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에서 학교에 내려오는 새로운 교육 지침, 참 다양하고 끝도 없다. 올해 인성교육을 시행하라는 지침이 법으로 만들어져 내려왔을 때에도 그랬다. 많은 교사는 “이건 또 뭐지?”라는 반응이었다. 교사들은 일부 학생이 사회 통념을 벗어나 지도가 불가능해진 순간, 법을 정해서라도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종종 생각했지만 막상 법으로 정해 내려오니 난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교육은 획일적 교육을 낳고,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 형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이벤트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한 ‘사과 데이, 내 마음을 받아줘~’ 프로그램이 그 예다. 전교생에게 깨끗이 닦은 사과 하나와 예쁜 메모지를 나눠주고 따뜻한 음악을 틀어준 후 미안하고 고마웠던 친구와 선생님께 자신의 마음을 적게 한다. 그리고 스타트 신호를 알리는 안내방송에 교실 문을 열고 나와 사과와 메모를 전달하며 즐겁고 행복한 담소를 나눈다. 사과를 나눠 먹으며 인증샷도 찍고 친구에게 받은 메시지를 복도 게시판에 공개하기도 한다.

이런 이벤트 형태의 인성교육은 당일로 끝나버려 아쉽다. 나는 ‘인성교육을 수업 속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까?’ 고민해 봤다. 올해 초 과학 수업과 환경 수업을 이용, 학교 언덕배기에서 일군 작은 텃밭은 그 고민의 결과였다. 학교 뒷산에서 학생들이 직접 흙을 채취하고 구입한 상토를 섞은 토양에 상추, 토마토, 고추, 부추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키웠다. 처음에 아이들은 텃밭의 의미나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보다는 교실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간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런데 쑥쑥 자라나는 상추와 치커리를 보면서 아이들은 생명과 생장의 신비와 고귀함을 알아갔다. 첫 수확이 있었던 날 우리는 모두 행복했다. 수확물은 ‘우리 아이들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쓴 메시지와 함께 희망하는 가정으로 보내졌다. 소량의 채소지만 학부모님들은 그 의미를 헤아리고 학급 밴드에 인증샷을 올리며 매우 좋아했다. 이 채소들은 학급 캠프에도 일조했고 부추전으로 변신하여 조례 시간에 또 다른 이벤트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물을 준 채소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또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인성교육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과학 수업 중 소리를 배우는 단원에서였다. 진동수, 진폭, 맵시 등 엇비슷한 개념들을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것 같아 이해도를 높일 방법을 고민했다. 소리별로 진동수와 진폭을 나타내는 교육 앱을 활용하여 수업하기로 하고 관악부 학생들에게 각자의 악기를 가지고 와서 연주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들은 흔쾌히 악기를 들고 수업 시간에 나타났다. 일 년에 한두 번 관악부의 일원으로 연주하던 학생들은 학급 친구들 앞에서 독주하게 되자 뿌듯해 했다. 학생들이 연주하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소리가 파동으로 변하여 요동치며 나타났다. 큰 소리·작은 소리로 알 수 있는 진폭, 높은 소리·낮은 소리로 알 수 있는 진동수, 악기마다 다른 파동 모양 등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 있는 광경에 탄성이 들려왔고 연주를 멋지게 해준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과 경청하는 자세 등을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수업을 통한 인성교육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김경원 경기도 성남 풍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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