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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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십니까?” 임정혁(61) 변호사가 ‘대한민국바로알기운동’을 설명하며 던진 질문이다. 사법고시 26회 출신인 임 변호사는 지난해 12월에 공직에서 물러났다. 대검 차장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공안부장, 서울고검장,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대한민국바로알기연구원’ 설립 준비다. 퇴직 10년 전부터 염두에 둔 일이다. 임 변호사는 설립 이유에 대해 “검찰 재직 시절 편향된 이념에 바탕해 역사와 현실을 왜곡하는 세력들을 보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진보든 보수든, 맹목적인 애국이나 ‘헬조선’이라는 극단적 비관주의든 어떤 생각이나 이념을 갖기 전에 사실 인식이 정확한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 역사,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정확한 사실을 함께 살펴보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유관순 열사는 옥중에서 구타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기록원이 2013년 11월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를 공개했다. 여기엔 ‘만세로 인하여 왜병에 피검(被檢)돼 옥중에서 타살(打殺)당함’이라고 쓰여 있다. 피살자 명부에서 ‘타살당함’이라는 말은 보통 구타로 인한 사망을 의미한다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현재 법률회사를 운영하며 ‘대한민국바로알기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연구원의 주요 활동은 교육이다. 지난 4월 1기생을 모집했다. 기업의 CEO, 변호사, 영화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 54명이 13주간 주1회 강의를 들었다. 선거 바로알기, 북한 바로알기, 해외동포 바로알기, 노동조합 바로알기, 다문화가정 바로알기 등 교육과정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안중근 의사의 자취를 따라 중국 하얼빈으로 답사도 갔다.

임 변호사에게 ‘특히 어떤 부분이 잘못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역사’라는 답이 즉시 나왔다. “임진왜란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임진왜란을 ‘일본과의 7년 전쟁’이라고 표현한 학자가 있어요. 심지어 교과서에도 그렇게 실린 적이 있습니다.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한국전쟁’이라는 용어도 잘못된 용어라고 그는 말했다. “‘한국전쟁’은 중립적인 개념입니다. 6·25사변이라고 해야지요. 6·25사변을 얘기하면서 진보 쪽은 노근리사건이나 보도연맹 같은 얘기만 합니다. 옳지 않아요.”

어디까지나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강좌의 목적이라고 임 변호사는 강조했다. 보수나 진보 등 특정 이념을 위한 강의가 아니라는 말이다. “보수와 진보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싫습니다.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욕을 먹어도 상관없어요. 공안검사라고 하면 ‘보수 꼴통’이라고 말하지요. 저는 김영삼 정부 때와 DJ,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공안을 담당했습니다. 원칙을 갖고 법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에요.”

대한민국바로알기연구원에서 같이 활동하는 연구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강연을 했는데 교육생들 사이에 평이 좋았습니다.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강사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임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기초적인 사실’도 모르는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론장에서 논의를 주도하는 사람들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모르는 건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제주4·3사건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제주4·3사건이 몇 년에 일어난 일인지 아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해요. 국정 교과서도 논란이 됐지요. 그런데 교과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어봤냐고 하면 대답을 못합니다. 그러니 같이 읽어보자는 게 강좌의 취지입니다.”

정확한 사실 전달이 목적

최근 사드(THAAD) 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임 변호사는 “사드도 광우병 논란처럼 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현재진행형인 이슈는 강좌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 고위직을 거친 그에게 검찰 얘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검찰은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 6월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됐다. ‘주식 대박’ 진경준 검사장도 구속됐다. 현직 검사장으로는 최초로 구속된 사례다. 지난 5월엔 서울남부지검의 초임 검사가 자살하기도 했다.

임 변호사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검사는 밤을 새서 일한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는 사태지요. 진작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냥 둬서 문제를 키운 겁니다.” 검찰 출신이 보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임 변호사는 대검찰청 재직 시절 ‘세월호 침몰’ 사건을 맡았다. 유병언씨의 사체가 발견됐을 때 가장 당황했다고 그는 말했다. ‘유병언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등 여러 루머가 있지 않은가’ 묻자 “금수원에서 열린 집회에 자신이 참여했다는 얘기도 돌았을 정도로 루머가 많이 돌았다”고 답했다.

대한민국바로알기연구원은 8월부터 제2기생을 모집한다. 15주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민국 옛길 바로알기, 북한 바로알기, 대한민국 정치 바로알기, 해외동포 바로알기, 대한민국 홍보와 소통 바로알기, 대한민국 역사교과서 바로알기, 대한민국 교육 바로알기, 대한민국 노동운동 바로알기, 대한민국 헌법 바로알기, 한류로드와 실크로드, 6·25사변 바로알기, 광우병 바로알기, 리더십 바로알기, 알파고 바로알기 등이다.

탈북자 교육도 중요하다고 임 변호사는 덧붙였다. “탈북자들이 부동산 거래 등 실질적인 생활법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탈북자들에게 대한민국을 바로 알리는 교육도 할 예정입니다.”

임 변호사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리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여론주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계속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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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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