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웬만한 학교에는 체육관 건물이 있다. 대부분 1층은 학생식당이고 2~4층은 천장이 높은 체육관으로 사용된다. 체육관은 거의 하루 종일 가동된다. 평상시에는 체육 수업과 방과후 수업으로, 저녁시간과 주말에는 배드민턴이나 농구 등 동네 사회체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는 강당으로 변신하여 입학식, 졸업식 등이 이곳에서 열린다. 이럴 경우 체육관 바닥에 500개 이상의 접이식 의자를 펼쳐 놓아야 하는데 행사가 끝나면 다시 접어 무대 밑의 서랍식 공간에 넣어야 한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체육관 위주로 설립된 학교 강당은 전교생 수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무대 공간도 좁은 편이다. 한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행사는 가능하지만 전교생이 모두 참여해야 하는 경우에는 진행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많은 학교들이 축제 공연만큼은 인근 교회나 대학 강당 같은 좀 더 넓은 곳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회를 빌려 공연 발표회를 했다. 아이들은 리허설과 공연 관람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고 학교 측은 공연에 필요한 악기나 물품들을 작은 트럭에 실어 옮겨야 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회에 낙서를 하거나 장난으로 문을 부술까봐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러한 불편을 없애고 공연만 보고 끝나는 축제가 아닌 실속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우리 학교는 공연장으로서는 볼품없는 교내체육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존의 1회 공연을 2회 공연으로 늘려 관람자를 나눔으로써 공간의 협소함을 극복하고 공연을 보지 않는 시간에는 교실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음향과 조명을 대여하니 체육관이 그럴듯한 곳으로 변신하였고 예산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아낀 예산으로는 각 반에서 운영하는 체험부스를 지원했다. 그렇게 해서 학생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축제를 만들 수 있었다.

체험부스는 미래의 창업 연습이다. 운영자들은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서로 협동하면서 손님을 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인기 좋은 부스는 나중에 투표를 통해 선정하고 시상한다. 어떤 반은 세발자전거, 훌라후프 등으로 작은 ‘미니 올림픽’ 부스를 만들었다. 노래 가사 외우는 ‘쟁반노래방’과 복불복의 ‘과일칵테일’ 부스도 등장하였다. 그래도 가장 인기 있는 부스는 ‘귀신의 집’이었다. 학생들은 축제 전날 늦게까지 남아 교실 전체를 박스와 암막커튼을 이용하여 어두운 미로를 만들었고 당일에는 귀신, 좀비 등으로 분장하여 곳곳에 숨어 있었다. 으스스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깔고 다른 반 손님들이 앞문으로 들어가 미로를 통과하여 뒷문으로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린 후 가까스로 미로를 탈출한 손님들은 체험 인증 도장을 받는다. 11곳 부스 중 9곳 이상의 부스를 경험하고 도장을 받은 학생들은 노트를 상품으로 받고 즐거워했다.

공연무대에 오르는 학생들도 이전보다 축제를 더 즐겼다. 열심히 연습하여 단 한 번 공연하면 허탈하고 아쉬웠는데 두 번 공연하니 만족스럽다고 했다. 여러 명이 등장하는 댄스나 뮤지컬은 좁은 무대에 국한하지 않고 무대 밑 공간을 이용하기도 했다. 식당에서도 축제날이라고 평소보다 더 맛있는 급식을 제공하니 진짜 잔칫집 같다. 3학년 선배들이 의자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고생을 하더라도 후배들은 하루 종일 축제를 즐길 수 있어서 마냥 좋기만 하다.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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