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경기 수원시의 한 ‘노키즈존’ 카페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경기 수원시의 한 ‘노키즈존’ 카페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6월 13일 낮 12시 경기 수원시 금곡동의 한 카페. 출입구로 들어서려 하니 유리문에 붙은 하얀색 종이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유아 및 아동 동반 입장 제한합니다.’ 통유리로 만든 벽 너머 보이는 외부 전경이 시원해 보였다. 맑은 날씨 때문인지 카페 외부 잔디밭에 마련된 세 개의 테이블은 한 자리를 제외하고 모두 차 있었다. 카페 내부는 넓게 배치된 테이블로 인해 실내가 탁 트였다. 잔잔한 음악이 실내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했다. 20대로 보이는 젊은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각자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카페라기보다 미술관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카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노키즈존’은 아이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을 뜻한다. 이 카페는 수원 중심가에서 외곽에 속하는 금곡동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주중에도 이 카페를 찾는 손님은 적지 않았다. 카페에 꾸준히 머무르는 손님만 해도 열 명이 넘었다. 멀리까지 소문이 났는지 승용차를 끌고 오는 손님도 종종 보였다.

처음부터 이 카페가 노키즈존이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오픈 당시에는 아이들의 출입에 제한이 없었다. “이 동네에 임대아파트가 많다 보니 젊은 부부가 많이 산다. 자연히 아이를 동반한 손님들의 방문도 잦았다. 그런데 데려온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손님들이 종종 있었다. 아이가 카페에서 뛰거나 소리를 질러도 제지하지 않았다.”

카페 사장 김모씨는 운영 방향을 바꾸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다 보니 카페를 찾은 다른 손님들이 피해를 입었다. 컵에 든 음료를 쏟거나 다른 손님의 카메라에 손을 대기도 했다. 뜨거운 음료를 주로 마시는 겨울에는 화상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

김씨가 카페를 바로 노키즈존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안내문을 나눠줬다.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거나 소리 지르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강경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부모들이 통제하지 않는 아동의 입장을 제한하는, 노키즈존 카페로 영업 방침을 바꿨다.

주요 고객층인 30대 손님의 방문이 줄다 보니 월 매출은 카페를 노키즈존으로 전환하기 전보다 15%가량 감소했다. 아이를 둔 손님들은 대부분 기분 나빠하며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노키즈존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생각지 못한 이득이 생겼다. 김씨는 “카페의 분위기가 차분해지다 보니 예전과 다른 분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처럼 아이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일행과 함께 이 카페를 찾은 주부 유모씨는 “이곳이 노키즈존이라는 사실을 의식하고 찾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는 “다른 산만한 곳보다 대화에 집중이 가능하기에 자주 찾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카페는 평일 낮에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지 않는 아이가 한둘은 있어 소란스러운 데 반해 이곳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일행도 유씨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최근 노키즈존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거세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1%가 아이로 인해 불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72.2%의 응답자가 불편을 겪었던 장소로 카페나 음식점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상에서는 ‘맘충’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을 합성한 말로,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부 아이 어머니를 가리키는 말이다.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아이를 야단치면 “우리 애 기죽는데 왜 그래요”라며 도리어 감싸거나, 아기 똥기저귀를 카페 테이블에 그대로 올려두는 행동이 대표적인 ‘맘충’의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실제 아이들이 출입하는 카페의 모습은 어떨까. 일주일 뒤인 6월 20일 똑같이 낮 12시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주택가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카페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아이 엄마들도 여럿 있었다.

“이래서야 누가 아이 낳겠나”

언뜻 보기에 눈에 띄는 아이는 없었다. 수다에 정신이 팔려 아이들을 풀어놓는 엄마도 없었다. 부피가 큰 유모차가 카페 내부 통행로에 놓여 지나다니는 데 방해가 된 것이 아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유일한 불편거리였다.

12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이날 카페를 찾은 30대 주부 정모씨는 “아이가 있으면 아무래도 외출 자체를 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보니 정씨는 아이에 신경을 쏟느라 동행한 신모씨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역시 아이를 동반한 신씨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아이를 통제하느라 바빠 보였다.

정씨는 “레스토랑에서 아이를 동반한다고 하면 예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이들이 시끄럽고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으니 조용한 레스토랑이 그러는 것은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또한 무턱대고 노키즈존이 확산되는 것은 반대의 입장이었다. 정씨는 노키즈존이 생기려면 동시에 아이와 함께 갈 수 있을 만한 장소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잠시 뒤 신씨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앞서 방문한 ‘노키즈존’ 카페에 비해 원래 소음이 있는 카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당황한 신씨는 황급히 아이를 달랬지만 한번 터진 울음은 좀처럼 쉽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신씨는 자리도 정리하지 못한 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카페를 나섰다. 뒷정리는 정씨의 몫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는 부모를 보는 다른 손님들의 마음은 위태롭다. 20대 대학생 딸을 둔 50대 주부 한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일 때는 잘 몰랐다. 그런데 아이를 다 키우고 보니 소음은 둘째고 안전사고가 가장 우려된다. 당장 음식점에서 아이들이 부모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떨린다. 종업원과 아이가 부딪혀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실제로 2011년에는 식당에서 뛰던 아이가 뜨거운 음식에 화상을 입자 41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점주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기도 했다. 점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노키즈존의 근본적 문제는 점주와 손님, 그리고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의 입장이 각자 다르다는 데에 있다. 점주는 일반 손님과 아동 동반 손님 어느 한쪽도 포기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가에 있는 업소는 후자의 비율이 높아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의 행동은 때로 다른 이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개인적인 시간을 위해 찾은 손님 입장에서는 소음 등 다양한 피해를 입히는 아이들이 달가울 리 없다. 아이를 둔 부모 역시 나름의 입장이 있다. 그들은 아이를 바라보는 일부 곱지 않은 시선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서럽다. 카페를 떠나던 정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작정 노키즈존만 늘려서는 엄마들이 갈 곳이 없다.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마련해주고 노키즈존을 늘리든 해야지. 이래서야 누가 아이를 낳겠나.”

봉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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