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44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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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반려견 데리고 백화점 쇼핑?

6조 시장 잡아라! 유통업계 펫팸족 모시기

▲ 개모차(개 유모차)의 명품으로 꼽히는 ‘에어버기 포 도그’의 제품 광고사진. photo 에어버기 포 도그
대형 반려견을 데리고 백화점 쇼핑도 가능하게 됐다.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을 하면서 유통업계가 관련 고객 유치에 속속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급 펫 용품점을 오픈하고 쇼핑하는 동안 반려견을 돌봐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형식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고객 쇼핑 편의를 위해 주차장에서부터 반려견을 인도해 보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형견뿐만 아니라 대형견까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연내 잠실점을 시작으로 매장도 점차 확대하고 펫 여행, 펫 보험 상품 안내 등 토털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요즘 신세계그룹이 만든 복합쇼핑몰 하남 스타필드가 화제다. 대규모 반려동물 멀티숍인 ‘몰리스펫샵’이 입점해 있는 데다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매장도 많기 때문이다. 몰리스펫샵은 소문난 애견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스탠더드 푸들종인 애견 ‘몰리’의 이름을 따서 2010년 론칭한 브랜드이다. 전국에 30여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몰리스펫샵은 펫 용품과 사료는 물론이고 호텔, 미용실, 동물병원, 유치원까지 갖추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명품관 서관에는 백화점이 직영하는 애견용품 편집매장인 ‘펫 부티크’가 있다. 몇만원대의 국내 브랜드부터 시작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입 침대, 국내 디자이너와 협업한 최고급 펫 의류 등을 선보이고 있다. 펫 부티크에서는 백화점 쇼핑 고객을 위해 2시간 동안 무료로 맡아주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측은 “2012년 오픈 이래 연 15%씩 성장하고 있다. 펫 부티크에서만 볼 수 있는 의류, 용품, PB 사료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반려동물 출입을 막아왔던 백화점들이 이젠 오히려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반려동물사육관리’ 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의 21.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에 비해 3.9%포인트 늘어난 수치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대전시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의 24.2%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묘 인구의 증가도 눈에 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고양이를 키우는 가구는 2012년보다 63.7% 증가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 있는 ‘펫 부티크’. photo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호사 누리는 반려동물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키운 것은 동물 개체 수보다는 고급화·웰빙 바람이다. 1인·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뀌었다. 여행 등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적인 교류를 나누는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고 반려동물을 위해 주저 없이 지갑을 열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긴다고 해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펫팸(Pet+Family)족’이다. 유통업계는 지금 ‘펫팸족’을 잡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산업 규모를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6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은 세계적 추세이다. 미국반려동물용품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의 2016년 반려동물 산업은 627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야노연구소는 2016년 1조4845억엔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미래학회가 꼽은 10대 미래유망산업에도 반려동물 산업이 포함돼 있다.
   
   ‘온천가루 함유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페퍼민트가 리프레시하게 해주는 100일 숙성 비누’.
   
   ‘편안한 호흡을 도와주는 에센셜 오일’.
   
   ‘관절 건강을 도와주는 영양 파우더’.
   
   ‘음식 신선도를 위해 온도 세팅한 수제 베이커리 수제간식’.
   
   ‘생고기, 야채, 건강을 생각해 천연재료를 사용한 돼지등심 스테이크, 연어스테이크’.
   
   사람을 위한 상품 광고가 아니다. 반려동물용 미용용품, 간식에 붙어 있는 설명들이다. 반려동물 관련 업계의 키워드는 ‘프리미엄’이다. 용품, 사료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최고급, 럭셔리를 내세운 파생상품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90g짜리 비누 하나에 1만5000원 하는 것은 보통이다. 4만원대 천연샴푸, 10만원에 가까운 아로마향수도 불티나게 팔린다. 각질 제거, 아토피 개선용 입욕제, 눈물자국 코팅 화장품, 발바닥용 수딩밤 등 전용 뷰티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주인이 외출한 사이 반려동물을 케어해줄 수 있는 용품도 많다. 자동급식기, 슬로식기, 배변자동처리기 등 관련 용품의 디자인 출원도 급증하고 있다. 부드러운 핸들링을 자랑하는 개모차(개유모차)는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 제품이 인기다. 목욕을 시킨 후 털을 말려주기 위한 ‘펫 드라이룸’ 기계는 음이온 살균 등을 내세운 200만~300만원대 상품이 판매되고 있고 렌털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만든 5000만원짜리 개집도 수입됐다. 고양이 놀이터인 캣타워를 만든 국내 업체는 대박이 났다. 버블 샤워기를 갖추고 탄산 스파와 머드팩까지 해주는 미용실은 예약 날짜 잡기가 어렵다. 펫 전용 택시도 등장했다.
   
   금수저 물고 나온 반려동물 한 끼 식사는 보통 사람에 비할 바가 아니다.
   
   1㎏당 2000~3000원대의 사료도 있지만 10만원대의 최고급 수입 사료도 있다. 건강한 재료를 내세운 수제 간식, 수제 베이커리 창업도 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애용한다고 알려진 개 전용 수입맥주, 프리미엄 생수도 판매되고 있다.
   
   장례시장도 고속성장과 함께 고급화되고 있다. 리무진 운구부터 염습, 실크 수의, 보석 납골함까지 최고급으로 하자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납골당도 일반실보다 2~3배 비싼 특실이 인기다. 최근엔 유골을 고온처리해서 ‘메모리얼 스톤’으로 만들어 간직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장례업체 수도 급증, 2008년 동물장묘업 등록제 시행 이후 2014년 701곳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잡기 위해 대기업들도 속속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오스 시리우스’를 론칭하고 천연 성분을 담은 샴푸, 컨디셔너 등 펫 케어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프리미엄 사료시장에도 진출했다. 한우와 홍삼을 넣은 95% 유기농 사료 ‘시리우스 윌’로 수입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사료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오프레쉬’ ‘오네이처’ 브랜드를 앞세운 CJ제일제당도 ‘소화 돕는 연어&호박’ ‘심혈관 돕는 연어&야채’ 등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두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 100억원에 이어 올해는 2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로 국산 원료로 만든 반려동물 전용우유 ‘아이펫밀크’를 출시했다. 습식캔 시장은 사조와 동원F&B가 앞장서고 있다.
   
   풀무원 ‘아미오’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고기능성 프리미엄 간식 유기농 주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KT&G 정관장도 ‘지니펫’ 브랜드로 펫푸드시장에 뛰어들어 6년근 홍삼을 넣은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에는 응급의료센터가 개설, 야간에도 응급 동물을 받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도 등장했다. 아쿠아 러닝머신을 활용한 재활치료, 초음파 마사지에 침, 뜸 등 한방치료는 물론 병든 노령견을 위한 호스피스 전문 병원도 등장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사는 이재욱씨는 골든리트리버를 10년간 키웠다. 소형견보다 대형견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병원, 미용 등 모든 서비스 이용료는 물론 장례 때 화장 비용도 동물의 몸무게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소형견의 2~3배를 지불해야 한다. “럭셔리족과는 거리가 멀고 기본적인 것만 한다”는 이씨도 관절 영양제와 백내장 늦추는 영양제는 꼭 먹인다고 한다. 수영을 좋아하는 개를 위해 월 2회는 경기도권의 수영장을 찾고 관절이 안 좋아 한동안 1회 5만원 정도 하는 아쿠아 러닝머신 물리치료를 시켜줬다. “병원에 한 번 가면 30만~40만원은 보통이지만 아이나 다름없는데 돈을 떠나 건강을 돌봐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리트리버 동호회원 중에는 2000만원 들여 인공관절 수술을 해준 경우도 있다. 진정한 럭셔리는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도록 끝까지 잘 돌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트리버 산책을 위해 이사까지 했다는 이씨의 말이다.
   
   
   일본, 반려동물 실버타운도 등장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한국보다 10~20년은 앞선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최근 동물 전용 실버타운까지 등장했다. 1990년대 수명이 개는 8.1년, 고양이 5.1년에서 2014년 개 13.2년, 고양이 11.9년으로 늘었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반려동물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도 힘든 노인들이 늙은 반려동물을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바라기현에 있는 노견노묘홈인 ‘해바라기’에는 60여마리가 동물간호사 5명과 생활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똑같은 장소를 빙빙 도는 노령견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설은 2013년 20곳에서 2015년에는 64곳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폐업한 온천호텔을 리모델링해서 노견 요양홈을 만드는 곳도 늘고 있다. 비용은 견종에 따라 다르지만 1마리당 연 50만엔에서 100만엔 수준이다. 일본 펫푸드협회에 따르면 일본 반려동물 수는 2015년 애견 992만마리, 고양이 987만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팽창하는 반려동물 산업에 대해서는 찬반 시선이 엇갈린다. 호사를 누리는 개 팔자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확대하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도 관련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건강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동물등록제, 장묘시설 관리, 과잉진료 단속과 같은 법적·제도적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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