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을 타고 여의대로를 달리는 인턴기자.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photo 홍윤기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전동휠을 타고 여의대로를 달리는 인턴기자.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photo 홍윤기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저기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요? 여기서 타면 불법 아닌가요?” 여의도 한강공원 인도를 따라 걷던 도중 멀리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한 아주머니가 20대로 보이는 남성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이 옆에는 20대 남성의 두발전동휠이 뒹굴고 있었다. 공원 내에서 좌우로 곡예 주행을 하다가 어린아이와 부딪친 것이다.

지난 10월 1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를 통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나왔다. 수많은 인파가 여의도 한강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최근 공원이나 인도에서 전동휠을 타는 사람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전동휠을 탈 수 없다. 헬멧을 포함한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반드시 차도에서만 운행해야 한다. 한강공원 내에서도 공원 조례에 따라 운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는 전동휠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차량들 사이를 지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전동휠의 속도는 최대 시속 20㎞ 안팎이다.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 저속 주행을 하면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기에 경적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오후 2시쯤 여의나루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한 전동휠 대여업체를 찾았다. 매장 입구에 붙은 ‘보호장비 필수 착용’이라고 쓰인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대여점 주인은 ‘전동휠을 타다 사고가 나도 대여업체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서약서에는 ‘제품 파손 시 부품비를 부과한다’는 문구도 보였다.

대여점에는 외발전동휠, 두발전동휠, 전동킥보드, 전동보드가 각 종류별로 수십 대 구비되어 있었다. 대여료는 평일 1만원, 주말 1만2000원이었다. 1만2000원을 내고 1시간 동안 두발전동휠을 빌렸다. 주인이 내민 종이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었다. 그는 “30분 초과 시 1시간 대여료의 절반을 추가금으로 받는다”고 했다. 도로 주행이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 나는 직접 전동휠을 빌려 여의도 도로를 달려봤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동휠 운전자는 제2종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여점 주인은 운전면허 소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만 16세 이하 초등학생들에게도 “서약서만 쓰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부모의 동의하에 대여를 허락했다.

여의나루역~마포대교 사거리. 첫 주행 장소는 적응을 위해 작은 일방통행로로 정했다. 내가 빌린 전동휠의 규제속도는 시속 15㎞였다. 규제속도를 넘으면 10초 후에 자동적으로 전원이 꺼진다. 차가 없는 도로에서 전동휠을 타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큰 도로인 여의대로로 진입하기 위해 신호등을 기다렸다. 차선 앞을 가로막고 있으니 뒤에 정차한 택시기사가 경적을 울리며 “인도에서 타지 왜 위험하게 도로에 나왔냐”며 화를 냈다. 처음부터 기가 죽었다. “인도에서 타는 것은 불법”이라고 대답했지만, 성난 택시기사 앞에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여의대로로 진입했다. 한 차선을 차지하고 주행하기에는 전동휠이 너무 느렸다. 갓길 주행 시에도 큰 차가 지나갈 때에는 사고를 걱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한 주행을 계속했다.

마포대교 사거리~여의도역. 마포대교 사거리에서 여의도역으로 가기로 했다. 유턴 신호를 받아 여의대로를 다시 지나가야 한다. 느린 속도 때문에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 다른 차들이 지나간 후에 한 차선을 차지하고 주행했다. 곧 여의도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여의도 버스 환승센터가 보였다. 수많은 버스들 옆에서 시속 7㎞로 주행하자 버스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경적을 울렸다. 경적 소리에 귀가 아팠고 당황해서 손이 떨렸다.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에 “죄송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친 후 다시 갓길로 빠져나갔다.

여의도역~국회의사당. 여의도역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여의도공원을 통과해야 한다. 전동휠을 탄 상태로 여의도공원을 통과할 수는 없다. 우회해서 가기로 했다. 전동휠을 운행하는 것은 이미 적응이 되어 있었다. 도로 주행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지만,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추락 사고가 날 위험은 계속 존재했다. 따라서 갓길 정차 후 통행이 원활할 때 주행하는 식을 반복했다. 반납하러 가는 길, 방향 전환을 하기 위해 좌우로 자유롭게 핸들을 꺾던 중 결국 중심을 잃고 추락했다. 오른쪽 팔꿈치가 따끔했다. 작은 상처가 생겼다. 지나가는 차가 있었다면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벌써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전동휠을 빌린 가게에 가서 1만2000원을 추가로 냈다. 전동휠을 타고 직접 여의도를 돌아보니 도로 주행이 위험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무리하게 최대 속도로 주행하다 차에 부딪힐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동휠은 사용신고나 번호판 부착 의무가 없어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른 책임보험 가입 의무가 없다. 또한 대여업체나 소비자 스스로 가입할 수 있는 손해보험 상품도 없는 실정이다.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전동휠 운전자가 보험 없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도로 주행을 단속하는 경찰은 도로 주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동휠을 타기 전 영등포경찰서에 들러 도로 주행 가능 여부를 물으니 경찰 관계자는 “인도나 한강공원 내에서는 주행이 불가능하지만 차도에서 주행하는 것은 단속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이동석 주무관은 “경찰이 전동휠 도로 주행을 단속하지 않는 것은 도로교통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기준이 다르다”며 “전동휠 금지 조례가 없는 공원 등에서 주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5년 발간한 ‘대여 전동이륜차(전동휠) 안전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최고정격출력 0.59㎾ 미만의 전동이륜차(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가 주행가능 도로, 운전자격, 보호장구 착용 등의 규제를 받는 반면 0.59㎾ 이상 전동이륜차는 출력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분류 규정이 없다”고 하면서 “전동이륜차는 그 특성과 기능이 원동기장치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만큼 그 특성에 맞는 새로운 분류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숨 막히는 주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전동휠로 여의도 반 바퀴를 달리고 남은 것은 후들거리는 다리와 오른쪽 팔에 생긴 작은 상처뿐이었다. 한국소비자원 최난주 팀장은 “사고를 막기 위해 관련 부처는 인도, 차도, 자전거도로 등 전동휠 운행 가능 장소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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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형 인턴기자·한국외대 폴란드어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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