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44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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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게임중독 승민이 구출작전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bonghack@chol.com 

아침부터 해야 할 일들이 쿨메신저의 알림 소리와 함께 날아들고 있다. 주로 선생님들이 시간 맞춰 함께 처리해야 할 일들이다. 특히 생활기록부 기록은 신중하고 세심하게 살펴서 해야 한다. 출결, 성적처리, 자율활동, 봉사활동, 교과별 특기사항, 동아리활동, 창체활동, 종합의견…. 어느 하나라도 잘못 기록되거나 누락되면 안 되기에 재검 삼검까지 한다. 쿨메신저 알림 소리에 메시지를 열어 보니 3학년 박 선생님이다.
   
   “선생님~~ 기쁜 이야기가 있어 전합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승민(가명) 학생이 평균 19.8점이 올라 노력상을 받게 되었어요. 학년 초에는 학교 적응도 힘들어 보여 성적에는 욕심부리지 않았는데 수행평가도 늦게까지 남아서 열심히 한 덕에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늘 꼴찌였다가 반 등수도 껑충 뛰어올랐고요.^^ 다 선생님께서 신경써주신 덕분입니다.”
   
   처음 승민이가 상담실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수업시간 갑자기 교실을 뛰쳐나가 무섭다고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을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이 찾아서 데리고 왔었다. 처음에는 무언가에 크게 놀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움츠리고만 있었다. 아무 이야기도 나눌 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와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인식만 시켜주었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승민이는 안정을 찾아서 수업에 들어갔다. 승민이를 돕기 위해 승민이 친구를 찾았다. 다행히 다른 반에 있는 초등학교 때 친구를 알아냈다. 보승(가명)이다. 보승이를 통해 승민이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승민이는 게임중독이다. 집에 있을 때 주로 게임을 하는데, 매일 새벽 2~3시까지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서도 말을 전혀 하지 않아서 ‘벙어리’라고 놀림도 받고, 웃지도 않고 “가끔 외계인이 쳐들어올 것 같아서 무섭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기와 있을 때는 말도 하고 웃기도 한다며, 직소퍼즐 맞추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보승이는 승민이를 돕고 싶어 했다. 다음날부터 보승이는 승민이를 상담실에 데리고 와서 함께 놀기 시작했다. 주로 직소퍼즐을 맞추며 시간을 보냈다. 조각이 적은 수의 퍼즐부터 준비해주었고, 1000조각짜리를 완성하더니 2000조각짜리 직소퍼즐도 완성했다. 직소퍼즐 맞추는 시간이 늘수록 게임시간이 점점 줄었다. 학생들과도 잘 어울렸고,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 가을 학교축제 때에는 승민이가 완성한 직소퍼즐로 전시도 했다. 교장선생님도 승민이를 불러서 칭찬하셨다. 전시가 끝난 후 승민이는 작품들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생겼고, 모든 학교 생활에서 놀랍게 변해갔다.
   
   잡초 무성한 밭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체할 유용한 식물을 심는 것이라 한다. 학생들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못하게만 하기보다 학생이 좋아하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주는 것이 효과가 있다. 여기에는 익숙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지켜봐주고 격려해주면 학생들은 익히고 발전한다. 며칠 전 승민이가 환한 얼굴로 상담실에 찾아와 상업고등학교에 합격했다고 전해왔다. ‘경영관리과’에 진학해 컴퓨터 자격증을 따서 물류관리 분야에서 일해 보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축하하고 함께 기뻐했다. 오늘은 하늘도 참 맑아 보인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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