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이번 주부터 두 개의 窓을 새로 엽니다. 평범한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울고 웃으면서 느끼는 이야기를 담은 ‘교사의 창’, 대학생들이 기성세대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청년의 창’입니다.

‘교사의 창’은 허정환 웅천초 특수아동 담당교사, 강재남 중계중학교 미술교사, 오봉학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김민철 경기과학고 물리교사가 매주 교대로 집필하며, ‘청년의 창’은 전국 대학신문에 게재된 글 중 선별해 싣습니다.

작년 3월, 아홉 살 민혁이가 여덟 살의 1학년 친구들과 함께 입학했다. 민혁이는 지적장애 2급의 장애학생이다. 입학식 날,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며 기특해 하는 학부모의 환한 모습 뒤로 걱정 어린 시선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민혁이 부모님이 보였다. 민혁이 부모님은 고민 끝에 민혁이를 일반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민혁이가 비장애학생들 틈에서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친구들의 좋은 행동과 모습을 보며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민혁이는 입학식 첫날부터 부모님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소리를 지르고,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민혁이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비장애친구들과 문제없이 잘 지낸다.

민혁이는 온순하고 밝은 아이다. 대부분 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지만, 종종 나이 문제로 싸웠다. 여덟 살인 반 친구들이 아홉 살인 자신을 형으로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학 유예를 하는 장애학생이 많다. 학습능력에서나 생활 면에서 비장애학생들과의 격차 없이 학교생활을 하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는 부모의 욕심이다. 장애학생의 늦은 입학은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다른 나이와 다른 키, 덩치 때문에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곧 3월이다. 장애학생의 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 시기에 선택의 기로에 있다. ‘특수학교에 가서 전문적인 특수교육을 받게 할까?’ ‘비장애학생들을 보고 배울 수 있는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시킬까?’ 하는 고민이다. 고민의 정도는 자녀의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지인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일반학교 입학-통합교육’이다.

물론 일반학교에서 우려되는 장애학생의 어려움은 많다. 친구들로부터 놀림받을 수도 있고, 또래 친구들과 수업하면서 신체적·인지적 제한이 따를 수도 있다. 또 장애학생이 보이는 문제행동으로 또래 친구들이나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원망 섞인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장애학생의 부모는 마음을 대범하게 먹고, 자녀를 믿고 일반학교의 문턱을 넘어섰으면 한다. 일반학교에서 도저히 적응이 어렵다면 그때 특수학교로 이동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건 자녀를 믿고 통합교육 환경에서 비장애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배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른들의 머리로 다 이해할 수 없는 순수한 아이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같은 반 비장애 친구가 울고 있으면 말 못하는 장애학생이 조심스레 다가가서 눈물을 훔쳐 주기도 하고, 비장애학생들이 걸음이 느린 장애친구와 함께 속도를 맞추어 천천히 가기도 한다. 비장애학생들과의 학교생활을 통해 사회통합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우도록 조금 더 대범한 학부모가 되어 보자. 평생 부모 곁에 장애학생을 둘 수는 없다. 장애학생들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하다. 사랑스러운 당신의 자녀를 믿어 보자!

허정환

웅천초등학교 교사

허정환 웅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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