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중학교에서 쉬는 시간은 즐겁기의 끝장판이다. 종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교실이나 복도 바닥을 엉켜서 뒹굴어 다닌다. ‘저렇게 노는 것이 그리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도 해맑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이 난다. ‘천진난만한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무슨 생각이나 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저마다의 뚜렷한 꿈이 있다. 웬만한 유명 래퍼 뺨치는 실력을 지닌 우리 반 동준이는 작곡가가 되겠다고 하고, 발표 능력이 뛰어난 태민이는 감염학자가 되고 싶어한다. 역사가 가장 재미있다며 역사과 교사가 되겠다는 태준이, 디자이너가 꿈인 희원이, 국가대표 축구선수와 태권도 선수를 꿈꾸는 남준이와 인호. 강민이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 하고, 클라리넷 연주가 수준급인 재민이는 촉망받는 연주자를 꿈꾼다.

대통령, 과학자, 의사 등 막연했던 예전 우리들의 꿈에 비하면 어쩜 이리도 다양한 꿈들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미래를 상상만 해도 행복하고 즐겁다. 상황이 바뀐 건 얼마 안 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음… 잘 모르겠어요” 또는 “그냥 회사원이요”라는 대답이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에 대해 꽤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벌써부터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의 직업 체험 교육은 꽤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건 직업의 세계를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학교는 사교육 없이 꿈을 키워나가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실시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웹툰, 보컬 트레이닝, 학습 멘토링 교실을 열고 종종 요리, 공예 교실 등도 운영한다. 학교에는 진로 지도 전문 교사가 상주하고, 매달 실시하는 동아리 활동도 아이들의 꿈을 지원한다. 직업 체험할 때 아이들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특히 그 분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교실 바닥을 교복으로 닦고 다니는 철없는 장난꾸러기들은 온데간데없다.

교사로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랩과 작곡 실력이 뛰어난 동준이는 충동적인 성격을 작곡 활동으로 가라앉히곤 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듣는 보컬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전문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어한다. 일반 중학교에서는 전문적인 지도에 한계가 있고 예산도 매우 부족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심화 진로 교육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등 상위기관에 미룰 수밖에 없는데, 지켜보자니 매우 안타깝다.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너무 빠르고 사회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의 꿈을 지원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진로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분야는 골든타임이 있다. 특별한 재능을 묻혀버리지 않도록, 발굴되기 시작한 재능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진로교육이 절실하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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