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2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 도하훈련장에서 호국훈련 일환으로 열린 육군 제8기계화보병사단 도하작전을 참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해 11월 2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 도하훈련장에서 호국훈련 일환으로 열린 육군 제8기계화보병사단 도하작전을 참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북한의 ‘궁수(archer)’들을 죽일 수 없다면 결코 ‘화살’을 충분히 잡아낼 수 없을 것이다.”

빈센트 K.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대장·59)이 지난 2월 7일 미 육군협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 방어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의 ‘궁수’들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미사일 발사시설을, ‘화살’은 북 미사일을 의미한다. 북한의 미사일(화살)을 요격하기에 앞서 발사 시설(궁수)을 선제타격해 발사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최근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예방적 선제타격론에 기름을 부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방어 공약과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방어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북한의 미사일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 역량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임 사령관(현 나토군사령관)에 이어 주한미군사령관에 취임한 브룩스 사령관은 최초의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으로 취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현재 주한미군사령관 외에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을 겸하고 있어 4개의 ‘모자’를 쓰고 있다.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출신으로 1980년 미 웨스트포인트(육사)를 수석 졸업했다.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웨스트포인트 생도 중 최고위 직위인 여단장 생도를 지내고 졸업생 대표가 되는 등 사관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한미연합사에서 그를 접해 본 한국군 관계자는 “흑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육사 여단장 생도가 된 건 대단한 기록”이라며 “직접 만나 보니 명성에 걸맞게 매우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예비역 육군 소장, 형은 예비역 육군 준장인 군인 가족이다. 형도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임관 후에는 36년 동안 미 본토와 해외에서 근무했다. 냉전 시절엔 중령 때 주한 미 2사단에 근무하는 등 주로 한국과 코소보에서 근무했다. 미 중부군사령부에서도 여러 보직을 맡아 쿠웨이트, 카타르, 아프가니스탄, 바레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국가에 꾸준히 투입됐다. 2013년 이후에는 미 태평양사령부 육군사령관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는 주한미군사령관 취임 이후 소통, 팀워크, 신뢰 등을 핵심 키워드로 한 지휘 철학을 강조해왔다고 한다. 특히 참모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룩스 사령관의 취임 이후 주한미군 참모들이 한국어와 애국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달라진 점의 하나다. 한국군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이 취임 직후 참모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지시했다”며 “특히 애국가를 한국말로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고 본인도 애국가를 우리말로 부르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룩스 사령관이 한 행사장에서 애국가를 우리말로 부르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주한 미 2사단 대대장 시절 카투사에게서 우리말을 배웠다고 한다. 브룩스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미군 장성이나 장교들이 연합사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우리말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양국군 간 소통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한·미동맹 친선협회로부터 ‘박유종’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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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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