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장학재단 본사 전경. 본래 서울에 있다가 2015년 11월 본사를 이전했다. ⓒphoto 한국장학재단
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장학재단 본사 전경. 본래 서울에 있다가 2015년 11월 본사를 이전했다. ⓒphoto 한국장학재단

매년 이맘때면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 준비에 마음이 들뜬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신입생들은 장학금을 노려야 한다.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하고 학자금을 빌려주는 한국장학재단이 새해 다양한 보완책을 내놓았다. 한국장학재단은 2009년 설립된 교육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한국장학재단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을 스스로 예측할 수 있게 한 점이다. 기존 국가장학금은 신청을 하고 수혜를 받아야 자신의 소득분위 경계값이 발표됐다. 이로 인해 자신이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자인지를 미리 알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새학기부터는 소득분위 경계값이 사전에 발표되면서 자신의 장학금 수혜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바뀌었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장학금 수혜자인 학생들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보완책에서 가장 역점을 둔 점”이라고 말했다.

‘C학점 경고제’ 횟수가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된 점도 변화된 부분이다. 예컨대 기존 학기에 70점 이상 80점 미만의 성적으로 C학점 경고를 받았던 학생이 2016년 2학기에 다시 C학점을 받았더라도 한 번 더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생계를 유지하느라 학업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배려해 성적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지방 인재 장학금 대상자 선발기준도 완화돼 신입생은 내신·수능(2개 영역 이상) 3등급 이상, 재학생은 직전 학기 성적 기준 80점이면 선발 자격을 얻는다.

재외국민 특별전형 입학자와 가구원 중 주민등록상 재외국민이 있는 경우에는 국외 소득과 재산을 신고해야 하도록 바뀐 점도 차이점이다. 국외 소득·재산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불성실 신고할 때는 학자금 지원이 제한된다. 해외에 재산이 많은 재외국민이 국가장학금을 받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장학재단은 장학금 지급과 학자금 대출 업무를 맡는 특성상 운용하는 자금의 규모가 크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교육예산 약 57조4000억원 중 8조원을 이 재단이 운용한다. 이 중 국가장학금 사업으로 약 3조9000억원, 학자금대출 사업으로 약 4조3000억원이 편성됐다. 이 재단의 장학금 제도와 학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은 연인원 100만명에 육박한다.

국가장학금은 대한민국 국적으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수급자~소득2분위(소득 하위 40%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갈수록 낮아져왔다. 2008년 7.8%에 달하던 대출금리는 현재 2.5%까지 낮아졌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정부 정책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춘 이유도 있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일이 잦아 사회적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안 이사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지만 올해는 2.5%로 대출금리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올해 1학기 장학금을 제공하는 시기는 2월 중순이다. 기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지난해 11~12월 중 이미 신청을 받았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을 대상으로는 2월 중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안 이사장은 “새해에도 다양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보완책을 통해 제도를 더욱 합리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photo 한국장학재단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photo 한국장학재단

노사 협상 임금피크제

한국장학재단은 노사협력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한국장학재단 직원들의 최대 화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강제화했다. 청년실업이 장기화되자 부분적인 타개 방안으로 마련한 대책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민간 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인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만 깎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에 처음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당초 안은 1년 동안 임금 45% 삭감이었다. 정년이 만 60세이므로 만 59세가 되면 임금이 이전 해의 거의 절반으로 깎여나가는 것이다.

2015년 7월, 정부 경영평가단이 “임금피크제 도입 기간을 더 늘리라”며 제도를 변경하도록 권고하자 회사와 조합의 입장이 엇갈렸다. 회사의 입장은 1년으로 정해진 기존 임금피크제 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조합의 입장은 정부 지시를 거스를 수는 없으니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의 효과를 얻어내자는 것이었다. 한국장학재단 노동조합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부 정책에 부합하면서 근로자에게 최대한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1년간의 협상과 회의 결과 3년 동안 30%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31일 결론이 났다. 구체적으로는 57세가 되는 해 5%, 58세가 되는 해 추가로 5% 삭감, 60세가 되는 해 추가로 20%의 임금이 삭감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간이 늘어난 대신 삭감률을 45%에서 30%로 줄였고, 회사 입장에서는 1년간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를 3년간 적용하는 것으로 서로 타협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내부 승진기회 늘어 조직 새바람”

한국장학재단의 현재 노동조합은 2014년 7월 설립됐다. 전체 정규직 약 400명 중 170명이 노조 소속이다. 지난 1월 16일 대구 동구의 한국장학재단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상혁(38)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2009년 재단 공채 1기다. 입사 후 줄곧 국가장학금 운영과 기획 업무를 맡았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서 직원들에게 생긴 장점은 내부 승진이 활발해진다는 점입니다. 인사 적체가 심한 조직에서는 승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승진 지체가 워낙 심해 정부 도입 전에 이미 노조가 주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재를 더 등용시켜 조직에 새 바람을 일으킨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점이고요.”

이 위원장은 공공기관 최초로 복수노조를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국장학재단의 기존 노동조합은 산별노조인 한국노총 산하의 금융노동조합 지부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2014년 7월 새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산별노조가 한국장학재단 근로자들의 권익보다는 다른 산업 노조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이 맡은 새 기업노조는 재단 직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금융노조 지부 조합원들의 탈퇴는 가속화됐고 결국 기업노조가 현재 한국장학재단 단일노조가 됐다.

이 위원장은 임금피크제를 노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상시 가동되는 소통 채널을 꼽았다. 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노조가 필요한 부분들을 즉시 전달하고 있다”며 “현 이사장님의 경우 교원단체 총연합회(교총) 출신이라 조합의 생리에 대한 부분을 잘 아시는 만큼 조합 활동에 비교적 우호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협의·협력은 정례 회의보다도 상시적인 대화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장학재단의 노사 협력 비결은 소통이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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