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등 가족 구성원을 생각하고 기념하는 날이 많다. 스승은 가족 구성원은 아니지만 스승의날도 5월에 포함되어 있다.

20여년 전, 1학년 담임을 맡을 때의 일이다, 학생들의 가정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그리라고 하였더니 한 아이가 나도 가족의 구성원으로 그려 넣고 ‘담임선생님’이라고 써놓았다. 그림 밑에는 괄호를 치고 ‘선생님은 우리 가족은 아니지만 나에게 가족 같은 분이시기에 가족 그림 속에 함께 그린다’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그 아이는 자라서 의사가 됐고 현재 미국에서 기초의학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그와의 국제통화로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나는 매년 학생들과의 첫 만남 시간에 “담임인 나는 여러분의 ‘학교 아버지’다. 나는 너희들의 ‘학교 아버지’가 되어 여러분을 대하고 교육할 테니, 여러분은 나의 ‘학교 아들’이 되어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해 달라”고 말한다. 또 학부모님들에게는 나를 믿고 귀한 자녀를 학교 아들로 맡겨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 후 학생들의 손을 부모님에게서 넘겨받는다. 결혼식장에서 신부 아버지로부터 신부의 손을 이어받는 신랑처럼 말이다. 선생으로서 귀한 선물을 받는 감동과 책임감을 느끼며, 담임으로서의 사명을 되짚어 보는 고귀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부모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고 학생들을 대한다. 학생들도 나를 아버지처럼 대하게 된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기쁨이고 행복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귀한 선물을 받았다는 뿌듯한 사실이 나로 하여금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기쁘고 힘차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학부모들에게 “부모님께 가장 귀한 보물이 무엇인가요?” “그 보물을 어떻게 하시나요?” 하고 물으면 잠시 멈칫하지만, 한 분 한 분 물으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물론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그 보물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보물의 보관 방법이나 사용 방법도 당연히 다를 것이다. 나는 학부모들께 우리의 가장 귀한 보물,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귀한 선물은 자녀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그 보물의 보관법과 사용법을 묻는다. 그 선물이 너무 사랑스러워 유리 진열장에 가만히 넣어 두고 흐뭇하게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또는 부모님 자신을 돋보이게 해줄 액세서리로 생각하며 자녀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대하지는 않는지 묻곤 한다. 우리가 받은 귀한 보물, 선물은 스스로 성장하길 원하고 자유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매순간 잊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드린다.

그리고 첫 만남을 마치며 학부모님들과 학생들 모두와 함께 큰소리로 마법의 주문을 외친다.

“○○야, 너는 나의 가장 귀한 선물이다!”

“○○야, 너는 나의 가장 귀한 보물이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나의 가장 귀한 선물은 가정이다!”

“나의 가장 귀한 선물은 가정을 이루게 하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5월이 있어 고맙고 기쁘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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