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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439호] 201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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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창업]서울 강동구 야시장의 파워셀러 한승오

연구원 때려치우고 전통시장 철판요리집 그가 살아남은 법

▲ 고덕전통시장에서 야키니쿠를 요리하는 한승오 사장. photo 홍윤기 상명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야채가게, 과일가게, 정육점 등이 즐비한 서울 강동구 명일전통시장. 시장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두 번째 골목에 들어서면 생소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 상인들 사이로 앳된 얼굴의 젊은이들이 보인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청년 상인들이다.
   
   “맛보고 가세요!” 철판 위에 돼지고기와 숙주나물이 불과 함께 춤을 췄다. ‘청춘도장’이라는 간판 아래, 타오르는 불꽃 사이로 한승오(30)씨의 모습이 보였다. “명일전통시장은 집입니다. 저에게는 보금자리죠. 이곳 시장 상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다른 야시장에서도 매출 1위를 할 수 있었어요.”
   
   한승오씨는 2016년 6월 14일 이곳 명일전통시장에 ‘청춘도장’이라는 철판요리집을 열었다. 강동구는 ‘청춘 마켓’ 사업을 통해 지역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청춘 마켓’은 명일전통시장 유휴공간을 활용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상인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6월부터 명일전통시장 디자인 거리에 5곳의 가게를 신규 조성해 보증금과 임차료 없이 청년 상인을 들여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승오씨의 주력 아이템은 일본식 볶음요리인 야키니쿠다. 돼지고기 목살을 숙주나물과 함께 가로 180㎝ 철판에 볶아 최대 40인분을 15분 만에 만들어낸다. 가격은 1인분에 5000원. 그는 8년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 중 부전공인 일본어 공부를 위해 일본 교토 세이카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생활비가 부족했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 철판요리집에서 일을 했다. 그곳에서 어깨너머로 야키니쿠, 오코노미야키 등의 요리법을 배웠다. 사업을 시작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요즘 그의 매출액은 하루 100만원에 달한다.
   
   한승오씨가 처음부터 요식업에 뛰어들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4년간 한국행정연구원에서 미래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과거에는 미래가 보장된 직장들이 있었죠. 하지만 다양한 미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현재 사회를 연구하면서 ‘개인 미래의 불확실성’을 느꼈어요.” 그의 퇴사 이유였다. 이후 지역에 기반한 청년 활성화 사업에 관심을 가지던 중, 집 옆에 있는 명일전통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해 일본 유학 시절 배운 기술을 써보기로 결심했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 사업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한여름, 반죽을 노점 냉장고에 넣어 놓고 다음 날 문을 열어 보니 반죽이 상해 있었다. 양배추만 해도 크기와 가격과 질을 고려해야 했다. 도시가스를 써야 하는지 LPG를 써야 하는지 고민하며 많은 공을 들였지만 손실을 겪고 좌절하기도 했다. 명일전통시장 오른쪽으로는 GS수퍼마켓, 왼쪽으로는 홈플러스가 위치해 있어 매출을 늘리기에 지리적으로도 불리했다. ‘청춘 마켓’에는 총 6명이 들어왔지만 주얼리를 팔던 5호 매장의 두 명은 중간에 포기하고 시장을 떠났다.
   
   
   상인들이 건넨 조언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지켜보던 명일전통시장 상인들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주변 상인들이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정부에서는 청년창업 멘토를 해준다면서 ‘경영학적 측면에서 매출 극대화를 꾀하라’ ‘전략적 사업을 하라’는 등의 조언을 했는데 다 의미가 없는 내용들이었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말은 ‘점포를 10시에 열어라’ 같은 말이었어요. 물건 관리를 하는 방법, 양배추 관리를 하는 방법 등 주변 상인들이 실질적인 조언들을 해 주셨죠.”
   
   시장 상인들과 소통하며 그는 명일시장에 소속감을 가지게 됐다. “처음에는 돈이 급해서 왔지만 시장은 공생관계예요. 시장과 상인과 구청과 지역사회의 공생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는 명일전통시장에서 이루어진 상인과 청년들의 공존을 강조했다. 그는 중간에 푸드트럭 사업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은 주로 행사장에 위치하고 단발성이죠. 사람 많은 행사장에는 배추를 갖다 놓아도 팔릴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푸드트럭에 예산을 쏟기보다는 명일시장처럼 전통 공간을 장기적으로 활성화하는 모범 사례를 발굴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일전통시장에서 시작한 ‘청춘 마켓’이 입소문을 타게 된 지난해 9월 강동구는 암사종합시장에서 청년들의 야시장 개최를 추진했다. “야시장에 지원할 때 명일전통시장 회장단이 저희를 불렀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너희 정체성을 먼저 생각해 보라고 교육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명일전통시장 청년 상인 4명이 매주 금·토요일 밤 암사종합시장으로 진출했다.
   
   암사종합시장 야시장에 진출한 청년 상인들은 처음에 20명이었지만 매출 감소를 우려한 기존 상인들의 반발 때문에 11명으로 줄었다. 그들은 지난 12월부터 고덕전통시장으로 야시장을 옮겼다. 인원이 충원되어 현재 18명의 청년 상인들이 일하고 있는 고덕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밤에 열린다. 야시장 두 곳에서 한승오씨는 매출액 1위를 달리며 ‘파워셀러’로 등극했고 현재 ‘야시장 셀러단’ 회장을 맡고 있다.
   
   한승오씨는 자신의 매출 1위 비결을 전쟁터에 비유했다. “1위와 2위의 매출액 차가 두 배 이상 나요. 다른 분들이 못해서가 아니에요. 저는 야시장에서 무리하게 재고를 떠안아도 명일전통시장에서 주중에 소진할 수 있는 여력이 돼요. 전략적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서 충분히 싸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또 다른 비결은 ‘출력’이다. “노점에서는 한 번에 나올 수 있는 음식의 최대 한계 생산량이 굉장히 중요해요.” 1분에 약 한 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김밥은 한 시간에 최대 60명의 손님밖에 받을 수 없다. 아이템이 좋아도 출력이 부족하면 3명에서 4명이 붙게 마련이기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는 철판의 크기에서 출력을 찾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한 번에 40인분을 만들 수 있게 됐죠. 음식 나오는 시간이 빠르니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아도 돼요.”
   
   청년 사업가 한승오씨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무엇일까. “제가 굳이 청춘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청춘은 청춘을 모른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어야 그 시절이 아름답고 푸르른 시절인지 알게 되겠죠.” 그가 말하는 청춘은 아픔이 아니라 수련과 정진이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검도를 계속 하고 있어요. 단을 쌓아가면서 끊임없이 운동을 하죠. 청춘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태어난 가게 이름이 ‘청춘도장(靑春道場)’입니다.”
   
   명일전통시장을 시작으로 암사종합시장, 고덕전통시장을 경험한 한승오씨는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청년 상인들을 지켜봤다. 그는 강동구청, 서울시와 협업해 ‘강 따라 동쪽마을’이라는 청년창업 교육 협동조합을 구상 중에 있다. 교과서적인 경영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담긴, 실제로 장사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제공할 예정이다. ‘청춘 마켓’에 있는 빈 점포에서는 청년 사업가들에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저는 명일전통시장을 단순히 물건 파는 시장이 아닌 사회적 활동을 하는 ‘청년 교육의 허브’로 만들고 싶어요. 그게 청년 사업가이자 명일전통시장 상인인 제가 해야 할 의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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