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 있는 애견유치원 ‘뚱블리’에서 1급 훈련사 출신 김도현 소장이 원생들에게 지능개발훈련을 시키고 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 있는 애견유치원 ‘뚱블리’에서 1급 훈련사 출신 김도현 소장이 원생들에게 지능개발훈련을 시키고 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왈왈! 내 이름은 콩이. 나이는 두 살, 스피츠종이다. 나는 주 3회 월·수·금요일마다 ‘뚱블리유치원’에 다닌다. 뚱블리는 유치원 실장님이 키우는 사모예드종 ‘뚱실이’에서 따왔다.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냐고? 물론 우리 주인님의 특별한 배려 덕분이다. 여기에 오면 친구들도 만나고, 지능개발 훈련도 하고, 예절교육도 익힐 수 있다. 내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나는 낯선 사람을 보면 잔뜩 경계하며 미친 듯 짖어대는데,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님이 힘드셨나 보다. 인간 사회의 표현을 빌리면 ‘사회성 향상’을 위해 이곳에 보내졌다.

내가 여기에서 지내는 시간은 하루 8시간. 오전 10시에 등원해 오후 6시에 하원한다. 이곳을 운영하는 홍진휘 실장님이 우리를 위해 특별개조한 셔틀버스를 타고 등하원을 한다. 셔틀버스에 태우면서 우리 주인님은 실장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어제는 콩이가 한 손님을 보고도 전혀 짖지 않았어요. 손님에 대한 경계는 여전하지만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주인님은 ‘발달수첩’과 함께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간식 치킨육포까지 챙겨주신다. 앗싸! 신난다. 차 안에 주르르 놓인 케이지에 들어가 다른 원생들과 눈으로 기 싸움 한판! 어느덧 유치원에 도착했다.

1교시는 자유놀이시간. 내리자마자 1층을 현관을 지키는 뚱실이한테 인사 한 번 해주고, 2층 놀이방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신나게 논다. 하나, 둘, 셋…. 오늘 친구들은 18마리 정도 돼 보인다. 친구들 견종도 참 다양하다. 시추 사랑이, 장모(長毛) 치와와 은혜, 웰시코기 뭉이, 프랜치블도그 들보, 비숑프리제 레고…. 지난해 말 우리는 모두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수제간식을 선물받았다. 뭉이는 모범상, 들보는 냠냠이상, 레고는 귀염상을 받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에는 새로운 친구들이 왠지 무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구석에만 박혀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흰 이빨을 잔뜩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어슬렁거리고 놀이방 한가운데에 진출해 친해지고 싶은 친구들을 툭툭 건드려 보기도 한다. 이게 다 우리들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주시는 1급 훈련사 소장님 덕분이다. 김도현 소장님은 ㈜이웅종컴퍼니 ‘이삭애견훈련소’에서 부소장으로 계시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소장으로 오셨다. 한국애견연맹 어워즈에서 훈련사 부문 1등을 차지한 적도 있어서 그런지 우리들 세계를 기막히게 잘 아신다.

뚱블리유치원의 ‘발달수첩’.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컨디션과 활동내용을 기록하면, 견주들이 소감 및 집에서의 컨디션을 적어 보낸다.
뚱블리유치원의 ‘발달수첩’. 유치원에서 원생들의 컨디션과 활동내용을 기록하면, 견주들이 소감 및 집에서의 컨디션을 적어 보낸다.

1:1 맞춤형 교육

11시는 본격 수업시간. 3층 훈련소 겸 호텔로 올라간다. 1:1 맞춤형 수업시간이 시작되는 2교시가 교육의 하이라이트다. 교육 내용은 친구들마다 다르다. 어떤 친구는 ‘앉아! 일어나! 손!’ 같은 재롱훈련을 받고, 어떤 친구는 배변훈련을 받는다. 내 자리에서 다른 친구들이 교육받는 걸 구경하고 있으면 나도 빨리 나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드디어 내 차례다! 내 방 문이 열리면 해방감이 몰려오면서 잘하고 싶은 욕구가 터져나온다. 소장님한테 칭찬받고 맛난 간식을 먹고 싶어서 최선을 다한다.

12시는 점심시간. 식단은 친구들마다 다 다르다. 각자 주인님이 준비해준 밥을 먹기 때문이다. 평소 먹던 밥이 아니라 다른 밥을 먹으면 배탈이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 어떤 친구들은 주인님이 준 특별간식을 먹는다. 옆 친구가 새로운 육포를 먹으면 침이 질질 흐르지만 그걸 나눠주는 일은 거의 없다. 처음 몇 번은 거세게 내 욕망을 표출도 해봤다. 하지만 전혀 안 먹힌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식사시간이 끝나면 낮잠을 잔다. 우리는 직립보행을 안 하기 때문에 먹자마자 뛰어놀면 장이 꼬일 우려가 있어 위험하다고 한다. 소화가 될 때까지 음악을 들으며 낮잠을 잔다. 대체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지만 어떨 땐 소장님이 좋아하는 다소 경쾌한 음악을 듣기도 한다. 배부르고 등따시고 음악까지 흐르니 몸이 노곤하다. 스르륵 잠이 든다.

이제 2시부터 본격 놀이시간이다. 다시 2층으로 내려가 뛰어논다. 이 시간에는 애견카페를 찾은 손님들과 같이 놀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애정결핍 친구들은 이 시간만 기다린다. 샤샤샥 눈치를 살펴 마음에 드는 손님 곁에 다가가 애정공세를 펼친다. 손님 다리에 몸을 비비기도 하고, 벌러덩 누워 애교도 부린다. 애정공세 성공률은 99%.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틀림없이 통한다. 손님들은 부드러운 손길로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배도 문질러준다. 공을 물고 가면 공놀이를 해주는 손님도 있다.

매일 낯선 손님들과 놀면 피곤하지 않냐고? 물론 피곤해 하는 친구도 있다. 우리 1급 훈련사 소장님은 그런 친구들을 족집게처럼 알아본다. 이 친구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두 곳 있다. 한 곳은 보드게임방. 사람 손님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에서 지능개발놀이를 하면서 우리끼리 놀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도그 브릭(Dog Brick)’. 간식을 미로 같은 서랍에 숨겨놓으면 코로 킁킁 냄새 맡고, 앞발로 이리저리 열어 보면서 꺼내 먹는 게임이다. 또 한 곳은 휴게실. 혼자 있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위한 공간으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조용히 쉴 수 있는 곳이다.

6시가 되면 하원한다. 우리 주인님은 오늘 나의 컨디션은 어땠는지, 뭘 하고 놀았는지가 적힌 ‘발달수첩’과 함께 나를 인계받는다. 원생 대부분은 6시에 나서지만 집이 멀거나 주인님이 늦게 퇴근 하는 경우 7시 반까지 유치원에 남아 있기도 한다. 유치원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피곤하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집이 좋아, 유치원이 좋아?” 나는 이렇게 답한다. “왈왈! 그건 나도 모른다고요.” 이제 주인님한테 오늘 배운 재롱 좀 부리다가 자야겠다.

원생들에게 수여된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준 수제 간식.
원생들에게 수여된 상장과 함께 부상으로 준 수제 간식.

비만견 위한 ‘수중러닝머신’ 갖춘 곳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에 있는 애견유치원 ‘뚱블리’에 다니는 원생 ‘콩이’의 하루다. 뚱블리는 3층짜리 건물 전체가 애견을 위한 공간이다. 1층은 애견용품과 애견간식을 파는 애견숍, 2층은 애견카페·애견놀이방·애견미용실이, 3층은 훈련공간 및 유치원 운영자들의 주거공간이 있고, 옥상은 애견들의 야외 놀이터로 사용한다. 이곳의 운영자이자 3급 훈련사 자격증을 보유한 홍진휘 실장은 자신의 애완견 15마리를 이곳에서 같이 키운다. 이곳의 원생 모집 공고문은 이렇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긴 아이, 소심하고 사회성 부족한 아이, 운동량은 많은데 야외활동이 부족한 아이’. 얼핏 봐서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집 공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애견유치원이 성업 중이다. 2014년 하반기 기준 300여곳의 애견유치원이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견을 위주로 한 반려동물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애견유치원 또한 나날이 진화 중이다. 뚱블리처럼 1급 훈련사 자격증을 보유한 훈련사가 상주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애견유치원이 있는가 하면, 애견의 성향별로 나눠 펫시터가 돌보는 시스템으로 돼 있는 곳도 있고, 탄산·솔트·아로마·마사지 스파가 가능한 애견 전용 스파시설을 구비한 곳도 늘고 있다. 스파가 끝난 후에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붐펫드라이룸’에서 말리기도 한다. 털 건조뿐 아니라 음이온 샤워, 근적외선 케어가 가능한 고급 제품까지 출시돼 있다. 비만견이나 재활훈련이 필요한 애견을 위해 ‘수중러닝머신’ 시설을 갖춘 애견유치원도 있으며, 견주들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CCTV를 통해 ‘내 아이’의 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곳도 많다.

애견유치원은 점점 양극화되는 양상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세운 곳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애견유치원이 대부분 애견카페를 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유가 뭘까. 김도현 소장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애견시장에 비해 15년 정도 뒤처져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의 애견인들은 눈은 높으면서 애견에 대한 인식은 뒤처져 있다. 좋은 시설을 원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가격은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애견카페와 애견유치원은 몇 년 전에 붐이 일다가 꺼지는 양상이다. 지금은 애견카페를 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홍진휘 실장은 제도적인 부분을 지적했다. “애견유치원 업종 관리도 애매하다. 위생점검을 나온 분들도 당황한다. 뭘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주방 안쪽으로는 강아지들이 들어가면 안 된다든지 하는 등 위생점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시장은 과도기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애견을 중심으로 고양이와 같은 각종 반려동물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시장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도현 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완견에 대한 인식이 극과 극”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애완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좋지 않지만, 애견을 너무 사람처럼 키우는 것도 좋지 않다. 동물에 대한 특성을 무시하고 너무 사람처럼 키워서는 안 된다. 진정 반려동물을 위한다면 그 동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해야 한다.”

애견 관련 신종직업

매개치료사, 펫시터, 견가(애견 요가) 전문가…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한국직업전망’을 바탕으로 분석한 ‘10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직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이 보고서는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개인서비스 및 반려동물 관련 직종의 고용 증가 및 전문화’를 꼽으면서 “맞벌이 가정 및 1인 가구 증가로 개인서비스와 반려동물 관련 직종이 전문화되고 고용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애완견을 중심으로 한 반려동물 신종 직업도 점점 세분화되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직종은 ‘애완동물 매개치료사’다. 애완동물을 매개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 은둔형 외톨이를 치료하는 직업이다. 매개 애완동물은 유기견을 데려다가 훈련소에서 훈련시켜 활동하는 경우가 흔하다.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은 특수학교에 출장을 가기도 하고,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을 앓는 환자의 집에 가서 치료하기도 한다. 애견과 함께 있으면 산책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불러내는 효과가 있다.

‘애견훈련사’는 문제행동을 보이는 애견을 전문적으로 교정 및 훈련하는 직업이다. 애견협회와 애견연맹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1~3급까지 있다. 1급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5년 정도가 걸린다. 현재 연맹에는 300명 정도의 1급 훈련사가 활동 중이다. 출장비는 천차만별이다. 전문 출장 훈련사의 경우 1~2시간당 훈련비가 20만원 이상에 달하기도 한다.

애견유치원 교사는 별도의 자격증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훈련사 자격증을 구비하면 유리하다. ‘펫시터’의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견주가 장기출장을 가는 경우에 돌봐주는 ‘장기돌보미’부터 시간당 돌봄 서비스도 체계화되고 있다. 애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건강 증진을 돕는 견가(애견 요가) 전문가, 애견 아로마 테라피스트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 외에도 애완동물 장례사, 애완동물 미용사, 애견옷 디자이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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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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