인구가 줄고 2028년에는 총인구가 감소한다. 2060년에는 전형적인 역삼각형의 인구구조로 변한다. 이 경우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멈출 수 없다. 자칫 일본보다 더 긴 장기불황의 덫에 걸려들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혁신성장과 공정분배, 사회적 복지가 맞물린 공정성장의 기틀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문재인 대표가 말하는 소득주도 성장론으로는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안 의원의 공정성장론에는 북한을 활용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개성공단은 물론 북한의 자원을 개발하거나 인프라를 지원해 물류기지로 활용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안 의원은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풀기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의 긴장관계는 악화됐고 전쟁위협은 더 커졌다. 5·24 대북 제재조치를 유지하다 보니, 북한은 중국에 더 예속되는 상황이 초래됐다. 북한 주민 가운데 80%가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도는 10%대로 떨어졌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우리 쪽으로 돌려놔야 한다. 대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만 국제관계에서도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안 의원은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대화제의나 제재조치 해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변덕스럽고 과격하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다. 5·24 조치에 대해서도 먼서 해제를 요구할 게 아니라 만나서 이 문제를 논의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는 대북 문제뿐 아니라 외교에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이 원칙을 얘기할 때 외교부 장관은 상대와 계속 대화를 해야 한다.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어 내고 긴장을 완화하는 게 우리 정치와 경제를 위한 길이다.”

안 의원은 2013년 4월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당선됐고 1년 뒤 정당 형태의 단체를 조직해 민주당과 합당을 이끌어 냈다. 지난 2012년 대선기간을 포함해도 정치를 시작한 지 2년 반, 정당 생활은 갓 1년을 넘긴 셈이다. 안 의원은 이 기간 동안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을까.

“지난 1년간 정당에서 일하면서 압축된 경험을 했다. 밖에 있었다면 이런 과정을 모르고 허공에 떠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지난 대선 당시 나에게 주어진 정치변화의 열망을 실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산다. 내가 정치를 시작한 건 그 열망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걸음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며 정치변화를 이끌어 내겠다. 조금이라도 국민의 삶이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의사, IT 전문가, 경영자, 대학교수 등을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 의원은 요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왜 중요한지, 경험이 왜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 친노로 분류되는 정치인, 새누리당 경제 전문가 등을 두루 만나 대화를 나누며 정치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키워드

#인터뷰
김대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