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란 시간은 새털같이 많은 나날 중 티끌보다 작다. 하루에 한 가지씩 이벤트로 마무리하면 일곱 색 고운 무지개처럼 이 생명도 아름답게 사라질까?

첫날, 멋진 술자리.

맛있고 담백한 술을 준비하겠지만 그래도 시작은 소맥으로. 더불어 인생의 대표 친구 아홉 명을 초대한다. 신학교 동기 신부, 의대 동기, 양한방 통합의료에 헌신한 동료 그리고 기도로 늘 격려해준 절친들. 자주 찾던 식당에서 얼큰하게 취하면 노래방에 가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와 ‘비처럼 음악처럼’을 목 터지게 불러야지.

둘째 날, 성지순례.

대구 팔공산 서쪽 자락에 ‘한티’라는, 성모님 품같이 넉넉한 가톨릭 순교성지가 있다. 이곳에서 구수한 된장과 상추쌈을 곁들인 점심을 먹으면서 미사와 기도, 고백성사를 드리고 싶다. 골골마다 절절한 순교자들의 숨결을 묵상하면서. 숲길이 아름다운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 통회의 눈물이 젖어들려나.

셋째 날, 바다낚시.

어설픈 대학 1년을 지나고 새해 첫날은 외딴섬에 있었다. 아버지와 낚시를 가기 위해 엄청난 눈발을 뚫고 도착한 추자도에서 사제가 없는 대축일 예절을 드렸다. 그때 ‘내가 만일 사제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뿌리내려 지금은 신부로 살고 있다. 고기 대신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빈 망태만 들고 다닌다. 그래도 가끔 휘리릭 달려간 남해섬 끝자락에 하루는 다녀오고 싶다. 시원하게 국도를 달려 삼천포대교를 건너면 표현할 길 없는 은빛 바다가 미조마을까지 출렁인다.

넷째 날, 캠핑.

부모님과 지난 몇 년 동안 가급적 주말마다 이곳저곳 발길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하루는 부모님 모시고 캠핑을 하고 싶다. 이삿짐 같은 야영장비들을 챙겨 밤새도록 모닥불 피우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나누고 싶다.

가없는 총총한 별들을 바탕색 삼아 은은한 달빛 아래 산책하면 좀 더 살고 싶단 생각도 들겠지.

다섯째 날, 영화감상.

적당히 느긋한 의자가 있는 극장에 가서 한국 영화들을 우선 몇 편 봐야지. 한스 짐머의 장중한 음악이 멋들어진 영화들과 엔리코 모리오네의 ‘미션’도 보고 싶다. 더불어 ‘대부’ 3부작도. 저녁은 시장에서 떡볶이, 어묵과 튀김을 먹고 소극장에서 마지막 영화를 소소하게 즐기면 푸근해질 듯하다.

여섯째 날, 병원 둘러보기.

내 일터인 전인병원에 가서 환우분들과 인사해야지. 매일 삶의 희망과 절망의 경계선을 걷는 이들과 더욱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으리라. 일 년 넘게 지나보니 통합의료의 가치는 숨은 보석과 같아 점점 더 빛을 발하리라는 확신이 선다. 죽으러 왔다가 살아나가는 가능성이 더 반짝일 것인데 하늘 위에서 나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

일곱째 날, 손편지.

사랑해준 이들에게 손편지를 쓴다. 그리고 복 받으라고 복권도 한 장 넣어준다. “필요한 만큼 충분했던 생애였기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잠시 뒤에 뵐게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마지막 말은 ‘고맙습니다’로 맺고 싶다.

손기철

신부ㆍ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장

손기철 신부ㆍ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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