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까지만 해도 경기도 안산의 우음도는 섬이었다. 소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우음도이고 그만큼 목가적인 장소였다. 1994년 시화방조제가 생기면서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바다로 가는 물길이 막히니,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물밀듯이 쌓여 둑 안은 죽음의 땅, 죽음의 늪이 되어버렸다. 그 한가운데 우음도가 있었다. 3년 만에 수질정화를 포기한 정부는 야음을 틈타서 방조제 수문을 개방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바닷물이 들어와 물을 맑게 하리라 예상했지만, 죽음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 중금속으로 갯벌을 오염시켰다.

자연은 위대했다. 아니, 위대한 자연의 힘을 신뢰한 인간들의 반성과 정화 노력이 더 위대했다. 2015년 지금 시화호는 맑다. 버림받았던 시화호 주변에는 백로, 고라니가 천지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다. 이런 풍경을 대한민국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 벌판 가득한 키 큰 풀 ‘삘기’ 너머 지평선이 보이고, 그 사이에는 나무들이 드문드문 눈에 띈다. 사진 한가운데 있는 나무에는 맹금류인 매가 앉아 있다. 몇 년 안으로 이곳 역시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이런 풍경 또한 사라지겠지만 최소한 그때까지 우음도 주변은 인간의 시행착오를 곱씹어볼 수 있는 좋은 교육장이고 눈 즐거운 여행지다. 렌즈=캐논EF 70-200㎜ f2.8, 셔터스피드=1/40초, 조리개=f7.1, 감도=ISO 200, 2014년 10월 촬영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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