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평가가 끝난 교실은 마치 전투를 끝낸 허무한 전쟁터 같고 뙤약볕 아래 늘어진 나무그늘 같다. 학생들은 엄청난 해방감을 느끼는 한편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목표를 잃고 왜 학교를 나와야 하는지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선생님에게 놀자고 떼쓰는가 하면, 지루해하며 잠들어 버리는 학생도 있다.

반면 교사들은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한다. 학기말의 성적 처리, 생활기록부 입력, 개별 업무 정리 등 쌓인 업무로 인한 시간과의 전쟁이다. 학생, 교사는 모두 ‘며칠만 버티면 여름방학이다’는 생각으로 근근이 버틴다.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매번 이런 식이니 학기말 수업 방향이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래서 올해 우리 학교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2학년생을 대상으로 재미, 교과 연계, 교육적 가치를 고려해 학기말 수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남자 중학교 특성을 고려해 활동성과 창의성을 강조한 사고력 개발에 역점을 뒀다.

첫 번째 수업 프로그램은 ‘화성에서 살아남기’. 과학실에서 진행된 도시 설계 프로젝트다. 인류가 지구에서 살지 못하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 한다면 그 선택은 화성이 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시작된 수업이다. 영화 ‘마션’을 보며 주인공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하고, 화성 정착 프로젝트인 ‘마스 원(Mars one)’의 편도 티켓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저마다의 화성 도시를 설계해 보는 한편, 예쁜 병에 식물을 넣어 테라리움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두 번째는 각 학급별로 선택한 창의성 게임. 특별실에서 실시했다. 역학적 에너지를 고려한 롤러코스터 만들기, 시어핀스키(프랙탈 도형의 일종)를 활용한 다양한 구조물 만들기, 윷놀이 등의 게임을 했다.

세 번째는 ‘남한산성 식물 분포 조사’였다. 남한산성에 놀러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젝트였다. 남문에서 수호장대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정해놓고 자신이 정한 구역의 식물을 관찰한 후 앱을 이용해 식물 종을 찾아보고 개체 수를 조사하도록 했다. 짙푸른 남한산성과 땀범벅이 된 학생들의 환한 미소, 이런저런 조잘거림은 바쁜 와중에 동참한 담임 선생님들을 미소 짓게 했다.

네 번째는 미니 체육대회. 축구·농구·단체 줄넘기 종목을 토너먼트로 실시하였는데, 아이들은 한여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응원하며 한 학기 동안 쌓인 응어리를 털어냈다. 아이들이 지르던 함성은 학생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뜨거운 감성으로 다가왔다. 그 외에도 생태 체험, 진로 목표 정하기, 성남시립합창단 공연 관람, 금연예방 특별행사 참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이번 학기말 수업은 기존의 교과 수업 틀과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넣어지는 지식이 아닌 만들어가는 지식을 경험했던 의미 있고 즐거운 수업이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것은 교사에게 많은 시간과 고민을 요구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앞으로도 기꺼이 수업 개선을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위해 매진할 것이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