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나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안내견 키워주는 사람들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사회/르포
[2439호] 2017.01.02

“나는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안내견 키워주는 사람들

▲ 퍼피워커 김지영씨와 아들 강선우군 사이에 헤이즐이 앉아 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제가 안내견을 교육시켰다기보다는 저도 사회에 나가서 공부를 함께 했다고 생각해요.”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는 퍼피워커 김지영(42)씨의 눈동자에는 생후 4개월 된 블랙 래브라도 리트리버 ‘헤이즐’이 담겨 있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한 이래 매년 약 10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다. 현재는 안내견학교를 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안내견학교에서 엄선된 종견과 모견으로부터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7주가 되면 자원봉사자가 있는 일반 가정에 1년간 위탁된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낯을 가리지 않고 주기적인 배변, 식사 등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비, 사료비 등 일체의 비용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지원한다. 이렇게 일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사회화 과정을 ‘퍼피워킹(Puppy Walking)’이라 부르며 강아지들을 맡아 키우는 봉사자들을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한다.
   
   “저희한테는 자식이죠. 사람 자식은 한 명만 키워봤지만 둘째, 셋째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지영씨는 2011년, 가수 정재형씨가 키우던 축복이를 TV를 통해 지켜봤다. 방송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은 그녀는 안내견을 맡아 키워 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2013년에 분양 신청을 했다. 9개월간의 긴 기다림 끝에 2014년 4월 5일 작은 체구에 몸을 꼬물거리는 예랑이를 만났다.
   
   어렸을 때 집에서 키우던 반려견과는 달리 규칙적인 배변 훈련과 매일 정해진 양의 식사, 복종 훈련 등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처음 키운 예랑이 때에는 제가 너무 힘들어서 몸살도 왔었고 울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내견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예랑이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저희는 전문적인 훈련을 시키지 않아요. 집과 공공장소 에티켓을 가르치며 의젓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죠. 그럼 처음 힘들었던 일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뿌듯하기만 해요.”
   
   김지영씨가 지금까지 맡은 강아지는 모두 3마리다. 집 거실 선반에는 예랑이와 베리의 사진이 놓여 있다. 특히 예랑이는 지난 12월에 시각장애인을 만나 안내견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현재 59마리의 안내견들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와 퍼피워킹을 거쳐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블랙 리트리버를 키워 보고 싶었는데, 베리를 보내고 3주 후에 헤이즐이 왔어요.” 에버랜드 하우종 과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검은색 안내견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금기시되고 있었다. “이제는 검은색 안내견을 키워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서 미국 최고 안내견학교에 있던 헤이즐을 데려왔죠.”
   
   
▲ 주황색 코트를 입은 헤이즐.

   시각장애인 안내견 오해와 진실
   
   퍼피워커가 모든 교육을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안내견 전문 훈련사, 견사 관리자 등 약 2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퍼피워킹 과정 담당자가 한 달에 한 번 가정을 방문한다. 그들은 강아지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교육 방향을 어떻게 수정할지에 대해 조언한다. 퍼피워킹 과정 중 상당수는 사람과의 사회적 교감에 집중되어 있다. 김지영씨 또한 오전에 아들 강선우(12)군을 학교에 보내고 헤이즐에게 밥을 주고 배변 훈련을 시킨다. 오후에는 사회화를 위해 대형 마트, 백화점, 식당 등 사람이 많은 번잡한 곳으로 이동한다.
   
   “강아지와 함께 백화점, 식당 등에 들어가려고 할 때 입장 거부를 당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2012년 1월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에 의하면,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우종 과장은 “법을 무조건 따르라고 하기보다는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나라에 반려견이라는 용어와 문화가 시작된 때가 2001년이었어요. 문화는 외국 비슷하게 가는데 사회적 인식은 따라가지 못했죠. 안내견이 지나갈 때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거나 쓰다듬는 에티켓도 개선되었으면 해요.”
   
   안내견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분양하는 기준이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5 장애인 통계’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시각장애인 수는 약 25만명이다. 여기에서 미성년자와 시각장애인 3급 이상은 안내견 분양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경제활동을 위해 밖으로 출퇴근하는 시각장애인들로 최종 선발해요. 약 1000명 정도가 남게 되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까지 들어가는 총 비용은 약 1억원이다. “어떤 사람들은 차라리 1억원을 시각장애인에게 주라고 말을 해요. 눈 감고 평생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모르고 하는 말들이죠.”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하루 종일 주인을 위해 일하며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도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다. 시각장애인은 항상 가던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낸다. 안내견의 역할은 장애물을 피하거나 지하철 문을 찾아주는 정도다. 실제로 대학교를 다니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안내견은 주인의 업무시간에 자유를 찾을 수 있다. 김지영씨는 “주인이 가둬두고 보살피지 않거나 버려진 강아지들과는 달리 항상 주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강아지들이다”라고 말했다.
   
   1년간의 퍼피워킹이 끝나면 강아지들은 안내견학교로 돌아간다.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강아지들은 재활보조견, 인명구조견 등 적성에 맞는 다른 일을 찾거나 일반 반려견으로 생활하게 된다. 적합 판정을 받으면 약 2주간 시각장애인들과 합숙하며 파트너를 찾는 ‘매칭’이 이루어진다. 이후 시각장애인들은 안내견 기초교육을 2주 동안 받고, 나머지 2주 동안은 선정된 안내견과 보행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교육이 이루어진다.
   
   시각장애인과 활동을 마친 10살 전후의 안내견들은 은퇴견으로 분류된다. 그때 안내견으로서의 삶은 끝나고 반려견으로 생활하게 된다. 김지영씨는 현재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된 예랑이가 은퇴하면 다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음 예랑이를 받기까지의 9개월은요, 설렘밖에 없었어요. 지금부터 8년 후에 돌아올 예랑이를 기다리는 기분도 그래요.”
   
   오후 3시가 되자 김지영씨는 아들과 함께 헤이즐을 산책시키기 위해 배변 처리를 위한 봉지를 챙기고 집을 나섰다. 아들 강선우군은 직접 헤이즐에게 ‘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고 적힌 주황색 코트를 입히고 목줄을 달아줬다. “사실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너무 귀여워요”라고 말하는 그의 입가에는 수줍은 웃음이 걸렸다.
   
   헤이즐은 올해 여름이 되면 본격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안내견 학교로 떠날 예정이다. 김지영씨는 매년 강아지들을 떠나보낼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보낼 때는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거잖아요. 제 손을 거쳐 안내견이 된 예랑이, 베리, 헤이즐이 일을 잘 마치고 제게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릴래요.”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