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청탁 전화를 받았을 때 정중히 거절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의 주제를 듣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이 일주일이라면’. 무언가 모르게 내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죽음’이란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장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그러고 보니 최근 스스로 이 주제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하기도 했다. 덜컥 “써 보겠습니다”라고 무모하게 수락을 해버렸다. 사실 내가 묵상을 해온 질문은 조금 다르다. 남은 생이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라면…’이다. 사실 나에게는 일주일이든 하루든 대답은 똑같다.

나의 하루는 대충 이렇다. 아침 4시가 좀 넘은 시각에 일어나 5시에 교회를 간다.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한다. 가족을 위해, 직원들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민족을 위해, 온 열방(列邦)을 위해 기도한다. 내 안에는 미움과 교만밖에 없으니 나도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리고는 출근해서 일을 한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한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한다. 때론 어딘가로 일을 배우러 가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은 나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유익하다. 내가 배워야 직원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있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그렇게 늘 노력하는 마음으로 섬겨왔다. 얼마 전 직원에게서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 “사장님과 회사를 신뢰해요”라는. 생전처음 들어 본 말이었다. 그때의 환희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눈물까지 났다.

나는 저녁 약속을 잘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인들과의 약속은 주로 점심시간에 한다. 이 시간도 너무나 즐겁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기쁜 소식이 있는지 듣는다. 내가 가진 이야기도 나눈다. 그렇게 에너지를 얻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일을 한다.

저녁 약속이 없으면 보통 7시 전후로 퇴근을 한다. 올 3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나는 형 부부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보통은 8시면 귀여운 4살, 6살 조카들이 잠들어버려 평일에는 얼굴을 못 본다. 형과 형수님과 잠깐 이야기를 하거나 TV를 같이 본다. 그리고 씻는다. 자기 전에 오늘 하루 허락하신 모든 것에 감사기도를 하고 잔다.

보통 내 일상은 이렇다. 물론 매일이 다르다. 예측대로 안 될 때가 더 많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서 교회를 못 가기도 하고, 점심에 지인과 약속을 안 하고 동료들과 먹기도 한다. 대구의 부모님과 통화를 하며 퇴근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부모님이 찾아오시기도 한다. 가끔 저녁 약속에 나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약속에 겨우겨우 버티다 올 때도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상황이 잘 풀리기도 하고 안 풀리기도 한다. 기쁜 소식이 많은 날도 있고 기쁘지 않은 소식이 많은 날도 있다.

내 인생에 남은 시간이 하루라면 나는 어제와 똑같이 살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고백하고, 최선을 다해 일하고, 최선을 다해 직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다. 아, 달라질 것이 하나 있다. 잠들기 전에 하는 기도가 달라질 것이다. 마지막에 한마디쯤 이렇게 덧붙일 것 같다. “하나님, 그동안 제게 생명 주시고 삶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김상현 국대떡볶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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