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 있는 예술·건축·사진 전문 서점 ‘리졸리’.
뉴욕 맨해튼에 있는 예술·건축·사진 전문 서점 ‘리졸리’.

2016년 주요 50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70%에 육박하고,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에 달한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손안의 요술상자가 콘텐츠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활자들의 집’인 책도 마찬가지. 수천, 수만 권의 장서를 담을 수 있는 스마트폰은 서점시장을 대대적으로 재편 중이다. 대형 서점은 아예 사라져 버리거나 용도 변경을 시도하면서 살길을 모색하고, 대신 뚜렷한 개성을 내세운 독립 서점들이 늘고 있다. 세계 1위의 출판시장인 미국 서점시장의 추이를 통해 2016년 서점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강남 한복판에 생긴 ‘최인아서점’을 통해 그래도 살아남는 오프라인 서점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세계 제1 파워 미국의 인구는 3억2420만명이다. 중국·인도를 잇는 세계 3위의 인구 대국이다. 3억이 넘는 미국 국민은 각자 평균적으로 매년 12권의 책을 읽는다. 이러한 국민들의 독서열에 힘입어 미국은 세계에서 제일 큰 출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해외콘텐츠 동향 조사’에 따르면 미국 출판시장은 972억800만달러(108조4355억여원·2015년) 규모다. 미국 인구의 3분의 1인 일본(1억2670만명)이 그 비율에 걸맞게 383억2000만달러로 2위, 미국 인구의 4.5배에 육박하는 중국(14억1067만명)이 일본에 조금 못 미치는 342억4400만달러로 세계 3위 규모다.

한국은 독일(4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8위 규모(90억2900만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도서뿐만 아니라 신문과 잡지시장까지 포함한 수치다.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미국 출판시장의 트렌드 변화는 곧 세계 출판시장의 판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공대, 의대 등 우리나라 이과생들은 거의 대부분 엘제비어(Elsevier)를 비롯한 미국 대형 출판사들이 펴낸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엘제비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출판사로, 의학 및 과학 기술 도서를 중심으로 학술잡지도 다수 발행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대학교재 전문 출판사다.

미국 도서의 경우, 형태별로 판매부수 추이를 보면 우리의 일반 단행본에 해당하는 페이퍼백이 7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하드커버(장정본) 비중이 매년 25~27%로 큰 비중을 이루고 있고, 이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분야별로는 교육 분야 서적이 20%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약진하고 있으며, 철학·심리학(14%), 종교(12%), 사회학·경제(7%) 분야도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다.<표 참조> 분야별 서적 분류에서 비중이 가장 큰 ‘픽션’ 서적도 전년 대비 1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의 메리 테일러(Mary Taylor) 북마스터는 “‘스토리’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며 “독자들은 흥미진진한 ‘내러티브’에 여전히 목말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시장 ‘패블릿’ 중심으로 재편될 것”

인쇄출판시장의 감소는 비단 미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2009년 세계 도서시장의 3.9%에 불과했던 전자책시장은 5년이 채 안 돼 14.0%(2013년)까지 확대되었으며 2018년에는 전체 도서시장의 34.8%를 점유할 것으로 당초 예상됐었다.

하지만 미국출판협회(AAP)가 1205개 주요 출판업체의 매출신고 내용을 집계 분석한 2015년 총매출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전자책 부문이 전년도에 비해 9.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하드커버 매출은 0.5% 감소에 그쳤고, 페이퍼백은 컬러링북의 매출 강세에 힘입어 16.2%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심지어 오디오북은 매출이 38.9%나 늘어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거의 10%에 이르는 전자책 부문의 감소에 대해 미국 뉴욕 현지에서 만난 출판 전문가 조너선 베이커(Jonathan Baker) ‘㈜베이커 리터러리 스카우팅’ 대표는 “전자책의 부진은 스마트폰 대중화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7년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전자책 단말기(e-book reader) ‘킨들(Kindle)’을 선보인 이후 획기적 신장세를 보여온 전자책시장은 스마트폰의 등장과 더불어 성장세 둔화 단계를 지나 “전자책 단말기 자체의 운명이 회의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아마존이 업그레이드된 모델 ‘킨들2’와 ‘킨들DX’를 2009년 잇달아 내보이며 시장 확보에 나섰으나 같은 해 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광풍을 일으키면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인 ‘한국출판인회의’의 윤철호 회장(출판사 ‘사회평론’ 대표)은 이와 관련해 “최초의 인터넷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수년 전부터 세계 최대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을 지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월마트’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는 얘기다.

스트랜드서점 내부
스트랜드서점 내부

윤 회장은 “전체 아마존 매출에서 볼 때 별 의미가 없는 전자책 기기(킨들) 시장은 창립자 제프 베조스(Jeffrey Bezos)의 머리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라고 단언하면서 “아마존에서는 전자책을 수시로 덤핑 처리하고 있어, 섣불리 흉내 내다가는 우리 시장만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출판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1인 1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에 따라 아마존은 ‘하이브리드 퍼블리싱(Hybrid publishing)’ 활성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변형된 자가(自家) 출판인 하이브리드 퍼블리싱이란 개인이 아마존에 콘텐츠를 공급하면 이를 전자책으로 출판해주고 인세는 70 대 30(개인 70, 아마존 30)으로 나눠 갖는 출판 형태를 말한다.

물론 그 전자책 또한 킨들보다는 스마트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다. 장 대표는 이와 관련해 “앞으로 미국의 전자책시장은 ‘패블릿(Phablet)’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블릿이란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의 합성어로, 전자책을 비롯한 텍스트 읽기와 동영상 시청에 적합한 5인치(12.7㎝) 이상의 대(大)화면 스마트폰을 일컫는다. 일단 큰 화면 기기를 사용해 본 유저는 답답함 때문에 향후 더 이상 작은 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이는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조사한 자료는 지난 5년 동안 전자책 전용 기기보다는 태블릿, 스마트폰 같은 다용도 기기의 이용이 크게 증가한 사실을 보여준다.

태블릿을 이용한 전자책 읽기는 2011년 이후 3배 이상 늘었고, 스마트폰 이용자도 같은 기간 2배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전자책 독서는 특히 비(非)백인층과 고졸 학력자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딸과 함께 워싱턴DC의 서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photo AP·뉴시스
두 딸과 함께 워싱턴DC의 서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photo AP·뉴시스

미국 출판사 ‘소장판’ 마케팅으로 승부

와일리, 사이먼앤슈스터 같은 미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맞서 독자들의 책 소유 욕구를 자극하는 ‘소장판’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한정판’을 만들기도 한다. 베이커 대표는 “책을 꾸준히 구매하는 수요는 정해져 있으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치르더라도 소장 욕구를 만족시키는 책을 원한다”면서 “출판사로서는 이런 독자층을 최우선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서점들도 각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소장용’ 책들을 눈에 띄는 위치에 별도의 매대를 설치해 진열해 놓고 있었다. 미국 서점들은 또한 판촉용 파생상품에도 주목하고 있다. 책 내용을 소재로 한 북램프나 책갈피, 머그컵, 티셔츠 등을 만들어 서점에 책과 함께 진열해 놓은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종이책을 통한 독서를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지난 12개월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미국 국민은 73%였는데, 독서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65%가 종이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전자책으로 읽었다는 응답자(28%)의 거의 3배에 육박하는 비율이다.

미국인들의 여전한 ‘종이책 사랑’ 덕분에 중고책(used books)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중고서점인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 Store)’의 존 헨슨(John Henson) 북마스터는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5년여 전부터 매년 7~9%가량 매출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고책은 주로 대학 교재나 참고도서, 아트와 건축 관련 도서가 잘 나간다”면서 “정가의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받는데도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 책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알베르틴 서점 내부
알베르틴 서점 내부

뉴욕 맨해튼의 이색 서점들

맨해튼에 가면 꼭 가야 할 서점 3곳 그곳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뉴욕 맨해튼에는 70여개의 북스토어가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엉뚱한(?) 곳에서 서점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대표적 서점은 뉴욕대학교(NYU)가 위치한 유니온스퀘어 인근 ‘반스앤노블’이다. 천장이 높은 4층 건물로 에스컬레이터까지 설치된 대형 서점이다.

만화 전문인 ‘포비든 플래닛(Forbidden Planet)’, 어린이 책 전문 ‘북스 오브 원더(Books of Wonder)’ 등은 독자층에 따라 특화시킨 서점이다. 맨해튼을 들르게 되면 꼭 가봐야 할, 북 매니아들에게 추천할 만한 서점 3곳을 소개한다. 2005년 전국 서점 3429곳에서 2015년 2116곳으로 10년 만에 40%의 서점이 사라진 한국 상황에서 이들 서점의 ‘생존법’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아트·건축·사진 전문 서점 ‘리졸리’

맨해튼 매디슨스퀘어파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리졸리(Rizzoli)’는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1964년 오픈해 50년이 넘은 서점으로, 샹들리에와 체리목 책장 등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덕분에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드니로 주연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의 배경으로 낯이 익다.

아트·건축·사진 서적으로 유명한 리졸리는 이탈리아 계통의 서점으로 밀라노에도 매장을 갖고 있다. 마치 장서가(家) 귀족의 개인 서재를 방불케 하는 이 서점의 헬렌 드와크(Helen Dwark) 북마스터는 “매출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문을 열고 있는 데서 보듯 그럭저럭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 비결을 묻자 드와크 북마스터는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서점을 세울 때부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이들을 타깃으로,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미지 위주 서적에 집중했다”면서 “전자책이나 스마트폰용 디지털 책으로는 우리가 주력하는 종류의 책들을 구현할 수 없기에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리졸리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중고서점 ‘스트랜드 북스토어’

1927년 처음 문을 연 ‘스트랜드 북스토어(Strand Book Store)’는 ‘헌책방’으로는 미국 최대 규모이다.(서점 관계자들은 ‘세계 최대’라고 주장한다.) 브로드웨이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12번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빨간 천막의 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세계적 문필가이자 기호학자인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의 작가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스트랜드 북스토어를 놓고 ‘미국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장소’라 표현하기도 했다.

서점 외부에 ‘18 MILES OF BOOKS’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보유하고 있는 책들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18마일(약 29㎞)이나 된다는 뜻이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된 스트랜드 서점은 주제별·작가별 등 분야에 따라 중고책들이 잘 정리돼 있는 데다가 곳곳에 ‘물어보세요(Ask us)’ 코너가 있어 구하는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뉴요커들 중에는 반스앤노블에서 사고 싶은 책을 고른 뒤 조금 걸어 내려와 스트랜드 서점에서 같은 책을 싸게 구입하는 ‘실속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프랑스 책 전문 서점 ‘알베르틴’

국내 여행서적 ‘뉴욕 편’에는 나오지 않는 명소가 바로 프랑스어 전문 서점인 ‘알베르틴(Albertine)’이다. 아마도 알베르틴이 민간 서점이 아니라 프랑스대사관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공기관(?)답게 오전 11시에 열어 저녁 7시면 폐관하기에, 방문 시간도 신경써서 맞춰야 한다. 기자 또한 첫날 오후 6시30분에 현장에 도착해 다음 날 다시 알베르틴을 찾아가야 했다. 센트럴파크 옆 5번 애비뉴를 따라 79번 스트리트를 찾으면 웅장한 대리석 건물의 서점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어 책만 취급하고 맨해튼의 고급 주거지에 자리하고 있어선지 알베르틴 안에서 만난 고객들은 옷차림부터 뉴욕의 여타 서점과 많이 달랐다. 유창한 프랑스어 발음으로 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던 셀린 크리스티(Celine Christie·68)씨는 “알베르틴의 실내 장식이 워낙 아름다워서 이렇게 앉아 있으면 19세기 백작부인이라도 된 기분”이라며 웃었다.

나탈리 라크루아(Nathalie Lacroix) 관장은 “알베르틴은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며 “프랑스인들의 문학 사랑의 면모를 잘 드러내는 한 단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대학 때 익힌 프랑스어 기억을 되살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원제를 빠른 속도로 읊었더니 라크루아 관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반색을 했다. 그 후 관장은 물어보지도 않은 내용까지 술술 이야기해 주었다.

라크루아 관장에 따르면 알베르틴 서점은 1만5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어 원어 작품과 영어를 비롯한 타(他)언어 원작의 프랑스어 번역작 비율을 8 대 5로 갖추고 있다. 방문객은 프랑스어권 독자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라크루아 관장은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듣는 학생들, 교양으로 프랑스어를 익히는 고위 공무원, 다국적기업 임원의 부인들이 수시로 들러 책 얘기를 통해 알베르틴 직원들을 상대로 자연스럽게 프랑스어 회화 연습을 하는 곳”이라며 씩 웃었다.


‘베이커 리터러리 스카우팅’ 조너선 베이커 대표

페이스북에 책 본문 나눠 연재… 댓글 보며 방향 수정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52번 스트리트에서 만난 조너선 베이커(38) ‘㈜베이커 리터러리 스카우팅’ 대표는 하루에 4~6회의 미팅을 소화하는 출판 전문가다.

20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는 바쁜 일정 탓에 어렵게 접촉할 수 있었던 그는 “저작권 수출입 일을 하는 에이전시에서 수년을 근무하며 출판 프로세스와 책의 다양한 유통 경로를 배울 수 있었다”며 “뉴욕 출판계는 온갖 책들과 그에 얽힌 에디터, 에이전트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마존 정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직종(출판사 대표, 편집자, 북디자이너, 에이전트, 인쇄업자, 제본업자)을 막론한 미국 출판인(publisher)들의 화두는 ‘리더십(readership)의 확충’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줄어드는 독자층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라는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방식인 서점에서의 저자와 독자의 만남은 물론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상의 인터커뮤니케이션(독자와 저자, 독자와 편집자, 독자와 독자), 저자의 대중 강연, 미국 주요 도시 공공도서관 사서들과 출판사 에디터들의 심포지엄, 시카고시의 ‘원 시티, 원 북(One city, one book)’ 캠페인 같은 독서 진작 프로그램 운영 등 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반스앤노블’과 더불어 미국의 양대 서점 체인이었던 ‘보더스(The Borders)’의 파산(2011년) 후유증에 대해 묻자 베이커 대표는 “살아남은 체인 서점들의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면서 “영화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의 영향인지 각 동네에 ‘독립된 서점(independent bookstore)’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SNS의 일반화에 따른 독서인구 감소의 현실에서 피어슨, 랜덤하우스, 맥그로힐, 하퍼콜린스, 와일리 등 미국 5대 메이저 출판사들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가”라고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페이스북에 개설한 출판사 계정에 출간 예정인 신간의 내용을 나눠 싣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들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체크합니다. 저자가 직접 답글을 달기도 하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잠재 독자를 확보하고, 댓글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책의 집필 방향을 순발력 있게 수정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랜덤하우스만 자체 홈페이지에서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고, 나머지 메이저 4곳은 모두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지요. 2016년에 부각된 가장 핫한 미국 출판 트렌드가 바로 이 ‘페이스북 기반 책 본문 작성(facebook-based pages)’입니다.”

신용관 조선뉴스프레스 기획취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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